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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예YEEYEE Jan 26. 2021

카카오스토리에 쏟아지던 타인의 삶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육아

첫 번째 이야기. 삶에 필요한 관심

#3. 카카오스토리에 쏟아지던 타인의 삶

: 알고 싶지 않은 누군가의 육아


 기억을 긁어보아도 가물가물한 카카오스토리란 프로그램. 떠오르는 건 농담 반 비아냥 반의 ‘우리 아이 이렇게 잘 크고 있다’라는 한마디로 정의된 프로그램의 정체성.


 어느 날 문득 불편함이 찾아왔다.     

 자주 쓰는 메신저인 카카오톡에 사은품처럼 붙어있던 카카오스토리를 별 거부감 없이 사용했다. 이미 전에 쓰던 싸이월드와 같은 개념이라 쉽고 익숙하게 받아들여졌다. 메신저에 추가된 아는 사람들의 일상만을 보는 것이라 부담도 없었다.

  

 사람들은 많은 것을 올렸다. 방금 마신 커피 한 잔부터 여행 그리고 육아까지. 물론 나도 사소하고 소소한 일상의 사진을 올리곤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카카오스토리의 주를 차지하게 되는 사람들의 일상이 육아가 되었다. 모든 피드의 3분의 1 정도가 남의 아이 사진이 되었을 때 불편함이 찾아왔다.


 좋은 말도 한두 번까지     

 예쁘고 귀엽고 순수한 아이. 우리는 아이를 그렇게 본다. 그런데 육아 프로그램도 보지 않는 나에게 밀어닥친 타인의 아이들 사진은 한두 번까지만 괜찮았다. 슬슬 카카오스토리를 보는 것이 피로해졌고, 카카오스토리를 삭제하게 되었다.


 벗어나니 보이는 나의 일상

 부담스러운 누군가의 육아 사진으로부터 도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카카오스토리를 벗어나고 보니 내가 도망친 것은 쏟아지는 모두의 일상이었다. 한번 들어갔다 하면 삼십 분은 훌쩍 잡아먹는 남들의 이야기. 타인의 일상을 들여다보느라 내 일상의 시간을 놓치고 있었다.


 카카오스토리를 삭제하고 나서 생긴 시간. 친구의 사진에 댓글 대신 메신저로 안부를 물었다. 그리고도 남는 시간엔 좋아하는 노래를 듣고 짧은 글을 읽었다. 그 시간은 나를 편안하게 했다.


 아마 그래서 다시는 카카오스토리에 시간을 쓰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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