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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장군 Jan 19. 2021

친절함, 회복력, 마음 챙김

뉴질랜드에서 생각을 보내요

 곳에서 강조되고 반복되는 덕목들

S 어느새 여기서 초등학교에 다닌지도 3년이  되어간다. 뉴질랜드는 각자  5 생일이 지나는 시점에 초등학교 0학년에 입학하기 때문에, 매해 1월부터 12월까지 순차적으로 모든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시작해서 12월에 그다음 해에 1학년이 될지 2학년으로 갈지 정해진다. S 경우는 2018 3월 말 생일이 지나 초등학교에 입학해서, 0, 1학년을 거쳐 작년 2학년까지 마친 상태이다.

S 초등학교 생활 동안, 교실에서나 학교 행사에서나 항상 반복되는  가지 가치가 있다. 친절함(Kindness), 회복력(Resilience), 그리고 마음 챙김(Mindfulness)이다. 친절함에 대해서는 지난 글들에도 썼었지만, 1년에   부모들을 초대해 여는 학예회에서도 이를 주제로 공연할 정도로 중요하게 여긴다. 친절하게 표현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도 많이 배우는데, 괜찮은지 서로 물어보고 도와줄 부분이 없는지 살펴보는 , 주의해야  점이 있으면 미리 알려주는 (, 미끄러운 ) 같은 구체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나 실천들이다.

회복력은 안 좋은 일이나 어려움을 참거나 버틴다는 의미보다는, 그런 상태를 견딜  있고 지나치게 영향받지 않는 힘을 기르는 것을 의미한다. S 경우   친구들이 자기가 인사하는데 무시하거나 비웃는  같다며 상처 받은 적이 있었다. 선생님과 면담시간에 혹시 그런 부분을 보신 적이 있는지 여쭤봤더니 몰랐는데  살펴보겠다고 하시며, 궁극적으로는 어쨌든 아이들이 회복력을 기르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해결 가능한 부분은 도와주고 해결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다 보면 상처가 되는 일이 일어날  있고,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알고 성장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감정적으로 너무 영향받거나 괴로워하지 않고, 담담하게 견뎌낼  있는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

마음 챙김은 목소리 크고 지나치게 활발한 S 가장 많이 듣는 피드백이기도 한데, 자기 어젠다만 생각하지 말고 주변을 둘러보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고 자기를 돌아보라는 것이다. 요가나 명상에서만 많이 쓰는 용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S같이 어린아이도 학교에서 듣는 피드백이라는  신기했다. 아마 개인주의를 기반으로   문화에서는  Mindfulness라는 덕목이 -명상 용어와는 살짝 다르게- 자신의 행동을   의식하고 타인이나 주변 상황을 인지하라고도 쓰이는  같다.

한국에서 중요시되는 덕목들

한국에서 초등학교를 나온 나에게,  시절에 가장 강조되던 덕목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성실함, 인내심, 그리고 눈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지속되는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성실함은 기본이었다. 개근상을 포함해서 성실함을 인정하기 위한 상들이 많았고, 성실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친구들은 선생님들이 낮게 평가하신다는  느껴졌다. 일단 학교에 매일 나오고, 엉덩이 붙이고 공부하고, 변하지 않고 꾸준히 노력한다는  제일 중요하게 여겨졌다.

인내심은 그야말로 ' 참는 '이었다. 아무리 힘들어도 버티는 , 괴로워도 슬퍼도  참고 원래 목표한 바를 위해 꿋꿋이 정진하는 . 많은 경우 그래서 어떤 상황에서도  참고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인내심이 강한 것이 그냥  참는 것이었기 때문에, 크게 정신적으로 단단하다는 뜻이었거나, 회복력이 있다는 것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같다.  주변 경험으로는 오히려 타인의 감정이나 주위 상황에 둔하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성향과 맞닿아있기도 했었다. 종종 인내심이 많다고 생각했던 경우들이, 너무 참아서 나중에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거나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경우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눈치! 한국의 DNA. 어쩌면 눈치야말로 한국 사회 궁극의 덕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우리가 가진 눈치에는 미학이 있다. (종종  스스로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상황에 필요한 부분을 말하지 않아도 재빨리 캐치해서 채워 넣는다. 포인트는 '말하지 않아도' 아닐까? 상대가 어떤 상황인지, 맥락이 어떤지, 뭔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무의식적으로 파악하고 직접적인 커뮤니케이션 없이도 대응할  있는 놀라운 능력. 물론 인간사회에 어느 정도 요구되는 눈치가 있지만, 한국 사람들은 여기 기준으로는 거의 '마인드리더들' 수준이다. 그래서 여기서는 슈퍼히어로 수준의 덕목이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덕목이 없으면 답답한 사람 취급을 당한다(!)

아주 다른  둘을 합칠  있다면

세상에는 정말 많은 덕목이 있지만,   사회가 가진 덕목을 합치면  그럴듯한, 완성된 퍼즐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성실함은 직업윤리(work ethics)라고도 해석될 테고, 회복력과 인내심은 멀지 않은 덕목이다. 게다가 눈치라는 기민함과, 친절함이라는 상대에 대한 태도와 표현이 있다면 기본적으로 어떤 환경에서든  살아낼  있는 기본 태도가 완성된  아닐까? 문제해결력, 용기, 창의성, 리더십 등등 같은 보너스 덕목들이 성장할  있는 좋은 토양.

마지막으로 내적인 덕목과 외적인 표현의 덕목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성실함, 인내나 회복력, 진실성(Integrity) 같은 내적이고 본질적인 덕목과, 친절한 표현과 행동, 마음 챙김과 눈치, 존중, 배려 같은 외적인 덕목. 내적인 덕목이 아무리 훌륭해도, 누군가를  존중하는 표현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건 반쪽의 성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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