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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예YEEYEE Feb 07. 2021

문학소녀의 자존심엔 허락되지 않던

에쵸티 즐거운 반항, H.O.T Forever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을 정리하다가 두 권의 책을 찾았다. 책꽂이에선 떠났지만 버릴 순 없어 쌓아 둔 책 제목은 [에쵸티 즐거운 반항]과 [H.O.T Forever]. 책을 구매한 언니는 까맣게 잊었지만 나는 이 책들이 집에 왔을 때를 기억한다.


 궁금하고 반가웠으면서도 읽겠다고 말할 수 없었던 문학소녀의 자존심

 누군가의 일대기를 읽으려면 마크 트웨인 평전쯤은 읽어야지_라며 자존심을 세웠던 소녀. 그 시절 나는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가족들이 볼 때는 차마 이 책들을 읽을 수 없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집에서 언니 몰래 금서처럼 꺼내 읽었던 두 권의 책.


 SNS도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멀게만 느껴지던 H.O.T를 가까운 이웃처럼 그려냈던 책. 평범한 가족을 가졌지만 비범한 소년들의 서사는 마음 한구석에 슬쩍 그들을 꽂기 충분했다.


 H.O.T를 향한 친구들의 넘치는 애정에 고개를 흔들던 나는 슬며시 공감을 표할 수 있게 되었다. 또 그녀들이 야간 자율 학습을 빼먹으며 H.O.T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을 가거나 방청을 가는 것에 동경심을 품었다.


 한 번쯤 나도

 그러나 FM 소녀인 척했던 나는 야간 자율학습을 과감하게 빼먹을 담이 없었다. 결국 단 한 번도 H.O.T를 보지 못하고 성인이 되었다.


 

 지금도 때때로 그 시절 나처럼 편협한 생각이 들거나 자만한다. 그럴 때면 추억의 한구석에 꽂힌 [에쵸티 즐거운 반항]을 처음 읽던 날을 꺼낸다. 자만이나 편협으로 놓쳤다면 없을 즐거운 추억. 별것 아니지만 그 시절 동경과 호기심에 설렜던 밤. 


 그 설렘은 지금도 나를 빙그레 미소 짓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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