2달 남짓 지난 것 같습니다. 제법 아름다웠고, 솔직했으며, 후회 없이 열정을 쏟았던 연애가 끝난 지도.
이별 직후. 전 여느 남자들처럼 귀찮던 애인의 잔소리와 성화에 시달리지 않아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어요. 늦게까지 술마시며 돌아다니는걸 싫어하던 애인 때문에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과의 술자리도 마음 편히 즐기며 그렇게 이별의 큰 아픔과 후회는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던 것 같습니다.
적지 않은 연애기간.. 이별의 후회는 뻔하게도, 불현듯 찾아왔습니다. 그날도 친구들과 회포를 풀며, 술자릴 즐기다가 잠시 담배를 피우러 길가에 서성이고 있을 때, 내 코에 닿아버린 익숙한 향기. 취기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찰나의 순간에 수년간의 기억이 모두 떠올랐습니다. 정말 모두 떠올랐어요. 함께했던 여행, 서로에게 했던 약속, 처음 손을 잡았던 날, 서운하다며 칭얼거리던 그녀의 투정들도.. 생각할 겨를도 없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주변을 살펴봣지만, 그녀는 찾을 수 없었어요. 두근거리던 심장이 설레임 때문인지, 당황스러움 때문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자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처음 가는 식당에 가도, 그녀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음식 참 좋아했었는데, 다 먹지도 못하면서 이것저것 많이도 시키며, 싸이월드에 올릴 사진을 건지기 전까진 음식은 먹지도 못했던 기억. 오물조물 먹던 그 입술도, 음식 그게 뭐라고 먹으면서 지었던 그 예쁜 미소도.
식당, 극장, 자주 가던 동네, 차 안, 집안에서 조차 지난 추억으로 인해 웃기도, 서글프기도, 우울하기도 하며, 오지 않을 것 같던 이별 후회와 후애가 왔음을 실감하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렇게 적잖게 당황하며, 생각도 없이, 초점도 없이 지내던 그때에, 절 위로해주고 지지해주는 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오랜 이성 친구였기에 누구보다 제 상황을 잘 알아는 사람. 이별 후 그 친구에게 자주 연락하며 이별에 대한 여자들 생각도 물어보고, 이런저런 푸념도 하게 되었습니다. 연락이 잦아지다 보니 식사할 일도 많아지고, 술도 마시게 되고, 매일매일 안부도 묻고 사소한 일상도 공유하게 되는 사이가 되었어요. 제 지루하고 찌질한 이별이야기도 묵묵히 들어주는 이성친구가 생기게 되었어요.
친구와 그날도 아침부터 카톡을 하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하는데, 이상하게 계속 술을 마시고 싶다고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무슨 일이 있는 건지 걱정도 돼서 물어봤는데 큰일이 있는 건 아니라고 해서 퇴근 후에 만나기로 하고 저녁에 친구와 식사 겸 반주 겸 삼겹살집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이상하게 앞뒤 안 맞는 말만 골라하는 제 친구. 제 직감이지만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이번엔 제가 묵묵히 친구의 말을 들어주었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친구 지인의 연애 이야기도 들어주고, 회사에 짜증 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는 푸념도 들어주고, 그날따라 두서없이 꽤 많은 이야기를 하며, 평소보다 술도 많이 마시게 되었어요. 조금 더 지나자 친구는 속 시원하게 말을 다 한 건지, 취해서 힘이 들었던 건지 하던 말을 멈추고 멍하니 저를 쳐다보더라고요. 너무 빤하게 쳐다보는 친구의 눈빛이 민망해서 물었습니다.
"왜? ㅋ 왜 이렇게 쳐다봐? 뭐 더 할 말 있어?"
"웅! 나 사실할 말 있어서 오늘 술 한잔 하자고 한 건데 이제부터 이야기 하려고!"
"무슨 말??"
나..사실 너 여자 친구 있는 동안에도 너 좋아하고 있었어, 너 그거 몰랐지?... 내가 미안해해야 할진 모르겠지만 네가 헤어져서 맘이 아프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고 그래. 나 많이 나빴지?
고백 같기도, 푸념 같기도 한 친구에 질문에 전 어떤 말을 해야 할지몰라 머릿속이 새햐앟게 돼버렸습니다. 그 술자리가 어떻게 끝나게 된 건지 기억이 잘 안 날 정도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