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기자 Nov 20. 2018

크리스털 에디션은 주얼리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흡연자 위한 서울 강남 KT&G 플래그십 스토어 ‘릴 미니멀리움’

10월 서울 강남에 문을 연 KT&G 플래그십 스토어 ‘릴 미니멀리움’. 전자기기 스토어 같은 깔끔한 인테리어가 인상적이다.

기사를 쓰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잘 써지지 않으면 회사 건물 바로 옆에 있는 카페를 찾는다. 얼음이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기 위해서다. 커피 한 잔을 사 와 ‘힐링 포션’처럼 ‘석션’하며 타이핑을 하면 안 써지던 글도 몇 줄씩 이어진다.  

같은 상황일 때 담배를 피우는 동료들의 행동 양상은 사뭇 다르다. 이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 야외 주차장으로 향한다. 영하의 기온도, 눈보라나 비바람도 이들을 막을 수 없다. 

커피를 사 올 때 ‘흡연존’에서 마주쳐 인사하는 얼굴들은 매년 크게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그들의 손에 일반 담배 대신 궐련형 전자담배가 들려 있다는 것이다.  

‘고기 맛집 삼대장’ ‘편의점 맥주 삼대장’처럼 궐련형 전자담배시장에도 ‘삼대장’이 있다. KT&G의 ‘릴(lil)’,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IQOS)’,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코리아(BAT코리아)의 ‘글로(glo)’다. 점유율은 ‘아이코스’ ‘릴’ ‘글로’ 순이다. 

업계에 따르면 전자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전체의 10%가량이다. 지난해 판매된 전체 담배량은 35억2340만 갑. 이 중 궐련형 전자담배는 7870만 갑(2.2%)이었는데, 올해 9월 기준으로 8.9%까지 점유율이 올라갔다. 흡연자 10명 중 1명은 전자담배를 피우는 것. 정부도 2019년부터 궐련형 전자담배의 흡연율을 별도로 조사하기로 했다.  

대학생 때부터 연초를 피우다 전자담배로 넘어간 한 30대 남성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적응하면 손에 특유의 냄새가 배지 않아 좋고 재를 처리하기도 편하다”고 말했다. 한 30대 여성은 “담뱃갑에 인쇄된 사진이 징그러워 덧씌울 케이스를 찾던 중 친구가 쓰던 전자담배를 피워보고 갈아탔다. 충전만 제때 하면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줄 서서 담배를 산다고?


‘릴 미니멀리움’에서는 전자담배 기기 외에도 각종 액세서리를 판매한다(왼쪽).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릴 크리스털 에디션’ 한정판.

‘아이코스’나 ‘글로’가 보조배터리 브랜드쯤 되는 줄 알았던 ‘비흡연자’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릴’이었다. 10월 3일 KT&G가 릴 전용 플래그십 스토어를 서울지하철 9호선 신논현역 인근에 오픈했다는 이야기를 듣고부터다. ‘릴’은 지난해 11월 공식 출시되고 이틀 만에 1만 대가 나가고, 한 달 동안 5만 대가 팔렸다. 얼마 전에는 ‘릴 미니(lil mini)’ 한정 판매로 매장 앞에 길게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대체 어떤 전자담배길래 줄까지 서가며 사는지 궁금했다. 

플래그십 스토어 이름은 ‘릴 미니멀리움(lil MINIMALIUM)’. 애연가 독자에게도 다양한 선택지를 보여주고자 비흡연자지만 이곳을 탐험해보기로 했다.  

11월 12일 오전에 찾은 ‘릴 미니멀리움’은 ‘애플스토어’ 1호점이나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라이브(Live) 강남’처럼 깔끔한 내 · 외관이 인상적인 공간이었다. 운영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매장에 들어서자 정보기술(IT) 기기 AS센터처럼 깔끔하게 차려입은 직원들이 웃으며 반겼다. ‘a little is a lot’이라는 문구도 눈에 들어왔다. ‘릴’이 추구하는 ‘줄임의 기술과 절제의 미학이 만들어낸 자유로움과 편안함’을 표현한 문구였다. 

이곳은 2개 층으로 이뤄져 있었다. 1층 매장에서는 ‘릴’ 브랜드 제품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고, 다양한 종류의 케이스와 파우치 등 전용 액세서리도 살 수 있다. 보조배터리가 들어간 전자기기다 보니 MP3 플레이어처럼 가지고 다닐 수 있는 목걸이와 고급 가죽 파우치, 충전 크래들 및 거치대 등 액세서리 종류도 다양했다.  

한쪽에는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장식된 ‘릴 크리스털 에디션’ 한정판이 있었다. 가격은 30만 원.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은 만년필이나 스마트폰 케이스, 주얼리에만 쓰는 게 아니었다. 

