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반장군 Nov 04. 2020

내가 경험한 다양성

뉴질랜드에서 생각을 보내요

핵심키워드

다양성은 내 인생의 제일 중요한 가치 중 하나다. 우연히 고등학교 대학교를 프랑스어를 전공하게 되었고, 와인이나 맛난 프랑스 요리보다 훨씬 멋지게 다가왔던 것이 다양성이나 톨레랑스라는 프랑스 문화 시간에 배운 가치였다.

2003년부터 교환학생으로 파리에 1년, 2013년부터 인시아드 MBA로 퐁텐블로에 1년을 살면서 동경했던 그 가치들이과연 실제로는 어떤지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절반의 만족이었다. 다양성은 그들 안에 공기처럼섞여있었지만, 톨레랑스는 차이를 존중하는 것이라기 보다 서로 ‘금 넘어오지 마’에 가까웠다.

프랑스의 다양성을 받치는 힘 - 톨레랑스

표현의 자유와 다양성은 분명 있었다. 이민국에 가서 학생비자를 신청할 때 마주쳤던 아프리카에서 막 오신 것 같은 아주머니가 아직도 기억난다. 다이아몬드 모양의 몸매를 가지신 분이었는데, 그걸 더욱 돋보이게 하는 청록색 천 원피스를 온몸을 둘러서, 산이 걸어오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켰다.*

인종 뿐 아니라 종교와 문화도 너무나 다양했던 파리에서는, 하지만, 적극적인 존중의 느낌은 찾기 어려웠다. 그토록 동경하던 ‘똘레랑스’는 솔직히 관용이라기 보다는 ‘서로 건드리지 말자’에 가까웠다. 늘 바쁘고, 많은 시민과 관광객이 뒤섞여다양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속성 탓일 수도 있겠다. 자기들끼도 친절하지 않은(?) 파리지앵들의 특성 때문에 이방인인 내가 더 차갑게 느꼈던 지도 모른다. 어쨌든, 여긴 분명히 로컬이 있고, 그 로컬들은 결코 자신의 우위를 나누고 싶지않구나 라는 느낌은 분명히 받았다.

뉴질랜드의 다양성을 받치는 힘 - 뿌리, 그리고 친절함

이런 기억을 가지고 뉴질랜드에 왔을 때 내 눈을 번쩍 뜨이게 했던 건 -그리고 아직도 애정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건- 이곳 시민들의 열린 마음과 친절함이었다.

이민자들의 나라는 세상 여러 곳에 있지만, 뉴질랜드만큼 로컬이 겸손하고 텃세부리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 나라는 드물것 같다.

뉴질랜드의 인종적 문화적 다양성은 놀랍다. 주요 문화만 꼽아도 원주민인 마오리에 호주, 피지 등 인근 폴리네시아 섬나라, 유럽계, 북미계, 인도, 파키스탄,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남미, 남아공 등 거의 세계 전역에서 이민자들이 와서정착했다. 마오리족이 아닌 이상, 모두 이민자들의 후손이고 상당수는 여전히 이민 1,2세대이다. 그들의 문화를 기억하고지키고자 하는 세대다.

그런데 그 문화가 자기들의 정체성에 들어있다. 키위들이라고 말할 때 나같은 외국인은 처음에는 유럽계 백인을 지칭하는 줄 알았지만, 뉴질랜더들에게는 이 모든 인종이 섞인 자기들을 부르는 말이었다. 이 평화롭고 아름다운 자신들의 나라의 역사를 가르칠 때 아이들은 마오리족의 신화를 제일 먼저 배운다. 마오리족장들과 영국총독의 합의라는 와이탕이 조약이 현대 뉴질랜드의 시초인데, 처음부터 이렇게 두 세력이 공존했고 합의했다는 게 정체성인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들은 철저한 개인주의지만, 또 이 다양성에 대한 따뜻한 존중을 자신들의 문화에 녹여내고 있다. ‘친절함’이 뉴질랜드의 종교라고 농담삼아 말하는데, 모두가 친절한 이상세계라는 뜻이 아니라, 총리부터 페이스북 맘커뮤니티까지 늘 강조하는 덕목이 친절함이라는 뜻이다.**

사회마다 제각각인 다양성의 맥락

결국, 다양성이라는 가치는 여러 요소로 이루어진다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다양한 피부색, 문화, 종교도 큰 축이고, 그걸 지탱하는 개인주의도 있다. 하지만 원래부터 자신들의 뿌리에 여러 세력이 공존했다고 배우고 그래서 언제나 그렇게 평화롭게 사는 걸 연습하는 이 뉴질랜드 사회는 그런 소극적인 다양성에서 벗어나 뭔가 더 특별한, 더 따뜻한 다양성을가지고 있다.

내가 이 사회의 기득권이지만, 이 익숙하고 무의식적인 권력을 누군가와(그것도 나와 아주 다른) 나눠가질 준비, 또는 나눠줄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궁극적으로 필요로 하는 다양성인지도 모른다.

(사진은 S가 요즘 배우고 빠져있는 마오리 신화 인물들)
————————————
* 이십 대 초반, 통통한 나의 몸을 끊임없이 폄하하고 괴로워했던 나에게, 그런 새로운 스타일(?)들은 해방감을 주었다. 내가 심지어 10kg가 더 찌던 빠지던, 난 여기선 그냥 보통 체격의 동양여성일 뿐이라는 게 그렇게 자유로울 수가 없었다.

몸매는 늘씬하지만 피부는 좀 안좋던(?) 이들은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입었고, 이목구비는 뚜렷하지만 몸과 균형이 안맞던 이들은 얼굴을 더욱 예쁘게 보이는 스타일로 치장했다. 누구나 있는 강점, 그걸 극대화하는 게 그들의 전략(?)이었다. 나 역시 그걸 보고 첨으로 외모에 자신감이 생겨 꾸미고 싶어졌었고

**친절함에 대해서는 또 쓰겠지만 이 초식동물 나라 사람들은(근데 토끼 아니고 버팔로느낌) 이 사회의 가치와 자부심을 친절함과 배려에 참 많이 둔다. 특히 노동당 30대 여성인 현재 총리와 코로나 분위기에서 이런 분위기가 극대화되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브랜드를 가진 사회, 참 신기하다.

s가 요즘 배워서 빠져있는 마오리 신화의 인물들
작가의 이전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도와줄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