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개인적인 사랑의 모습
same lips red, same eyes blue
same white shirt, couple more tattoos
but it's not you and it's not me
...
Harry Styles가 부른 Two Ghosts라는 곡의 가사 첫 부분이다. '붉은 입술, 파란 눈, 하얀 셔츠, 타투 몇 개 더. 근데 그건 네가 아니고 내가 아니야'로 거칠게 번역할 수 있다. 지나간 연인의 모습과 닮은 사람을 봤을 때 느끼는 씁쓸함이 잔뜩 묻어나는 가사다.
나의 경우엔 붉은 입술, 파란 눈, 하얀 셔츠 대신 주황색 볼캡, 남색 아노락, 카키색 오디너리핏츠 팬츠, 레드윙 워커, 뿔테 안경, 그리고 타투는커녕 나보다 더 뽀얀 피부가 떠오른다.
지나간 연인마다 뚜렷하게 기억하는 그의 뒷모습이 있다. 옷을 좋아하다 보니 만나는 사람의 옷차림은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하는 데에 있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약속 장소에 연인이 먼저 나와있으면 조금 늦은 주제에 놀라게 하고 싶어서 기둥이든 나무든 뒤에 숨어 숨죽여 그의 뒷모습을 본다. 얼마나 놀랠까 또는 얼마나 반가울까, 상대의 반응을 상상하며 적절한 타이밍을 기다린다. 장난기와 설렘, 반가움과 신남을 꾹꾹 숨길수록 입꼬리는 광대를 위로 들이밀었고, 살금살금 조심조심 다가가야 하는데 뒷모습이 가까워질수록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이도 저도 아닌 놀람을 선사하곤 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삐질삐질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보는 연인의 뒷모습은 내가 좋아하는 사랑의 모습 중 하나다.
아이러니하게도 헤어지고 나면 웃음이 절로 나던 그의 뒷모습은 볼 일이 없다. 헤어진 연인을 정면으로 마주치는 일도 드물겠지만 뒷모습을 마주치는 일은 더 드물다는 생각이다. 같은 학교에 같은 과 또는 같은 직장의 같은 부서에서 일하지 않는 이상, 아니, 드라마처럼 전 연인이 옆집에 살아서 아침마다 엘리베이터 앞에서 마주치지 않는 이상, 헤어진 연인의 뒷모습은 볼 일이 거의 없다. 대신 익숙하다 못해 머릿속에 사진처럼 저장된 연인의 뒷모습과 닮은 모습은 수없이 보게 된다. 나도 모르게 신경을 곤두 세우고 은근히 그 사람을 찾았던 걸까? 싶을 정도로. Harry의 노래 속 화자도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전 연인과 닮은 뒷모습이 유령처럼 자주 눈에 밟혔던 게 아닐까. 다행히 시간이 흐를수록 닮은 뒷모습을 마주치는 날은 줄어든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다시 둔한 눈으로 거리를 걷게 된다.
나도 Two Ghosts 곡의 제목처럼 전 연인의 뒷모습과 닮은 모습을 보고 유령이라도 본 것 마냥 화들짝 놀란 적이 있다. 일말의 비슷한 모습이 눈에 걸리는 찰나에 심장은 낮은 울림으로 둥둥 뛰었다. 낮게 뛰는 심장이 천천히 몸을 긴장시켰다. '네가 생각하는 그 사람 아닐걸?'하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고정된 시선은 바쁘게 닮은 뒷모습의 디테일을 좇는다.
뒷머리를 너무 짧게 깎진 않았는지, 빈약한 구레나룻 아래 뿔테 다리가 잘 숨어있는지, 어깨에 천 가방을 메고 있는지, 팬츠를 발목의 어디까지 보이게 롤업 했는지, 그 롤업이 반듯하지 않고 구김 져 있는지, 워커 위로 나와있는 양말을 몇 번이나 접었다 폈다 해서 늘 고집하던 자연스러운 모양을 만들었는지.
그 사람인가 아닌가를 알아내려던 머리는 어느새 나만 알고 있는 사소한 정보를 되짚으며 오래 좋아했던 사람의 작은 행동 하나, 습관 하나를 떠올린다. 같은 사람이 아닌 걸 알고 나서야 집중하던 몸의 힘을 풀고 숨을 길게 내뱉는다. '몇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선명하네. 근데 뭐 그리 긴장해, 가서 인사할 것도 아니면서?' 어이없는 마음에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https://www.youtube.com/watch?v=suNBBjPdkhA
Same lips red, same eyes blue
Same white shirt, couple more tattoos
But it's not you and it's not me
Tastes so sweet, looks so real
Sounds like something that I used to feel
But I can't touch what I se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just two ghosts standing in the place of you and me
Trying to remember how it feels to have a heartbeat
The fridge light washes this room white
Moon dances over your good side
And this was all we used to need
Tongue-tied like we've never known
Telling those stories we already told
'Cause we don't say what we really mean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just two ghosts standing in the place of you and m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just two ghosts swimming in a glass half empty
Trying to remember how it feels to have a heartbeat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re just two ghosts standing in the place of you and me
We're not who we used to be
We don't see what we used to see
We're just two ghosts swimming in a glass half empty
Trying to remember how it feels to have a heartbeat
Trying to remember how it feels to have a heartbeat
I'm just trying to remember how it feels to have a heartbea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