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캐리키즈카페’ 여의도 IFC몰점 가보니
네일아트에 풋스파까지 … 키즈카페 이 정도였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끈 ‘꼬꼬마 텔레토비’와 ‘핑구’ ‘토마스와 친구들’을 기억하는가. 과거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콘텐츠 업계에서는 ‘외국물’ 먹은 작품이 인기였다. 토종 캐릭터인 ‘뽀롱뽀롱 뽀로로’와 그 친구들이 완구 업계며 프랜차이즈 업계를 점령한 건 한참 후인 2000년대 초반의 일. 울던 아이도 뚝 그치게 하는 뽀로로의 마성은 대단했다. 식당에 가면 아이가 있는 테이블에서는 여지없이 뽀로로와 친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후에도 국산 캐릭터의 약진은 계속됐다. ‘방귀대장 뿡뿡이’와 ‘터닝메카드’ ‘헬로카봇’ ‘꼬마버스 타요’ ‘콩순이’ 등이 인기를 누렸다. 요즘은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를 무대로 인기를 구가하는 콘텐츠가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유튜브에서 동심을 사로잡은 콘텐츠의 대표주자가 바로 캐리소프트의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발랄하고 입담 좋은 캐리 언니와 친구들의 장난감 언박싱 영상에 부모, 아이 할 것 없이 빠져들었다.
아이들 사이에서 캐리 언니는 ‘내가 사고 싶은 장난감을 신나게 갖고 노는 부러운 언니’로 통한다. 한 차례 캐리 언니 역의 배우(유튜브 크리에이터)를 바꿔 “캐리 언니가 강혜진 언니가 아니면 안 본다”는 구독자의 성화에 진통을 겪은 캐리소프트는 이후 사람보다 캐릭터를 주력으로 미는 식으로 전략을 바꿨다. 현재까지 독보적 인기를 누리는 캐리 외에도 캐빈과 중국어 회화에 능통한 엘리 등 삼총사가 고루 주목을 받고 있다.
캐리 언니를 만날 수 있는 유튜브 채널 ‘캐리TV’의 구독자 수는 7월 현재 181만여 명. 3년 전 올라온 장난감 변신 로봇 비교 영상은 조회 수가 4675만 건에 달한다. 편의점 73가지 젤리 먹방 영상은 업로드 한 달 만에 조회 수 85만 건을 넘어섰다. 캐리소프트는 메인 채널 외에도 캐리앤북스, 캐리앤플레이, 캐리앤송 등의 채널을 추가로 운영 중이다. 중국 진출 후에는 상하이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중국인 크리에이터 ‘갈리 언니’로 현지화에 성공했다.
이런 어린이채널의 무서운 점은 콘텐츠가 한 번 올라오면 조회 수가 꾸준히 늘어난다는 것이다. 반복 시청의 힘이다. 온종일 반복해 보다 보면 조회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한국어를 몰라도 괜찮다. 그냥 화면 속 언니와 오빠들이 알려주는 신기하고 즐거운 이야기에 빠져들면 된다. 영상 조회 수가 올라갈 때마다 웃는 건 아이들과 캐리소프트다. 부모들도 웃는지는 모르겠다. 확실한 건 장난감을 사줘야 하니 지갑은 가벼워진다는 점.
그런 캐리 언니와 캐빈, 엘리 캐릭터를 만날 수 있는 키즈카페가 서울에 생겼으니 핫할 수밖에 없다. 캐리소프트가 여의도 IFC몰에 561㎡(약 170평) 규모의 ‘캐리키즈카페’를 오픈한 건 올봄. 인천 청라국제도시점, 수원 아이파크시티점, 산본 롯데피트인점, 김포 한강신도시점 등도 있다. 권원숙 캐리소프트 대표는 “지난해 오픈한 캐리키즈카페 청라국제도시점과 수원 아이파크시티점이 큰 인기를 모으면서 서울지역에도 열게 됐다”며 “아이들의 성장 발달에 도움이 되는 다양하고 체계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기획해 좀 더 유익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키즈카페는 뽀로로가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행하는 ‘KB 지식비타민’에 따르면 올해 1월까지 등록된 유아 관련(교육 부문 제외) 프랜차이즈 가운데 50개가 2013년 이후 등록됐다. 교육방송 EBS에서도 2015년부터 자사 방송 캐릭터를 내세운 ‘EBS 키즈빌’ 테마파크를 열었을 정도다. 부모들은 다 한 번씩 순례했음직한 뽀로로파크, 타요키즈카페, 플레이타임, 점프노리, 상상노리, 봉봉키즈, 아이점프 등의 프랜차이즈 키즈카페 외에도 행정안전부 어린이놀이시설안전관리시스템에 등록된 키즈카페는 전국적으로 1000개 이상으로 추산된다.
