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때 벌어지는 오해

3장. 문해력이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들

by 오우

착각씨의 세 번째 사건

갈등을 만드는 모호한 표현, 아무거나



착각씨와 착순씨는 토요일 저녁을 함께 먹기로 했다. 사귄 지 1년이 넘은 두 사람은 최근 들어 바쁜 일정 때문에 만날 기회가 많지 않았기에 두 사람에게 설렘을 주는 만남이었다. 금요일 퇴근길 착각씨가 착순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내일 뭐 먹을래?"

착순씨는 하루 종일 업무와 과제에 치여 피곤한 상태였다. 머릿속은 업무로 가득했고 메뉴를 고르는 것이 귀찮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녀는 짧게 답했다.

“알아서 해.”

메시지를 받는 순간 착각씨는 혼란에 빠졌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문제였기 때문이다. 차라리 육류나 밀가루처럼 큰 범위라도 정해주길 바랐다. 그래서 다시 물었다.

"고기가 좋아? 면이 좋아?"

"모르겠어. 아무거나 먹을게."

착각씨는 점점 더 혼란에 빠졌다. 자신이 뭘 잘못한 건 없는지 살폈다. 그러나 의외로 착순씨의 의도는 단순했다. '네가 먹고 싶은 걸 골라. 난 아무거나 괜찮아’라는 배려였다. 하지만 착각씨는 그 메시지를 전혀 다르게 받아들였다. 그는 착순씨의 메시지가 ‘내가 지금 기분이 안 좋으니, 내가 뭘 먹고 싶은지 맞춰봐’라는 식의 태도로 느껴졌다.

착각씨는 순간 서운함을 느꼈다. 평소에도 툭하면 '아무거나'라고 말하는 착순씨 때문에 스트레스받던 착각씨였다. 그래서 이번엔 진짜 아무거나 착각씨가 먹고 싶은 메뉴를 골랐다. 시장 골목에 있는 추어탕집이었다.

토요일에 만난 두 사람은 추어탕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착순씨는 추어탕을 제대로 먹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서 착각씨는 그동안 참았던 불만이 터졌다.

"알아서 하라고 해서 알아서 골랐는데, 왜 이렇게 안 먹어? 내가 두 번이나 물어봤잖아. 먹고 싶은 걸 말해줬으면 됐잖아. 아무거라는 말에 내가 얼마나 스트레스받는지 몰라?"

식사 후 두 사람은 결국 말다툼을 벌였다.

“너는 항상 메뉴 고를 때 아무거나라고 말해. 그래 놓고는 내가 고심해서 고른 메뉴에 대해 불만을 말하지. 그럴 거면 그냥 먹고 싶은 걸 말해주면 되잖아. 오늘도 알아서 하라고 해서 내가 정했는데, 제대로 먹지도 않았잖아. 메시지에 너무 많은 의미를 담지 말라고. 그냥 좀 길게 풀어서 말해주면 안 돼?”

착순씨는 억울했다. 정말 아무거나 먹겠다는 뜻으로 보낸 메시지였기 때문이다. 추어탕만 아니면 됐다. 착순씨는 추어탕을 안 좋아했다.

“정말 아무거나 먹을 생각이었어. 그래도 추어탕은 너무 하잖아. 내가 추어탕 싫어하는 거 몰라?"

"같이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아? 말해준 적도 없잖아."

"그런가?"

착순씨는 갑자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지나치게 축약하거나 뭉뚱그려서 착각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는 생각도 들었다.

"미안해. 이제는 구체적으로 표현하도록 해볼게."

"나도 미안해. 추어탕 싫어하는 건 몰랐어. 사실 요즘 네가 계속 야근했잖아. 피곤할 것 같아서 원기 회복에 좋다는 추어탕을 고른 거였어."

그제야 두 사람은 서로의 메시지를 곡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나치게 많은 말을 축약해 메시지로 쓰는 것은 상대방으로 하여금 혼란을 느끼게 한다.


추어탕 사건은 단순히 메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짧은 메시지 속에 담긴 의도와 해석이 서로 어긋나면서 작은 갈등이 커진 것이다. 착순씨는 ‘네가 먹고 싶은 걸로 정해도 돼’라는 배려의 마음을 담았지만, 착각씨는 ‘내 기분을 맞춰야 한다’는 무언의 요구로 받아들였다.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한 채 서운함을 쌓아갔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오해가 풀리면서 두 사람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메시지는 단순한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마음을 담아 전달하는 도구이다. 짧고 모호한 표현은 오히려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으며, 구체적이고 친절한 표현이 관계를 지켜낸다.

그날 이후 두 사람은 메뉴를 고를 때도, 일상적인 대화에서도 조금 더 길고 친절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알아서 해”라는 말 대신 “네가 먹고 싶은 걸로 정해도 돼. 난 다 좋아. 단, 추어탕은 빼줘!”라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말하는 습관이 생겼다. 작은 변화였지만, 그 덕분에 두 사람의 관계는 더 단단해졌다.




실생활에서 적용할 수 있는 메시지 작성법 가이드


구체적으로 말하기

“아무거나” 대신 “나는 파스타나 샐러드가 좋아”처럼 범위를 좁혀 표현한다.


예외를 명확히 하기

“다 괜찮아. 단, 추어탕은 빼줘”처럼 싫어하는 것을 분명히 말한다.


맥락을 담아주기

“오늘 너무 피곤해서 메뉴 고르기 힘들어. 네가 정해주면 고마울 것 같아”처럼 상황을 설명한다.


확인 질문하기

애매한 답변을 받으면 “정말 내가 정해도 괜찮아?”라고 되묻는다.


감정을 표현하기

“네가 고른 걸 먹으면 난 기분이 좋아”처럼 상대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마음을 덧붙인다.


짧은 메시지 대신 조금 더 길게

단답형보다는 두세 문장으로 풀어쓰는 습관을 들이면 오해가 줄어든다.


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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