출시 초 하루에 100대씩만 팔아 화제를 모은 ‘릴 미니’도 있었다. 가격은 10만 원. KT&G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면 할인쿠폰을 받아 7만 원대에 구매할 수 있다. ‘릴 미니’는 기존 ‘릴’보다 콤팩트한 것이 특징이다. 헬스 · 뷰티 스토어 올리브영이나 랄라블라에 가면 살 수 있는 향수 공용기 같은, 동글동글하고 매끈한 모양이라 디자인만 보면 이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곳에서는 ‘릴’ 제품을 구입하거나 클리닝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2층에는 카페(왼쪽)와 별도의 흡연 공간이 마련돼 있다.

2층에는 AS 서비스와 고객 상담 코너, 멤버십 라운지가 자리했다. 상담을 받으면서 다양한 종류의 제품을 추천받아 구입할 수 있다. 11월 30일까지 ‘릴’ 기기를 가져오면 클리닝 서비스를 무료로 해준다. 매장 관계자는 “제품을 사지 않아도 매장을 자유롭게 방문해 제품을 충전하거나 클리닝 서비스를 받으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흡연자들 반응은?


흡연자들은 일반 담배에서 전자담배로 갈아탈 의향이 있을까. 흡연자들에게 ‘릴’을 권해봤다. 화이트, 블루, 다크네이비 컬러의 ‘릴 플러스(lil plus+)’는 11만 원인데, KT&G 홈페이지에서 할인쿠폰을 받아 8만3000원에 구매했다. KT&G는 ‘릴’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달성한 기념으로 기존에 쓰던 ‘릴 1.0’ 기기를 반납하면 ‘릴 플러스’ 기기를 할인가에 살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 중이니 기존 사용자라면 더 저렴하게 기기 변경이 가능하다. 

‘릴’에 끼워 사용하는 전용 스틱 ‘핏’은 각각 4500원(체인지, 체인지업, 스파키, 체인지톡, 쿨샷)으로 일반 담배와 가격 차이가 없었다. 몇몇 인기 제품의 은박 포장을 벗겨 코를 대보니 담배 특유의 불쾌한 냄새 대신 자몽이나 스피어민트 향이 났다. 스틱 끝을 살짝 누르자 캡슐이 터지면서 더 진한 향이 느껴졌다.  

연초를 오래 피워온 30대 남성 직장인은 ‘릴’을 써본 후 “확실히 일반 담배보다 잔향이 길다. 다 피운 후에도 한동안 입안에 캡슐 향이 맴돈다”고 말했다. 40대 남성 직장인은 “처음 한 모금 흡입하니 목구멍에 멘톨 향이 강하게 들어왔다”며 “멘톨 담배도 피워봤는데 이 제품이 일반 담배보다 향이 더 강렬하다. 이 향을 좋아한다면 갈아탈 것 같다”고 했다. 50대 초반 남성 직장인은 “우선 입안에서 느껴지는 향이 부드럽다. 냄새도 안 나는 것 같아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한 모금의 양이 일반 담배보다 적은 것 같아 좀 힘차게 빨아야 하는 것이 아쉽다”고 밝혔다.  

임왕섭 KT&G 제품혁신실장은 “ ‘릴’ 전용 플래그십 스토어는 오프라인 채널을 통해 소비자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직접 소통하고자 만들어졌다”며 “앞으로 인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과 서울 동대문점에도 ‘릴 미니멀리움’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전자담배삼대장 #보조배터리인줄 #민트컬러미니담배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핫플레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와글와글한 명소가 궁금한가요? 검증되지 않았는데 생돈 주고 ‘도전’하는 건 조심스럽다고요? 걱정 마세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대신 찾아가 속속들이 살펴보고 알려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되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도 #매거진동아 #쿠스타그램 등으로 검색하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전자담배와 금연보조제, 비슷해 보이나요?


‘릴 플러스’ 기기와 전용 담배인 ‘핏’ 시리즈.

“전자담배로 금연할 수 있나요?”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지식iN에 수년째 올라오는 단골 질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전자담배도 담배라는 점이다. 피우는 방식 때문에 ‘전자식 금연보조제’로 착각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전자담배는 니코틴을 액상이나 필터를 통해 체내에 흡입하는 방식이기에 연초와는 모양만 다를 뿐 엄연히 담배다.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개비를 피울 때 발생하는 평균 니코틴 함량은 아이코스(히츠 앰버) 0.5mg, 릴(핏 체인지) 0.3mg, 글로(던힐 네오스틱 브라이트 토바코) 0.1mg이었다. 국내에서 많이 팔리는 일반 담배(디스플러스, 에쎄 프라임, 던힐, 메비우스 스카이블루, 팔리아멘트 아쿠아5)의 니코틴 함량은 0.4~0.5mg 선이다.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를 피우던 사람들의 다른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뿐 ‘금연용 아이템’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하자.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지호영 기자


http://weekly.donga.com/3/all/11/1544321/1

매거진의 이전글 치킨에 막 상큼한 레몬 같은 걸 끼얹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