‘캐리키즈카페’는 키즈카페 업계에서는 ‘신생아’나 다름없다. 아직은 5곳이지만 주말에는 입장 대기 줄이 늘어서고, 평균 600명 이상의 방문자를 모을 정도로 인기다. ‘캐리키즈카페’는 다른 키즈카페와 얼마나 다를까. 서울 여의도 IFC몰에 있는 ‘캐리키즈카페’를 찾아 살펴보기로 했다. 지난번 애견카페를 취재할 때는 개가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이번에는 애가 없다. 다행히 ‘딸바보’ 아버지가 사진팀에 있었다.
7월 3일 오후 사진기자와 두 살배기 딸 수현, 친구 딸인 네 살배기 우리와 함께 ‘캐리키즈카페’ 여의도 IFC몰점을 찾았다. 입구에서 캐리와 캐빈, 엘리 피겨가 아이들을 환하게 반겼다. 평일 오후였지만 유모차 여러 대가 입구에 주차돼 있었다.
여의도 IFC몰점은 아이들이 온몸을 적시면서 직접 거품과 비눗방울을 만지며 함께 어울려 놀 수 있는 ‘버블 룸’ 외에도 간단한 요리법을 배우고 맛볼 수 있는 ‘쿠킹 클래스’, 음악에 맞춰 춤출 수 있는 ‘댄스 룸’, 족욕과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뷰티 룸’ 등으로 구성됐다. 캐리TV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방송 체험을 할 수 있는 스튜디오도 마련됐다. 지점마다 즐길 거리가 조금씩 다른데, 청라국제도시점에는 캐빈 플레이그라운드에서 탈 수 있는 동물 전동차(이용료 1000원)가 있다.
여의도 IFC몰점의 운영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 30분까지, 주말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주차요금은 IFC몰과 동일하며 카페 이용 시 기본 2시간은 무료다. 2시간 이용에 입장료는 아이 1만7000원, 성인 3000원. 더 놀고 싶다면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신발을 벗어 신발장에 넣고 내부에서는 팔찌를 착용한다. 찜질방과 같은 시스템이다.
아이도, 조카도 없다 보니 키즈카페에 가본 건 처음이었다. 들어가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 요즘 아이들은 이렇게 럭셔리하게 노는구나. 어릴 땐 볼풀이나 방방(트램펄린)에서 노는 게 최고로 재미있는데! 놀란 가슴을 진정하고 차근차근 둘러보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추가 요금 1만 원을 내면 다양한 체험을 추가로 즐길 수 있다. 대부분 30분~1시간가량 소요되고 기본 이용시간 2시간과는 별도다. 쿠킹 클래스에서는 아이가 앞치마와 두건을 착용하고 잠깐이나마 셰프가 될 수 있다.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재미있게 음식을 만들고 부모와 함께 시식한다. 이날은 꼬마김밥 만들기 수업이 한창이었는데 한 남자아이가 선생님을 따라 작은 손으로 열심히 김밥 말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퍽 귀여웠다.
캐리TV 친구들과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자판기도 있었다. 그 옆에는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겨울왕국’ 엘사, 백설공주 등으로 변신할 수 있는 가발과 코스튬 의상이 구비돼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카페를 처음 둘러볼 때 아이들이 모두 만화 캐릭터 옷을 입고 있어 어디서 났나 싶었는데 여기서 빌린 것이었다. 우리도 백설공주 옷을 빌려 입고 빙글빙글 돌며 즐거워했다.
아이가 체험과 놀이를 즐기는 동안 차를 마시거나 식사할 수 있는 카페도 있었다. 캐리소프트 캐릭터가 그려진 상품 외에도 어른을 위한 커피 메뉴와 베이커리를 팔았다. 아이 사진을 찍어주려고, 아이가 혹시 다치진 않을까 살펴보려고, 아이와 놀아주려고 부모들은 카페에서 음료를 시키고도 제대로 마시지 못한 채 뛰어다녔고 폭염에 녹아버린 얼음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이날 함께한 친구와 사진기자도 땀으로 샤워를 했다. 기자는 따라다니며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버거웠다. ‘워킹맘’과 ‘워킹파파’의 위대함을 다시금 느꼈다.
요즘 키즈카페는 예전과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 부분은 럭셔리 감성체험 ‘뷰티&스파’였다. 고급 네일·스파숍을 연상케 하는 인테리어에 한 번 놀라고, 족욕기가 좌석마다 있어 또 한 번 놀랐다. 아이들이 스파를 받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유료로 운영된다. 이곳에 들어오면 스파 가운과 헤어밴드를 착용하고, 원하는 입욕제를 골라 족욕기에 푼다. 그리고 족욕을 하면서 와인잔처럼 생긴 귀여운 잔에 포도주스를 따라 즐길 수 있다.
