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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Nov 29. 2018

제주도 비자림 근처, 그들이 그의 집을 다시 찾는 이유

박장현 보리게스트하우스 대표가 말하는 제주에서의 유유자적 라이프

제주도에는 공식적으로만 3500여 개의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현실적으로 제주도를 즐겨 찾는 마니아가 아니고서는 한 번 찾은 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찾는다는 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비자림 근처에 있는 보리게스트하우스는 그 수많은 게스트하우스 중 하나다. 그럼에도 박장현 대표가 운영하는 보리게스트하우스를 또다시 찾는 사람들이 있다. 조용한 분위기에 반하고, 깨끗함에 반하고, 사장의 친절함에 반해서 그렇다. 바닷가 근처도 아니고 요즘 유행하는 혼성 바비큐 파티가 열리는 곳도 아니지만 그렇기에 그의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건 디지털 라이프에서 벗어나 온전한 아날로그 라이프를 즐기고 싶거나 조용히 묵상하고 싶어 하는 손님들이다. 시끌벅적한 관광지가 아닌 제주의 곳곳에도, 그의 집에도 그런 매력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그 집에 묵고 싶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제주도에서 보리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주인장입니다.


# 어쩌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게 됐나요?

'유유자적 쉬고 싶다.' 직장인들이 매일 하는 생각이죠. 그걸 행동으로 옮겼어요. 책 읽고 영화 보고 산책하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싶었죠. 그래서 고민 없이 실행했어요. 사고는 치고 나서 수습하는 거라고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누구라도 조용히 저처럼 유유자적 쉬었다 갈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고 싶더라고요. 


# 고향이 제주가 아닌데 제주도에 게스트하우스를 차린 이유가 있나요?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전국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돌아다녔어요.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제주도는 마지막으로 온 곳이었는데, 그렇게 제주라는 곳의 매력에 빠져버리고 눌러앉게 됐죠. 


# 주변에서 반대는 없었나요?

음... 특별한 반대는 없었고요. 응원과 부러움을 한 몸에 받고 지내고 있어요. 아직까지는요~^^ 친구와 지인들에게는 제주도에 아는 사람이 운영하는 별장이 하나 생긴 셈이라 좋은 친구(?) 대우를 받고 있습니다.


# 보리게스트하우스를 찾는 건 어떤 사람들인가요?

주로 시끌벅적한 게스트하우스파티를 싫어하시거나 조용한 휴식을 원하시는 분들, 편안하고 쾌적한 게스트하우스를 찾으시는 분들이 많이 방문해주세요. 제주의 오름을 오르기 위해서 오름 투어 입문하는 분들도 많이 찾으시고요.


# 방에 TV가 없더라고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용한 휴식을 위한 주인장의 배려(?)라고 할까요. 굳이 멀리까지 여행 와서 TV 앞에 여행자들이 앉아있지는 않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고요. 제주에서 할 것, 볼 것이 얼마나 많은데요. 


# 게스트하우스에 책이 많은데, 독서를 즐기는 편인가요?

예, 좋아해요. 개인 취향의 서적은 따로 서재에 뒀고요. 게스트하우스의 북카페에는 창업을 준비하며 참고했던 책과 선물 받은 책을 비롯한 제주도와 제주도 여행에 관련된 서적 1000여 권을 비치해뒀어요. 무작정 여행 오셔서 북카페에서 책을 살펴보면서 여행 루트를 짜는 손님들도 있죠. 


# 아침에 조식도 준다고 들었어요. 메뉴는 직접 정하나요?

토스트를 포함한 간단한 조식(가끔은 누룽지탕을 하기도 해요)을 준비해서 숙박하는 분들에게 오전에 제공해요. 직접 조리해서 정성껏 제공하죠. 저도 게스트하우스 스태프들도 같이 먹는 아침 식사거든요.


# 보리게스트하우스의 장점은 뭔가요.

이용후기를 보니 가장 많이 적어주시는 게 청결하다는 점과 조용하다는 점이더라고요. 지내는 동안 편안했다고 써주신 분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적당한 방치(?)와 무관심에 대한 이야기도 많았는데요. 제가 억지스럽게 친절을 베푸는 타입은 아니라서 오히려 그런 부분을 좋아하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 숙박한 손님들을 대상으로 오름 투어도 한다고 들었는데요.

게스트하우스가 있는 송당리에 있는 오름들을 랜덤으로 정해서 1곳을 투어 해요. 비가 올 때는 위험하니 하지 않고요. 전날 손님들에게 오름 투어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고 다음 날 갈 곳을 정하곤 하지요. 


# 게스트하우스 근처에 갈만한 곳을 몇 군데 추천해 주세요.

너무 많은데요. 일단 비자림이 가깝고요. 오름 하면 용눈이 오름과 아부오름, 백약이오름, 다랑쉬오름 등이 있어요. 송당나무가드닝센터나 산굼부리, 사려니숲길도 많이 찾고요. 메이즈랜드도 어린이들과 함께 왔다면 추천할 만한 곳이에요. 풍림다방은 '수요미식회'에 나오면서 더 유명해진 곳이죠. 걸어서 갈 수 있어요. 


# 제주도에서 남들이 많이 가는 곳이 아닌 곳 중 추천할 만한 여행지가 있을까요?

함덕서우봉해변도 좋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별장이었다는 귀빈사가 자리한 민오름도 자연을 즐기기에 좋은 곳이죠. 

