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시리즈: 도시의 감각 (8)
비가 내린다.
도시는 젖는다.
광장이 젖고, 사람이 젖고, 그림자가 젖는다.
젖은 바닥은 거울이 된다.
거울은 도시를 뒤집는다.
나는 걷는다.
발밑에 내가 있다.
위의 나는 우산을 접은 채 걷고, 아래의 나는 거꾸로 걸으며 따라온다.
어느 쪽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어쩌면 둘 다 진짜이고, 어쩌면 둘 다 아니다.
젖어 있는 거리에서 새로운 내가 나타난다.
태어난다는 말은 틀렸다.
원래 있었지만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도시가 젖어야만 바닥이 빛을 받아야만
비로소 드러나는 나.
비가 그치면 다시 사라질 또 다른 나.
광고판의 핑크빛이 번지고
파란 안내선도 흔들린다.
도시의 색이
바닥으로 흘러내린다.
사람들은 그 위를 걷는다.
자신이 그림 위를 걷고 있다는 걸 모른 채.
그래도 걷는다.
비는 멈추지 않는다.
도시도 멈추지 않는다.
비는 도시를 지우지 않는다.
다시 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