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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쥴리 May 16. 2022

UX 라이터는 '이걸' 잘 해야 합니다

고객 경험을 위한 텍스트를 다루는 사람이 갖춰야 할 역량

고객 경험을 위한 다양한 브랜딩 텍스트를 작성하다보면, 과연 이 일을 잘 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역량을 갖춰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종종 든다. 디자인이나 개발의 영역과 비교했을 때 '글을 적는' 업무는 상대적으로 그 전문성을 인정받기가 어렵다. 플랫폼이 다양화된 오늘날엔 전문 작가가 아니더라도 가치있는 글을 쓰고 공유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기 때문이다. '나 왕년에 글 짓기 대회에서 상 좀 받았소~'하는 소싯적 자랑 정도로는 명함을 내밀기도 힘들다.


그런데 누구나 쓸 수 있더라도 '잘' 쓰는 건 엄연히 다른 문제다. 특히 브랜드의 목소리 대변하는 UX 라이터는 철저히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전문 영역을 구축해 나가야한다. 단순히 특정한 툴을 잘 사용하는 것만으로는 그 전문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분야인 만큼, 하드 스킬과 더불어 여러가지 소프트스킬을 잘 관리하고 쌓는 것이 프로덕트 내에서 UX 라이터의 목소리가 선명해질 수 있는 길이라 생각한다.


링크드인에서 검색한 Google Ux Writer 채용 공고


국내 기업에서 UX 라이터를 채용하는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물론 해외에 비해서 아직까지 채용 사례가 극소수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사용성과 직결되는 텍스트의 중요성이 인지되고 있고 여기에 분명 고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UX 라이터가 갖춰야 할 스킬, 역량엔 뭐가 있을까? 단순히 글을 잘 쓰는 역량 외에 프로덕트 내의 모든 텍스트를 담당하는 전문가로서 가지고 있어야 할 스킬(하드스킬, 소프트스킬 모두)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Google, Spotify 등의 UX 라이터 채용 공고에서 정의하고 있는 필요 역량을 바탕으로 저의 아주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를 많이 포함하고 있는 글입니다 : )


1. 데이터 기반의 사고 능력


UX 라이터는 주관적 느낌이 아닌 구체적이고 정확한 근거를 기반으로 한 글을 작성해야 한다. 프로덕트 상의 마이크로카피를 개선하는 스프린트가 진행된다고 가정해보자. 개발자, 디자이너, UX 라이터, 마케터 등 다양한 사람들이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한 마이크로카피의 예시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다양한 의견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카피가 무엇인지 뽑아내기 위해서는 A/B 테스트를 통해 효율이 좋은 카피를 발견하고 적용해야 하는데, 이때 중요한 것이 데이터다.



UX 라이터는 프로덕트 오너, 디자이너, 개발자 등 프로덕트를 만드는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해야 한다. 이때, 함께 일하는 동료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논리와 데이터에 기반한 근거가 필요하다. 단순히 이 카피가 매력적인 주관적인 이유를 나열하기보다는, 실제로 사용자의 경험을 긍정적으로 바꿨다거나, 사용자 여정의 지표가 개선됐다는 데이터 기반의 사례를 제시한다면 동료들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구글 애널리틱스와 같은 데이터 분석 툴 사용법을 익혀두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 단어 하나라도 허투루 보지 않는 민감함


사용자들은 디지털 프로덕트 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언어를 한 번 보고 잊어버린다. 필요 및 요구사항이 언어를 통해 해결되고 난 다음에는 자연스럽게 그 언어는 사용자의 머릿속에서 사라지고 마는 것이다. 이는 디지털 상에서의 UX 라이팅이 성공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사용자가 태스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마이크로카피가 전혀 신경쓰이지 않고 매끄럽게 적용됐다는 뜻이니 말이다. 이처럼 사용자에게 마이크로카피는 목적 달성을 위해 등장했다가 사라지고, 다시 필요한 상황에 적합하게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언어다. 이러한 사용자의 경험을 위해 UX 라이터는 디지털 디바이스 내에서 쓰이는 단어 하나하나가 가져올 영향력에 대해 민감하고 뾰족하게 사고하는 역량이 필요하다.



Coupang Design 브런치에서 다룬 아티클을 보면, 작은 버튼 내의 문구 하나를 개선함으로서 고객 가입률을 늘린 사례가 소개되어있다. 짧은 텍스트만으로도 엄청난 비즈니스적 성과를 가져올 수 있는 분야인 만큼, UX 라이터는 언어에 대한 뾰족한 감각의 촉을 늘 세우고 있어야 한다. 이 문구가 가져올 파급력을 예측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가져올 수 있도록 적절히 적용하는 역량이 필수적인 것이다.



3. 가이드에 맞춰 자유자재로 카피를 개선할 수 있는 역량


처음 프로덕트가 개발되는 과정에서는 프로덕트 내의 라이팅의 일관성을 맞추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라이팅을 담당하는 내부 인원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프로덕트가 점차 성장해나가면서, 하나의 프로덕트에 다양한 서비스가 따라붙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연스럽게 라이팅을 담당하는 인원이 늘어나게 되며 이는 사용자에게 일관된 톤앤매너를 전달하지 못하게 된다. 이때 UX 라이터는 라이팅 가이드(Writing Guildline)라는 것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라이팅 가이드란, 한 프로덕트 내의 모든 텍스트 가이드라인을 정립해놓은 문서를 말한다. 라이팅 가이드는 각 기업별, 조직별, 서비스별로 모양새가 다르겠지만, 일관된 보이스톤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는 점에서는 모두 공통의 원칙을 수립하고 있다.



현실적으로 한 명의 UX 라이터가 모든 글을 작성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라이팅 가이드다. 개발자, 디자이너, 기획자 모두가 어떤 글을 쓰더라도 일관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는 것, 그것이 가이드의 핵심인 것이다. UX 라이터는 이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역할을 잘 수행해야한다. UX 라이터는 이렇게 만든 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상황에 맞게 자유자재로 카피를 개선해 나가는 역량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 번 만든 가이드는 계속해서 업데이트 과정을 거쳐야하는데, 이때 전사적으로 가이드를 잘 알리고 이에 구성원들이 잘 따를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 또한 넓은 범위에서 UX 라이터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4. 결국엔 프로덕트 전반을 잘 아는 것!


UX 라이터는 사용자의 여정을 함께하는 글이다. 사용자의 경험을 개선하고, 사용자들이 불편함 없이 각자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편안하고 좋은 동반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좋은 경험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덕트 전반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단순히 텍스트만 잘 다루는 것이 아닌, 프로덕트 전반에서 텍스트가 어떻게 기능할지 예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일이던 전반적인 상황의 맥락을 아는 일이란 참 어렵다. 좋은 UX 라이터가 되기 위한 자질을 계속해서 고민하고 옳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프로덕트에 대한 공부를 절대 소홀히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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