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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예YEEYEE Jan 12. 2021

누군가의 인정보다 마음의 평온이 중요한 나

나는 폐쇄적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prologue 01. 누군가의 인정보다 마음의 평온이 중요한 나


 사소한 것도 잊혀질 권리가 있다.     

 언젠가 ‘잊혀질 권리’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보통 그런 권리를 찾을 정도면 성범죄의 피해자이거나 트라우마를 입을 정도로 큰일을 당한 사람이라 생각한다. 물론 그런 사람들도 있겠지만 사람들은 사소한 것을 지우고 싶어 했다.     


 그날따라 올리고 싶었던 웃긴 표정의 사진, 그때는 살아있었던 반동물의 영상, 귀여워서 올린 아이의 목욕사진.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의 기록이 이제는 지워졌으면 하고 바라게 된 것이다.     


 국내의 사이트인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한다면 자신의 일상을 심지어 누군가 스크랩해 간 글까지 지우는 것이 가능하다. (외부 보내기를 설정하지 않는다는 가정에서) 하지만 외국 사이트를 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내 정보인데 내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고?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에서는 구글에 올라간 내 사진을 지우는 것이, 때로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한다. 해킹당한 인스타그램의 계정을 찾지 못하는 경우, 누군가 내가 올렸던 글이나 사진을 자신의 것처럼 도용하는 일, 해변에서 보낸 즐거운 한때가 성범죄에 이용되는 것 등등. 생각하지도 못한 혹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일들이 우리의 곁에선 벌어진다.  


 그런 불상사가 나에겐 발생하지 않는다는 믿음 혹은 그런 일을 겪을 확률이 얼마나 되냐는 자세로 우리는 과감하게 소셜 미디어에 나를 던진다.


 소셜 미디어에 나를 드러내지 않는 건, 내가 쫄보라 그래.     

 가끔 나도 소셜 미디어를 해보고 싶을 때가 있다.

 ‘누군가 내 글을 읽었으면 좋겠어.’

 ‘독자님들이 나에게 관심을 줬으면 좋겠어.’

 관심을 받고 싶은 열망이 나를 사로잡았지만 어떤 글도 쓸 수 없었다.      

 과하게 열려있는 소셜 미디어의 본질에 대한 거부감이었을까? 세상이 변해서 맞춰가야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고전적인 방식으로 독자님들을 만나고 싶다.   

  

 종이책이나 전자책을 출판하고 싶은 의지.

 글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 글을 올리고 싶어 하는 마음.

 과하게 열려있는 오픈된 세상보다는 알고 있는 것들로 채워져 있는 폐쇄적인 곳이 좋은 나.

 모든 것을 알리기보다는 선택적인 정보만을 보여주고 싶은 성향.     

 그런 폐쇄적인 작은 것들은 평온함을 유지하는 무기가 된다.     

 


 나는 내가 중요해.     

 다른 사람들의 삶이 궁금할 때가 있지만, 너무 많은 타인의 삶을 보게 된다면 피로도가 쌓인다. 어떤 밤, 별 것 없이 검색한 뉴스에 달린 부정적인 의견들이 뾰족하게 솟아올라 마음을 긁는다.

 나는 내 생각을 정리해서 마음에 넣고 싶지, 남의 의견으로 나를 채우고 싶진 않아. 자의식 없는 긍정도 휩쓸리는 부정도 마음에 담고 싶지 않아.


 아마 그래서 계속 폐쇄적으로 살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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