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 신학의 거목이었던 박영선 남포교회 원로목사가 추락하고 있다. 그가 그의 아들 박병선 목사의 분리 개척 세습을 위해 교회 측에 40억원을 요구하면서다. 이로써 그는 평생 쌓아온 명예를 목회 자산의 사유화로 맞바꾸려는 노욕을 드러냈다. 나아가 교계 전반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원로목사는 1985년 서울 송파구에 남포교회를 개척해 교계 전반의 존경을 받았다. 최근에는 CBS 유튜브 채널 '잘먹고잘사는법' 등에 다수 출연해 단일 최대 조회수 197만, 총 조회수 1119만에 육박하며 젊은 교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도 했다. 유튜브 댓글에서는 누리꾼들이 그를 '참 목사' 혹은 '참 어른'으로 빗댄 모습을 볼 수 있다.
박 원로목사는 교회 개척에 대해서도 "목사는 겁낼 것 없다"며 "길바닥에 나가서 하면 된다"는 성경적 가치를 설파했다. 그러나 이 발언은 아들의 분리 개척을 위해 "내 아들을 데리고 나갈테니 40억원을 달라"라는 최근 발언과 정면 충돌하고 있다. 그는 자신이 쌓아온 보수 신학의 권위를 자본 축적의 명분으로 팔아넘겼으며, 그가 평생을 걸쳐 주장한 성경적 가치관은 말년에 자기부정에 직면한 셈이다.
박 원로목사는 최소 6개월 전부터 부자 세습을 시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세습 원인은 박 원로목사와 현 담임목사인 최태준 목사와의 갈등에 있다. 최 목사는 2017년 박 목사 원로목사 추대와 함께 2대 담임목사로 취임했다.
남포교회 내부 증언에 따르면 이번 사태의 뿌리는 후임 최 목사를 향한 박 원로목사의 사적인 원망과 축출 시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갈등이 극에 달한 지난해 7월, 박 원로목사는 교회 당회에 최태준 목사와 박영선·박병선 부자 목사 중 한쪽을 선택하라는 최후 통첩을 던졌다. 다만 당회는 투표 자체를 거부했다. 전체 당회원 21명 중 13명이 교회 분열을 막기 위해 투표 자체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박 원로목사는 이 같은 결정을 자신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였다. 이어 분리개척 세습을 위한 교회 재원의 요구로 이어졌다.
그는 당초 교회 자산가치 1600억원 중 4분의1에 달하는 400억원 규모의 담보 대출금을 요구했다. 이후 요구액을 100억원, 40억원으로 낮추며 공적인 교회 재산을 사유화하겠다고 선언했다.
문제는 박 원로목사가 현재까지도 자신의 태도를 정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앤조이>보도에 따르면, 그는 "우리 교회 부동산 가액이 1500~2000억이다. 내가 설립자니까 나한테 100억쯤 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답했다. 이어 "우리 사는 아파트(사택) 34평도 40억이다. 현실이 이런데 배후 사정을 잘 모르고 그렇게 많은 돈을 달라고 하느냐고 놀라는데 할 말이 없다"고 덧붙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중위 가격은 5.93억원이다. 박 원로목사가 언급한 40억원 사택은 이보다 큰 7배에 육박한다. 그의 직업은 목사다. 창업가가 아니다.
법적으로 교회는 총유 재산이다. 개인이 지분을 주장할 수 없다. 교회 재산을 처분하기 위해선 엄격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법은 공동의회 재적 인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거쳐야만 교회 자산을 처분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의결 기준인 2분의1보다 엄격한 수치다.
남포교회 정관 역시 이를 반영하고 있다. 남포교회 정관에 따르면 교회 예산 4분의1 이상의 재산 처분이나 중요한 재산 처분의 경우, 제직회 과반 출석 및 3분의 2 이상 동의를 거친 후 공동의회를 열어야 한다. 이어 공동의회 출석 인원 3분의2 이상의 동의를 거쳐야만 재산의 처분을 집행할 수 있다.
길바닥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던 한 목회자의 자부심은 이제 40억원이라는 숫자 뒤로 숨었다. 그가 평생 쌓아온 보수 신학의 금자탑은 말년의 노욕과 함께 스스로 추락하고 있다.
예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내 아버지의 집은 장사하는 집이 아니다." 평생 복음을 가르쳤던 거목은 생의 끝자락에 그 복음을 담보액과 맞바꾸려던 장사꾼이 됐다.
한편, 최태준 목사는 "아직 풀어 나가는 중이기 때문에 교회가 입장을 낼 수 있는 건 없다“며 ”좀 더 윤곽이 잡히고 결정이 되면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