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 시리즈: 도시의 감각 (9)
도시에 코끼리가 있다.
아무도 묻지 않았지만.
나는 여기 있다.
창가에.
빌딩 사이에.
사람들은 지나쳐 간다.
이상하다고 말하지 않는 얼굴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것이 된다는 건
생각보다 외롭지 않다.
다만 설명하기가 어렵다.
왜 여기 있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도 잘 모르겠다고 말할 것 같다.
그냥 앉아 있다.
햇빛이 드는 쪽으로.
빌딩들은 오늘도 서 있다.
나보다 크고, 나보다 오래 서 있을 것들.
나는 그 사이에서 작다.
그래도 여기 있다.
하늘이 파랗다.
그게 전부인데 그게 오늘을 버티게 한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저 파란 것이 저기 있다는 것.
어제도 있었고
내일도 있을 거라는 것.
나는 오늘도 여기 앉아 있다.
조용히.
살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