두 살, 네 살 꼬마들이 꼬마 와인잔을 들고 어른처럼 잔을 맞대는 모습이 정말 귀여웠다. 부모는 파파라치가 된 것처럼 이쪽저쪽에서 폭풍 촬영을 했다. 마스크팩을 붙이고 손 마사지를 받는 동안 어린 수현이가 피곤한지 칭얼댔다. ‘캐리 언니’의 팬인 우리는 공주님처럼 얌전히 앉아 뷰티 타임을 즐겼다. 엄마 화장대를 넘보기 시작할 정도의 아이라면 더 만족도가 높을 것 같았다. 확실한 건 부모의 만족도는 최고라는 점. 따로 묻지 않아도 표정으로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의 인생 샷을 잔뜩 남겼으니 말이다.
심지어 네일아트도 받을 수 있었다. 이 역시 사전에 페인팅 클래스를 신청해야 한다. 다양한 매니큐어 중 바르고 싶은 색을 고르면 원하는 스타일로 데커레이션까지 해준다. 예전에 회사 동료와 젤네일을 받으러 갔던 홍대 앞 네일숍을 소규모로 옮겨놓은 것 같았다. 손톱에 예쁜 컬러와 반짝이가 올라가는 게 신기한지 아이들은 생애 첫 네일을 받으며 직원과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다. 지켜보던 엄마들이 “어머, 어른들이 네일 받으러 가서 수다 떠는 것처럼 애들도 수다를 떠네”라며 재밌어 했다. 칭얼대던 수현이도 손톱에 색을 입히는 순간에는 입을 삐죽 내밀고 엄청나게 집중했다. 매장 직원은 “전 매장에서 쓰는 다양한 컬러의 네일아트는 임산부와 아이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친환경 제품”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후에도 편백나무 놀이터, 볼풀장, 스튜디오 등을 돌아다니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부모가 생각하는 이곳의 입장료와 체험비는 합리적일까. 동행한 부모들은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우리 양의 어머니는 “또래들은 캐리 언니를 다 안다. 여기 온다는 거 자체가 자랑거리더라. 아이가 ‘캐리키즈카페’에 간다고 며칠 전부터 친구들에게 자랑했다. 캐리 언니가 된 것처럼 여러 가지 체험을 해볼 수 있어 좋았다. 집에 갈 때 아이가 공주님 옷을 벗지 않으려 해 애를 좀 먹었다”며 웃었다. 수현 양의 어머니는 “체험을 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키즈카페는 입장료가 대부분 비슷하다. 강남에는 더 비싸고 럭셔리한 키즈카페도 있다. 여기는 다양한 클래스가 많아 좋은 것 같다. 2시간 동안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 데 2만 원 정도면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캐리키즈카페’를 찾은 아이들은 깜짝 등장한 엘리 언니와 사진을 찍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이곳에서는 백화점 ‘문센(문화센터)’처럼 강의료를 내면 발레부터 요가까지 다양한 수업을 매주 들을 수 있다. 근처에 살거나 정기적으로 IFC몰에 들르는 부모라면 아이와 함께 즐거운 추억을 만들기에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다만 주말에는 키즈카페 안에서 노는 시간보다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 수 있으니 ‘일찍 일어나는 부모가 자리를 잡는다’는 사실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다.
서울 여의도 IFC몰은 아이를 동반한 고객이 편하게 ‘몰링(malling)’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많다. L1층에는 유아 동반 고객을 위한 유아휴게실과 수유실이 자리한다. 내부에 기저귀 교환대, 정수기, 세면대, 전자레인지 등 편의시설과 기저귀 처리용 일회용 봉투, 공기청정기가 있다. 생후 24개월 이하 유아와 함께라면 L3층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신분증을 제시하면 유모차를 무료로 빌릴 수 있다. 유아휴게실과 수유실, 컨시어지 데스크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이용 가능하다.
여름방학과 휴가 시즌을 맞아 무료 체험 이벤트도 진행된다. L3층 사우스 아트리움에서는 7월 27일부터 8월 12일까지 ‘IFC몰 블루 어드벤처’가 열린다. 아이들이 대형블록을 자유롭게 쌓으며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어린이 놀이공간이다.
7월 27일부터 29일까지는 매일 3회씩 압화 액자 만들기, 캔들 만들기, 솝 클레이 체험 등을 할 수 있는 키즈 원데이 클래스를 운영한다. 5세 이상 어린이를 동반한 고객(총 15가족, 가족당 어른 1명과 어린이 1명)이면 누구나 현장 접수를 통해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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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홍중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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