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의 작은 낙서.
직장인의 점심시간은 퇴근시간 다음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대체로 소중하게 보내긴 어렵다.
동료와의 점심은 즐겁기만 한 것일까?
누군가는 말하고 누군가는 들어주어야 하는
입은 즐겁지만 머리는 즐겁지 않은 시간이다. 듣고 싶지 않은 주제를 계속 들어야 하니 맛도 모르겠다.
일정의 대화는 오가야 하겠지만 직급도 다르고 하는 일도 다르고 성격도, 관심사도 다르면 대화의 비중은 공평할 수 없기에 분명 스트레스다.
대체로 말을 주도하는 사람은 원래 말이 많거나 직급이 높거나 잡지식이 많은 사람들이다.
본인은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느낄 테지만 듣는 입장에선 TMI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소중한 점심시간임에도 어서 지나가길 바란다.
그 TMI토커들은 식당을 찾아 오가는 길에 항상 주체자가 되어 끊임없이 무언가를 쏟아낸다. 옆에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액받이들이 꼭 있다. 슬프지만 고마운 존재들.
3~4명이 보통 그룹을 지어 이동하는 동안
보도블록은 3명 이상 일렬로 걷기 어려운 구조가 많기에 이때 남겨진 한 사람은 조금 떨어져 걷게 되거나 평소 대화가 많지 않던 두 사람이 따로 걷는 경우 그 어색함이란.
걷는 동안 말이 없으면 관심이 없어서 말을 안 하나 하는 오해를 줄까 싶어 날씨며 뉴스얘기며 아이가 있다면 육아얘기 없다면 조카얘기라도 끌어다가 의미 없는 말들을 쏟아내고 누군가는 의미 없이 대꾸하는 성의를 보인다.
사람은 상대적이라 누군가에겐 내가 TMI토커이고 누군가에겐 잘 들어주는 존재일지도.
대체 왜!! 점심시간 마저 우리는 말하지 않고 있을 자유가 없는 걸까? 아무도 말하라고 하지 않았지만 다수가 있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강박은 또 다른 스트레스다.
아주 가끔 동료들이 모두 외근을 나가 홀로 있을 때 작은 카페에 앉아 샌드위치와 커피를 마신다.
온전히 내 생각만 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고 음악을 들으며 맛을 깊게 느낄 수 있다.
일주일에 한 번만이라도 이러고 싶다.
점심시간만큼은 혼자 즐길 수 있다면
오늘 나만의 맛집을 찾아
입과 귀를 멈춘 채로
멍 때리며 점심을 즐기고 싶다.
하루의 긴장을 잠시 멈추는
힐링의 점심시간을
간절히 바라본다.
.
.
.
그런데 한 연구결과가 거슬린다.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따르면 한 연구팀은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커졌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