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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장군 Jan 10. 2021

가치의 리셋

뉴질랜드에서 생각을 보내요

2020년의 의미

작년 이맘때, 사람들은 새해 계획을 세웠다. 매년 그렇듯이 다이어트, 운동, 독서 같은 흔한(?) 결심도 있고, 여행  자주 가기, 가족에게 연락  자주 하기  이런 것도 있었다. 올해는, 분명 계획은 어쩌면 비슷할 지라도(해외여행은 제외), 그걸 상상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달라졌을 것이라 확신한다. 2020년은 우리에게 많은 생각과 깨달음을 던져주었고, 해석은 각자의 몫이다. 그렇지만  해가 흘러 변한  명백히 뭐냐,  묻는다면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것들을 감안한다는 , 바뀐 일상이 시간이 가도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 그리고 어쩌면  이전으로 완전히 돌아갈  있을지 불분명하다는 .  2020년은 우리가 매년 당연히 전제하던 것을 리셋시킨 해였다고 기억될  같다.

 리셋의 시험대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 생각을 가다듬었다. 결코 달갑지 않지만, 집에 갇혀있는 것은 아이 어른 모두 일상이 되었고, 그래서  하루하루를 너무 괴로워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필수가 되었다. 비슷한 환경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각자에게 매일 겪는  도전적인 상황에 대한 해석은 모두 달랐다. 내가 보고 들은 많은 이야기들은 서로 다른 색깔, 서로 다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사실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무엇이었나, 되묻고 답하게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모두의 방향성을 살짝   있었던 기회

11 중순, IRI라는 업계 최대 리서치 회사가 개최한 뉴질랜드 유통/소비재업 트렌드 연간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우선은 2020 11월에, 다른 어느 나라와도 다르게, 여전히 1000 명의 사람들이 대형 콘퍼런스장에 빽빽이 어깨를 맞대고 앉아있다는 것에 모두가 서로 신기해했다. 그리고 이것이 상당 부분 운에 기인했다는  - 우리가 물리적으로 뉴질랜드에 있기 때문에,  나라에  이상의 지역감염이 나오지 않는 상태라 락다운이 해제된 상태이기 때문에- 인식하고 있었다.
https://www.iriworldwide.com/en-nz/insights/publications/state-of-the-industry-2020-new-zealand

역시 코로나 19로 인한 전 세계 유통/소비재업의 여파, 뉴질랜드의 거시 경제 설명  전망  굵직굵직한 이야기가 먼저 나왔다. 마지막으로  콘퍼런스의 하이라이트는 뉴질랜드 소비자 동향 분석  전망이었다. 리서치 회사로서 업계 전체의 데이터를 수집해, 코로나 19로 인해 소비자들이 이제 어디에 지갑을 여는지, 그리고   것인지를  가지 주제로 정리한 것이 직관적이고 흥미로웠다 : 나의 건강(My HEALTH), 나의 (My WEALTH), 나의 (My HOME), 그리고 나의 목적(My PURPOSE).

건강에 대한 소비는 마스크나 손세정액의 수준을 넘어 음식이나 보조제를 통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질  있는 선택지에 지갑을 연다는 것이었다. 자신을  아끼고 가꾸는 (Self-Care)  이상 미루지 않고, 단백질 특히 식물 기반의 단백질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증가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심지어  건강한 간식거리(snacking) 찾는다는 것도 있었다.

부에 대한 부분은 양가적이었다. 소득이 줄거나 생계에 위협이 예상되는 사람들의 경우 저렴한 슈퍼마켓 자체 브랜드를  많이 선택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경우, 오히려 슈퍼마켓이나 리테일 채널에서의 소비를  고급화하는 경향이 있다는 . 여행 경비나 외식에서 아낀 돈을 음식이나 일상재에서  퀄리티 있는 것을 택하려 한다는 분석이었다. 그래서 유통사 자체 브랜드, 유기농, 특정 분야의 전문성 있는 브랜드, 프리미엄이 다 같이 증가하는 추세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집과 연관된 소비는 가족들이 모두 집에서 밥을 먹기에 간편식부터 식재료, 소스, 음료까지 모두 수혜를 받지만, 특히 가족끼리 영화 보는 시간에 필요한 간식거리나 플래터 키트 등이 크게 발전하고, 식당이나 카페에 가는 대신 집에서  그럴듯하게 먹으려는 다양한 이노베이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목적에 대한 고민과 연결된 소비들. 해당 지역, 커뮤니티에서 생산된 것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소비자들 (메이드  뉴질랜드 붐이 불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각성으로 재활용된 패키지가  많아지고 있고, 기부나 사회 공헌하는 브랜드 또는 그런 프로젝트에 동참하는 소비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다시 정의된 나만의 가치

어떻게 보면 기존에 있던 트렌드를 코로나 19에 끼워 맞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했지만, 나는  4가지 주제의 종합은 와 닿았다. 코로나 19가 우리에게 질문한 것은 가장 본질적인 것이 아니던가. 나만의 대답을 꺼내기 위해 가장 근본적인 틀로 질문한다. 건강, , 집과 가족, 그리고 목적 또는 사회.

나머지(여행과 외식 그리고 사교모임, 옷과 신발 쇼핑 ) 사치였다는 것은 아니다. 이제 와서 보니 우리에겐 -당시엔 몰랐지만- 그런 버퍼가 있었던 것뿐이다. 그러나, 돈을 벌어 나의 신체와 정신 건강을 지키고, 나의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며,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 생활의 뼈대가 아닐까. 우리 모두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주제들을 통해 정말 나라는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성찰하고 알게  때가 아닐까?

2020, 나는 운이 좋아 뉴질랜드에 있었고, 코로나 19의 직접적인 영향은 3-6, 8-9  번의 락다운으로 인한 재택근무  아이들의 홈스쿨링 기간이었다. 현저히 감소한 운동량 덕분에 체중이 늘고,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 없이 락다운을 겪자 처음으로 불안증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도 했다. 그래서 마음을 나누고 싶은 사람들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가족이 맨날 붙어 밥 먹고 지지고 볶았으며,  사이에도 아이들은 쑥쑥 자랐다.  스스로 대단히 목적이나 커뮤니티에 기여한 것은 없지만, 적어도 이제 확실히 하지 말아야 하는 (, 과도한 육식, 일회용품의 사용) 하지 않는다.

뉴질랜드 사회에서 살면서 배우는 것들 중에 내게 코로나 19로 더욱 리셋된 가치들은 역시 친절함, 다양성, 양성평등 같은 것들이다. 그리고 인간끼리  아니라 자연에 대한 존중의 실천, 부드러운 커뮤니케이션, 실질적인 생활 기술(DIY, 철저한 안전훈련 ) 등이  가치를 실제로 배우고 훈련하는 부분들이다. 아직 나에게  맞는 옷은 아니지만, 그리고 2020년은 역시 나에게도 아쉬움이 많지만, 그래도  가치들을 향해 나아간다.  생각지도 못했던 기회에 리셋해도 변하지 않은, 내게 중요한 가치들을 신뢰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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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사도 말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  전에도 존재하던 많은 트렌드가  강화되었다고 한다.  가속화된 미래. 단적으로  기술 중심적이고,  빈부 차별적인 변화. 우리 개인의 선택, 사회 전체의 선택이 점점  긴박해지고  중요해진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정말 낭비할 선택이 없다' 이런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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