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든 ‘카카오’ 만나면 뜬다?
카카오프렌즈와 만난 제품이 잘 팔리는 이유
당신은 라이언 파인가, 어피치 파인가?
라이언과 어피치, 카카오프렌즈 인기 양대산맥
역시 ‘라 전무’의 힘은 강력했다. 카카오IX의 캐릭터 브랜드인 카카오프렌즈 중에서도 특히 인기가 많은 캐릭터는 단연 ‘라이언’. 인기와 위력 덕에 팬들 사이에서는 ‘라 전무’로도 불리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완판’ 행렬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11월 27일 카카오IX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출시한 스페셜 리미티드 에디션 ‘루돌프 라이언’이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됐다. 카카오IX 관계자는 “현재 고객센터로 어떻게 해야 루돌프 라이언을 살 수 있는지 문의가 너무 많이 들어온다. 그래서 12월 중에 추가로 생산, 판매해야 할지 검토 중인 단계”라고 말했다.
카카오프렌즈 가운데 가장 늦둥이인 라이언은 연말마다 한정판으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2016년 후디 라이언과 산타 라이언을 시작으로 패딩 라이언, 루돌프 라이언까지 모두 품귀 현상을 보이며 카카오프렌즈의 효자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카카오프렌즈 서울 강남 플래그십 스토어 3층의 디저트 카페 ‘콰르텟 강남’에서는 라이언의 얼굴을 본뜬 라이언 에그번을 판다. 일명 ‘라이언 빵’으로 불리는 이 제품과 라이언 얼굴이 그려진 식빵은 오전이면 판매가 끝날 정도로 인기다.
라이언은 ‘카카오뱅크 은행장’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카카오프렌즈의 네 캐릭터(어피치·무지·라이언·콘)가 그려진 체크카드를 출시했는데, 특히 라이언 캐릭터 체크카드 발급 신청이 줄을 잇고 있다. 이 때문에 “라이언 말고 다른 캐릭터로 체크카드를 신청하면 좀 더 빨리 받을 수 있다”는 꿀팁 아닌 꿀팁까지 누리꾼 사이에서 돌았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7월 기준으로 카카오프렌즈 체크카드는 전체 계좌 개설 고객의 약 78%인 500만 명이 신청했는데, 이 중 가장 많이 발급된 건 ‘라이언’(49.1%)이다. 업계 관계자는 “체크카드라 연회비 부담이 없고, 카드 디자인이 귀여워 쓰지 않더라도 발급받은 고객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타벅스 카드 모으듯, 체크카드를 일종의 ‘카카오프렌즈 굿즈’로 여기고 소장하려는 소비자도 있다는 이야기다.
카카오IX 관계자는 “처음 라이언이 나왔을 때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글로벌시장까지 보면 라이언과 어피치가 동등하게 인기를 누리고 있다. 표정이 없는 라이언은 기쁨과 슬픔을 나누고 조력자 역할도 해주는 형이나 오빠 같은 이미지다. 반면 어피치는 항상 웃고 있고 제스처도 귀엽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인기 케이팝(K-pop) 그룹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카카오프렌즈를 올리면 팬들이 한국을 방문했다 숍에 들러 제품을 잔뜩 사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카카오프렌즈숍과 카카오톡 이모티콘으로만 만나볼 수 있던, 요즘말로 ‘귀염 뽀짝’한 이 친구들은 많은 기업의 줄기찬 러브콜 덕에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통해 소비자와 만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더페이스샵은 카카오프렌즈의 오랜 팬 중 하나다. 2016년 더페이스샵은 카카오프렌즈와 협업으로 선보인 제품을 싱가포르, 베트남, 미국에 이어 중국에도 정식 론칭해 뷰티업계 왕훙(중국 스타블로거)을 비롯한 해외 팬들 사이에서도 인기를 끌었다. 이후 더페이스샵은 시즌마다 카카오프렌즈와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내놓고 있다. 5월에는 어피치를 주인공으로 한 쿠션 케이스, 모노팝 아이즈, 체리블라썸 보디 워시&로션 등을 선보이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11월 22일에는 카카오프렌즈와 함께 크리스마스 감성을 담은 ‘더페이스샵×리틀프렌즈 홀리데이 에디션’을 한정 출시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한정판으로 내놨던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올해 5월 정식 출시하면서 그 기념으로 ‘까르보불닭볶음면 어피치 에디션’을 8월까지 특별 생산했다. 서울우유도 5월 카카오프렌즈와 협업한 신제품 ‘치즈큐빅’ 3종을 선보였다. 한입에 먹을 수 있는 미니 사이즈 치즈로, 패키지 디자인에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들을 넣으면서 ‘경고문구-매우 맛있음’이라고도 적어놓아 젊은 소비자층의 호응이 컸다.
신제품 이외에 기존 인기 제품들도 이미지 변신을 위해 카카오프렌즈와 손잡는 경우가 많다. 특히 장수 브랜드들의 협업 욕구가 높다. 제품 이미지를 해치지 않으면서도 ‘산뜻하고 젊은 이미지’를 새롭게 어필하는 데 카카오프렌즈만큼 효과적인 캐릭터도 드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테디셀러일수록 셀링 포인트가 부족한데, 그럴 때 인기 캐릭터나 연예인과 컬래버레이션을 하면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효과적일뿐더러, 새롭게 홍보할 수 있는 포인트도 된다”고 설명했다.
동서식품의 장수 브랜드 ‘맥심모카골드’는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최근 한정판 ‘맥심×카카오프렌즈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했다. 귀여운 캐릭터를 선호하는 2030 소비자가 주요 타깃이다. 패키지마다 머그와 코스터 세트, 보온병, 디저트 볼 등 한정판 카카오프렌즈 제품이 포함돼 있다. 제품 패키지와 커피믹스 스틱에는 제품별로 라이언(모카골드 마일드), 무지(모카골드 라이트), 튜브(모카골드 심플라떼), 어피치(화이트골드) 캐릭터를 새겼다. 그냥 먹고 휴지통에 버리기에는 아까운 에디션이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는 아예 한정판 텀블러만 구해 팔거나 텀블러는 자기가 갖고 커피를 묶음으로 파는 사람도 등장했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8월 카카오IX와 브랜드 협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향후 1년간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제품 패키지 라벨에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출시 20주년을 맞은 제주삼다수의 경우 10월부터 330㎖와 1ℓ 제품을 출시하고 라이언과 무지, 프로도 등 카카오프렌즈 캐릭터 라벨이 붙은 패키지를 시즌마다 내놓기로 했다.
특별한 시즌에 맞춰 카카오프렌즈와 기업이 손잡기도 한다. SPC삼립이 운영하는 떡 프랜차이즈 ‘빚은’은 2018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즌에 맞춰 카카오프렌즈와 함께한 ‘떡하니 합격 선물세트’를 선보였다. ‘떡하니 합격 선물세트’는 찹쌀떡 8개로 구성된 1호와 찹쌀떡과 전통 엿이 함께 들어 있는 2호, 찹쌀떡과 전통 엿 외에 ‘카카오프렌즈’ 필기구가 포함된 3호까지 총 3종으로 출시됐다.
롯데제과도 올해 빼빼로데이(11월 11일)에 맞춰 카카오프렌즈를 모델로 내세웠다. 1983년 제품 출시 이래 빼빼로 광고에서 사람이 아닌 캐릭터가 모델을 맡은 건 처음이다. 업계 관계자는 “1020 소비자 사이에서 카카오프렌즈가 워낙 인기가 많다 보니 광고모델로 낙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악성팬, 사생팬 없는 국산 캐릭터계의 아이돌인 셈이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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