게스트하우스 사진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자주 보이던데 직접 키우는 아이들인가요?

제주도에 유기견이 많이 버려지고 있어요. 주로 유기견이나 유기묘를 식구로 맞아들이고 있어요. 손님들도 예뻐해 줘서 보리게스트하우스의 홍보대사와 같은 존재들이지요. 


청춘아 당신이 떠나는 여행은 낭비가 아니다


# 게스트하우스에 오는 사람들이 무엇을 얻어갔으면 하나요.

보리게스트하우스의 슬로건은 "청춘아 당신이 떠나는 여행은 낭비가 아니다"예요. 제주를 여행하며 이곳을 거쳐가신 분들이 시간과 돈을 쓴 만큼 좋은 추억을 만들고 여행에 만족하고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었나요.

여기 와서 안 사실인데, 제주도는 세탁물이 하루 만에 마르지 않아요 ㅎㅎㅎ 여름 햇살이 아무리 뜨거워도 섬이라 그런지 세탁물이 쉽게 마르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1년 365일 제습기를 돌리며 살아야 해요. 그 점이 제일 어렵죠.

#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뿌듯했던 때는 언제인가요.

제주도에 있는 공식적인 게스트하우스만 3500여 개예요. 각자가 다양한 콘셉트와 인테리어로 여행자를 이끌죠. 사실상 재방문하는 건 어렵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럼에도 지난번에 방문한 기억이 좋아서 보리게스트하우스를 다시 찾아주신다거나, 방문했던 분들의 추천으로 왔다고 얘기해주시는 분들을 만나면 정말 기뻐요. 


# 외지인으로 살아가면서 느낀 제주도 인심은 어떤가요.

주변에 사시는 할망(할머니) 하르방(할아버지) 삼춘(동네아저씨)들이 좋으신 분들이라 아직 남들이 제주도 와서 느꼈다는 텃세는 경험하지 못했어요. 다들 젊은 사람이 와서 사업한다고 이것저것 많이들 도와주세요. 


#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런 로망이 있는 사람들에게 팁을 준다면요? 

아무래도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달 살기는 불편함이 많아요. 예를 들면 짐 보관부터 시작해서 세탁과 소등 등의 이용규칙이 있어서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고 제약도 많지요. 한달살이 하우스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는데 가성비를 따진다면 그런 곳들도 좋을 거예요. 제주에서 한 달 살기가 인기이다 보니 한달살이 셰어 하우스도 많이 생기는 추세거든요.


# 보리게스트하우스만의 룰이 있나요?

저희는 23시에 칼같이 소등합니다(웃음). 오전 6시까지는 깜깜하지요. 주인장이 소등을 칼같이 한다고 냉정하다는 후기가 많았는데, 오히려 그런 후기를 보고 소등을 잘 지켜주는 게 마음에 든다고 많이 찾아주시더라고요. 정말 조용한 제주의 밤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 손님들이 게스트하우스에 와서 이것만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하는 게 있나요?

다른 여행자를 위한 배려요. 도미토리를 이용하면 다른 사람과 공간을 나누어 쓰게 되는데, 상대를 위한 배려가 없다면 도미토리를 이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조금씩 배려해야 즐거운 여행이 될 수 있겠죠.


# 쉬는 날이 없는 게스트하우스 운영이 힘들지는 않나요. 해보니까 적성에 맞아요?

쉬는 날이요? 손님 예약이 없는 날이 쉬는 날이죠(웃음). 매일매일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것이 아주 매력적이에요. 늘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아주 좋아요. 사람 만나고 이야기 나누는 걸 좋아한다면 적성에 맞을 거예요. 


#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나요.

날씨 좋은 날에는 오름을 오르고 제주의 푸른 바다를 보고 해안도로 드라이브를 가기도 해요. 제주도민만 아는 맛집을 찾아가서 투어하고 숲길을 걸으며 시간을 보내죠. 게스트하우스에 찾아오시면 현지인들이 아는 숨은 맛집을 많이 추천해드릴게요. 

#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오름이나 올레길 코스, 바닷가가 있으면 추천해주세요.

날씨 좋은 날에 오르는 오름이 세상에서 가장 예쁜 오름이죠. 제주의 바다는 하늘이 푸르를수록 더 파랗고 아름답게 빛나요. 동쪽으로 가신다면 함덕서우봉해변을 가 보세요. 정면에서 보는 함덕해변 말고 오른편 서우봉(오름)에 올라 옆에서 보는 함덕해변이 아주 매력적이랍니다.


# 제주도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고즈넉함. 느림. 푸른 하늘. 맑은 공기. 제주에서 살다 보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걸 느낄 수 있답니다.  


# 사장님께 매력 어필 시간을 드릴게요.

조용하신 분들, 누군가에게 방해받고 싶지 않으신 분들, 편안한 휴식을 원하는 분들이 많이 찾아오셨으면 좋겠어요~^^

# 2019년의 목표는 뭔가요?

북카페 콘셉트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면서 독립서점을 함께 운영하는 게 꿈이었거든요. 계속 준비 중인데 확실한 콘셉트를 잡아서 내년에는 꼭 독립서점을 열고 싶네요. 더 많은 분들과 즐거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업데이트되는 소식은 공식 블로그를 확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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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글 쓰고 사진과 영상을 찍는 구희언 동아일보 출판국 기자. 취재 뒷 이야기와 지면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관심 있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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