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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샤프 위의 포뇨 Mar 27. 2019

짧은 서평, <할머니의 여름휴가>

'바닷소리를 들려 드릴게요.'

 탁 트인 구도의 푸른 바다와 모래사장에 발자국을 찍으며 뛰어가는 강아지를 쫓아가는 꽃무늬 수영복을 입은 할머니. 보기만 해도 시원해지는 표지의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독특한 필명의 안녕달 작가의 2번째 그림책이다. 그녀의 첫 번째 작품 ‘수박 수영장’에 이어 창비 출판사에서 2016년 7월 4일 초판 1쇄를 출간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세로 227, 가로 260, 두께 15mm의 하드커버 양장본이며, 두꺼운 도화지 질감의 56페이지짜리의 이 책은 무려 422g로 어린이 도서 치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탄탄한 만듦새의 ‘할머니의 여름휴가’의 가격은 정가 12000원이다.



 몸이 아파 휴가를 떠날 수 없는 할머니가 손자가 준 소라 속으로 들어가 바닷가에서 여름휴가를 즐긴다는 이야기는 전작 ‘수박 수영장’과 마찬가지로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이 할머니를 생각하는 손자의 따뜻한 마음과 만나 시너지 효과를 낸다. 굳이 이 책의 장르를 정하자면 일상과 녹아든 판타지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이 도서답게 간결한 대화체와 우유체를 사용한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손으로 쓴 자투리 글귀들로 풍성함을 더한다. 소라 안으로 게가 걸어가면서 남긴 발자국은 ‘타닥, 타닥’, 그 게를 좇는 강아지 메리의 발자국은 ‘왈왈’, 그 옆에서 돌아가는 선풍기는 ‘위잉, 위잉’. 어린아이들이 말과 글을 배우며 표현의 다양성을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 이런 자투리 글귀들의 역동적인 형태는 아이들이 지루하지 않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요소이기도하다.



 다양하게 분할된 페이지를 이야기의 진행을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 또한 안녕달 작가만의 특별한 장점이다. 마치 애니메이션의 컷처럼 구분된 페이지는 평면적인 동화책에 생동감을 더한다. 간지에 수록된 고장 난 선풍기가 바닷가의 기념품 상점에서 사 온 바닷바람 스위치로 고쳐진다는 수미상관 구조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야기의 완결성은 '할머니의 여름휴가'가 상업적인 성공뿐 아니라 문학적으로도 성공을 거둔 이유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신생아부터 초등 저학년의 아동이 접하기 무리가 없는 책이지만 말을 한창 배우고 표현력을 키울 3-5세부터 글을 배우고 독서에 흥미를 붙일 6-7세의 아동에게 특히 적합한 자료다. 이 작품 또한 작가의 다른 작품처럼 할머니와 강아지가 등장하고 특히 강아지 메리는 후에 ‘메리’라는 책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두 작품에 등장하는 강아지가 똑같아서인지 두 작품의 할머니들도 비슷하다. 전자의 할머니는 시골에 살며 원색의 옷들과 짧은 파마까지 전형적인 할머니의 모습이고, 후자의 할머니는 백발이 된 머리를 곱게 단발로 자르고 하늘색 원피스도 입을 줄 아는 세련된 도시 할머니다. 주거 환경이나 외모로만 보면 전혀 비슷할 것이 없는 두 인물이지만, 남편을 잃고 자식도 다 떠나보낸 외로움을 강아지와 이겨내는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닮아 있다. 그래서일까, 마냥 밝아 보이는 ‘할머니의 여름휴가’에서도 알 수 없는 씁쓸함과 외로움이 느껴진다.


메리와 할머니의 여름휴가 표지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할머니와 바다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누구나 흥미를 가질 만한 작품이다. 또한 할머니나 할아버지가 편찮으셔서 걱정이 많은 아이에게도 좋은 위로가 될 것이다.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밝힌 바와 같이 ‘할머니의 여름휴가’는 아이뿐만 아니라 같이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부모, 그리고 조부모님들에게도 작은 위안이 될 작품으로, 아이가 있어도, 없어도,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동화책의 매력에 푹 빠져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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