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문해력이 부족할 때 벌어지는 일들
착각씨의 두 번째 사건
금요일이 아닌 금일에 부동산 계약을 합니다.
착각씨는 새로 이사할 집을 찾던 중 마음에 드는 원룸을 발견했다. 오전에 집주인과 조건을 협의했고, 계약서 작성만 남은 상황이었다. 계약일은 금일 오후 4시로 정해졌다. 약속 시간을 확인한 착각씨는 마음 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도착한 착각씨는 모처럼 약속을 잡고 친구들을 만났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착각씨의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모르는 번호라 전화를 안 받았지만, 같은 번호로 계속 전화가 왔다. 착각씨는 스팸이라고 생각해서 계속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러자 이번엔 문자가 왔다.
금일 4시에 계약하기로 했는데, 오지도 않고 전화도 안 받다니요? 원룸 계약을 안 할 생각이면 연락 주세요.
놀란 착각씨가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여줬다.
"금요일에 계약한다며?"
친구가 착각씨에게 물었다.
착각씨는 '금일 오후 4시에 계약 예정입니다'라는 문자를 친구에게 보여줬다.
"착각아, 금일은 금요일이 아니라 오늘이라는 뜻이잖아. 지금 5시야. 어서 연락해서 부동산에 간다고 해."
착각씨는 허겁지겁 친구들과의 만남을 정리하고 부동산으로 향했다.
집주인이 다른 사람과 계약을 진행하겠다고 하는 걸 부동산에서 붙잡아 겨우 원룸 계약을 진행할 수 있었다. 집주인은 착각씨가 약속을 착각한 것을 보고 ‘계약 의지가 없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다행히 착각씨가 곧바로 사과하고 계약서를 받을 수 있었다.
"잘 읽어 보시고 사인해 주세요."
부동산 직원이 내민 서류를 읽었지만, 착각씨는 뜻을 알지 못했다. 잘 읽어보려고 했지만 뜻을 몰라서 계약서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부끄러웠던 착각씨는 직원이 동그라미 친 부분에 자신의 개인정보를 적고 사인을 했다.
그렇게 한 달이 지난 뒤 착각씨는 집주인의 계좌로 월세를 이체했다. 그런데 '관리비'라는 명목의 고지서가 착각씨에게 날아왔다. 깜짝 놀란 착각씨가 부동산에 전화를 걸어 확인해 보니, 계약서에 '월세 외 관리비는 별도로 납부한다'라는 내용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전기세나 수도세만 따로 내는 줄 알았던 착각씨는 월 15만 원이 청구되는 관리비까지 갑작스럽게 지출해야 했다.
전기와 수도 요금을 별도로 내는 건 당연했지만, 계약서를 제대로 읽지 못한 탓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생활비를 지출하게 되었다. 착각씨는 관리비가 15만 원이나 나오는 줄 알았다면 다른 집을 계약했을 것이라며 후회했다. 매달 관리비를 납부하느라 예상보다 커진 생활비. 빠듯해진 착각씨는 다른 소비를 줄여야 했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계약서를 접한다.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 인터넷 사이트 회원 가입 시 이용약관, 금융 상품 가입 시 작성하는 서류 등 모두 법적 효력을 지닌 문서이다.
많은 사람이 계약서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서명하거나 동의 버튼을 누른다. 이는 단순한 부주의가 아니라, 계약서 문해력 부족이라는 문제에서 비롯된다.
계약서 문해력 문제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다. 계약서에 사용되는 법률 용어와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낯설기 때문이다.
일반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법률적 표현이나 긴 문장 구조는 내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계약서의 분량과 정보량이 방대해 끝까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사이트 회원 가입 시 제시되는 약관은 수십 페이지에 달하는 경우가 있고, 사람은 이를 끝까지 읽지 않고 ‘동의’ 버튼을 클릭한다. 계약 당사자는 자신에게 불리한 조항이 포함되어 있어도 이를 인지하지 못한다.
계약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불리한 조건을 감수해야 하며, 분쟁 발생 시 법적 대응도 어려워진다. 특히 부동산 계약과 같은 고액 거래에서는 작은 조항 하나가 수천만 원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계약서 문해력은 단순한 읽기 능력이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중요한 역량이다.
착각씨처럼 계약서 문해력이 약한 경우에는 어려운 전문 용어를 미리 공부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월세 계약의 경우에는 계약상 어떤 부분을 주의해야 하는지 전문 용어를 알아보고 미리 익혀 가면 좋다. 또한 AI가 발달한 지금, 어려운 용어를 쉽게 풀어주는 인공지능 서비스가 있다면 활용해 쉽게 계약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받는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