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영은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는 2차전지와 수소 에너지를 다루는 과학자다. 아울러 그는 대학생 때 본격적으로 기독교인이 됐다. 필자(몽땅별)는 5일 그와 만나 신학적 관점을 나눴다.
몽: 교수님은 현재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에서 연구하시고 계십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다루십니까.
성: 전기화학이 세부 전공입니다. 2차전지와 수소연료전지에 쓰이는 촉매 및 전극 재료를 주로 연구합니다.
몽: 화학 분야에 어떻게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성: 고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 영향이 컸습니다. 화학 선생님이셨는데, 밤늦게까지 혼자 실험을 하시곤 했죠. 학생 입장에서 그 모습이 멋있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제 인생의 멘토가 되셨고, 화학과에 진학해 지금까지 왔습니다.
몽: 엘리트 학생이 모인 서울대에서 학생을 가르치시며 느끼는 바는 무엇입니까.
성: 교육자 입장이 되니 잘하는 친구들보다 조금 더 노력하면 될 것 같은 안타까운 친구들에게 정이 갑니다. 주로 부모 말 잘 듣는 순종적인 아이들이 서울대에 들어오는데, 입시만을 위해 달려왔기에 들어온 후 다음 원동력을 찾지 못하고 뒤늦은 사춘기를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몽: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적했듯, 한국 교육은 순종적인 학생만 좋은 대학에 간다는 비판이 있습니다. 과거 한국이 선진국을 따라잡던 개발도상국 시절에는 순종형 인재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필요한 시대이기에 교육 방향이 변해야 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성: 공감합니다. 순종적이기만 해서는 사회가 역동적일 수 없습니다. 학벌의 의미가 점차 사라지는 만큼, 앞으로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분야에 몰입할 수 있도록 교육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저 또한 대학원생을 받을 때 학벌 보다는 학구열을 우선합니다.
몽: 교수님과 신앙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한국 교육 비판으로 넘어왔네요. (웃음)
성: 이것도 다 신앙 활동입니다. 사회 현상을 바라보고 안타까워하는 시각 자체가 신앙적 배경에서 나오는 거니까요. 이 세상이 전부인 사람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성공하려 하죠. 다만 우리는 이 세상이 끝이 아니라는 믿음이 있기에 이 땅에서 모든 것을 다 이루려 조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몽: 그렇다면 천국을 믿는 신앙인으로서 이 땅에서만 할 수 있는 소명은 무엇입니까.
성: 천국에 가서는 다시 못 할 일들이 있습니다. 바로 세상 사람들, 이른바 죄인들과 접촉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땅에 사는 동안 아직 믿지 않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고, 우리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전해주며 사랑을 나눠야 합니다.
몽: 다만 천국만을 생각한 나머지 현세의 삶을 대충 살거나, 천국의 상급을 의식한 나머지 오히려 조급해지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이는 어떻게 바라보십니까.
성: 저도 과거 그런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율법을 지켜 내 행위로 하나님을 만족시키려 하면 끝이 없습니다. 기준에 못 미치면 항상 초조하고, 조금 잘하는 것 같으면 오만해져서 다른 사람과 다른 교회를 비난하고 무시하게 되죠.
몽: 저 역시 성락교회 출신이다 보니, 예전엔 강박 속에 늘 스스로를 정죄하고 조급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어떻게 조급함과 강박에서 벗어나셨습니까.
성: '나는 결코 내 힘으로 선을 행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적으로 인정해야 합니다. 구원은 주님이 나 대신 이루셨다는 사실을 온전히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평안이 찾아옵니다. 그래야 끝없는 자기 검열에서 벗어나 타인과 공동체를 돌아볼 여유가 생기는 것입니다.
몽: 저는 아직 젊어서인지 기성 교회를 바라볼 때 여전히 뾰족한 시선이 있습니다. 가시적인 성장에만 집착하거나 나와 다르다고 배척하는 모습에 화도 나고요. 교수님은 창조론과 진화론 같은 주제에 대해서 폭넓은 시각을 보여주셨습니다. 어떻게 그런 포용력을 갖추게 되셨습니까.
성: 저도 옛날엔 뾰족했습니다. 비판도 많이 했고요.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내 눈에 잘못돼 보이는 것, 악해 보이는 것도 결국 하나님께서 선으로 돌려주신다는 걸 많이 경험했습니다. 과거 교회의 문제나 상처까지도 결국 나를 다듬고 더 완전한 인격으로 만드는 재료가 되더군요.
몽: 그 시절을 지나오시면서 세상을 보는 눈 자체가 넓어지신 거군요.
성: 맞습니다. 나와 다르다고 섣불리 정죄하기보다, 하나님이 각자 알맞게 다듬어 가실 것이라 믿고 기다리게 됐죠.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세상 모든 것은 결국 하나님이 만드셨습니다. 진화론도 세상과 소통하는 언어로 얼마든지 쓸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100% 다 안다고 단정할 수 없으니까요. 넓은 마음으로 세상을 품는 자세가 신앙인에게 필요합니다.
몽: 신앙인이 믿는 창조론조차 어쩌면 인간이 창세기 구절에 임의로 가치를 부여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현대 신학자들도 창세기의 '하루'가 물리적 24시간이 아닌 고대의 비유적 표현일 수 있다고 보듯이 말이죠. 인간 이성으로 창조를 다 안다고 단정하는 것 자체가 오만일 수 있겠네요.
성: 맞습니다. 하나님의 창조를 믿는 것과 내가 창조론을 정확히 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차이를 아는 겸손함이 있어야 세상과 대화할 수 있고, 다른 신앙인도 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