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 팝콘D스퀘어 ‘원피스’ 2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 가보니
‘이 작품, 생전에 완결까지 볼 수 있을까.’ 일본 만화가 오다 에이치로의 ‘원피스’는 ‘헌터×헌터’ ‘명탐정 코난’과 함께 만화 ‘덕후’들 사이에서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작품으로 꼽힌다. 그런 ‘원피스’의 애니메이션이 방영된 지도 어느덧 20주년. 일본 만화계에서 ‘드래곤볼’ ‘슬램덩크’ ‘유유백서’의 시대를 이어받은 삼대장 ‘원나블’(‘원피스’ ‘나루토’ ‘블리치’의 앞 글자를 딴 말)이 아닌가. 구보 다이토의 ‘블리치’는 완결됐고, ‘나루토’는 완결 후 원작자 기시모토 마사시의 감수 하에 나루토의 아들 보루토 세대가 중심인 ‘보루토 : 나루토 넥스트 제너레이션즈’로 팬들을 만나고 있다. 지금까지 오리지널 스토리를 이어온 건 ‘원피스’뿐이다.
3월 말부터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테마파크 6층 팝콘D스퀘어(PopconDSquare)에서 애니메이션 ‘원피스’ 20주년 기념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오랜만에 작품 줄거리를 훑었다. 단행본이 나올 때마다 꾸준히 챙겨 봤지만 생업 때문에 잠깐 손을 놓은 사이 이야기가 한참 흘러가버렸다. 다시 들여다보니 익숙한 얼굴보다 새로운 얼굴이 많았다. ‘원피스’ 덕후를 자처하는 후배에게 팝업스토어에서 산 랜덤 굿즈들을 보여주자 ‘삼지안’을 가진 샬롯 푸딩, ‘상디’의 형제자매인 빈스모크 레이주와 니디, 욘디라고 설명해주며 “선배, ‘원피스’ 놓은 지 꽤 오래되셨군요”라고 덧붙였다. 이게 무슨 소리요, 덕후 양반! 내가 원알못이라니!
1997년 연재를 시작한 만화 ‘원피스’는 신기록 제조기로 통한다. 2014년에는 단일 작가에 의해 제일 많이 발행된 만화책(3억2000만 부)으로 기네스 세계기록을 세웠고 일본 만화 역사상 처음으로 누계 판매 부수 4억 부를 돌파했다. 애니메이션으로 탄생한 건 1999년이다.
“너, 내 동료가 돼라”는 대사로 유명한 이 작품은 해적왕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진 소년 몽키 D. 루피가 바다로 나가 다양한 동료를 만나고 각자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수많은 캐릭터는 독특한 매력과 사연을 갖고 있어 선과 악역을 가리지 않고 폭넓게 사랑받았다. 먹으면 특별한 능력을 갖게 되는 ‘악마의 열매’도 작품의 재미 요소 가운데 하나. 악마의 열매를 먹고 어떤 필살기를 발휘할지 상상하는 재미가 있다.
대원미디어는 국내에서 ‘원피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라이선싱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원피스’ 외에도 ‘도라에몽’ ‘짱구는 못말려’ 등의 다양한 IP를 보유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스파오와 컬래버레이션해 품귀 현상을 빚은 ‘짱구 파자마’가 대표적인 히트작이다. ‘홀케이크 아일랜드’ 편을 콘셉트로 한 ‘원피스’ 팝업스토어는 팝콘D스퀘어와 해적선 모양의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서울 홍대앞 원피스 카페 ‘Cafe de ONE PIECE’에서 동시에 열리고 있다.
4월 2일 오후 팝콘D스퀘어에 마련된 팝업스토어를 찾았다. 입구에 루피와 나미, 조로, 상디, 우솝과 쵸파 등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그 뒤로 ‘빅맘 해적단’의 수장 샬롯 링링(빅맘)의 압도적인 비주얼이 눈에 들어왔다. 빅맘은 작품 세계관에서 골 D. 로저, 에드워드 뉴게이트(흰수염), 시키 같은 1세대 해적으로 분류된다. 신세계를 지배하는 ‘사황’의 일원 중에서는 유일한 여성이다. 별명이 ‘빅맘’인 이유는 아들 46명, 딸 39명으로 총 85명의 자녀를 두었기 때문. ‘식탐앓이(食いわずらい)’라는 지병을 앓고 있어 과자처럼 특정한 먹을거리가 떠오르면 제정신을 잃고 그것을 먹을 때까지 멈추지 않고 날뛰며 주변의 모든 것을 파괴한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용산 ‘팝버블’에서는 홍대앞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콘셉트의 디저트를 판매한다”고 말했다. 백문이 불여일견. 바로 주문했다. ‘홀케이크 아일랜드’ 편을 테마로 한 팝버블은 4월 28일까지 컬래버레이션 카페로 운영된다. 한정 음료는 4종, 디저트는 6종이다.
빅맘의 토트랜드 크로캉부슈(1만5800원)는 생크림과 꽃, 아이스크림 슈가 어우러져 섬 모양을 이룬 거대한 디저트로, 보고만 있어도 입안이 달았다. 빅맘의 토트랜드 BIG 파르페는 2만5800원이었는데, 이곳에 온 커플은 모두 이걸 주문했다. 얼굴도 들어갈 것 같은 거대한 용기에 ‘달다구리’가 마치 팥빙수처럼 한가득 담겨 나왔다. 상디의 망고 패션후르츠 에이드, 루피의 히비스커스, 푸딩의 달달한 라테, 쵸파의 딸기 스무디는 각각 6800원이었다. 역시 달았다. 단 메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커피 메뉴도 팔고 있었다.
용산 ‘팝버블’ 카페에서만 살 수 있는 랜덤 마그넷도 있었다. 하나를 사면 2900원이지만 네 개를 사면 1만 원(개당 2500원). 개당 400원 할인에 넘어가 네 개를 샀다. 밀봉된 마그넷을 골라 가져가는 방식인데 뜯어 보니 루피 두 개, 샬롯 푸딩 두 개였다. 루피가 있어 기분이 좋았다. 이곳에서는 ‘원피스’ 한정 메뉴를 3만 원 이상 구매하면 4월 28일까지 선착순 1000명에게 ‘꽝 없는 100% 스크래치 쿠폰’을 준다. 루피, 에이스, 카타쿠리, 로우 등 희귀 피겨를 비롯한 다양한 캐릭터 상품을 받을 수 있는 이벤트. 동전으로 스크래치 쿠폰을 긁었는데 6등이 나와 홀케이크 한정인 사각 캔 배지 세트를 받았다. 꼴찌(7등)는 아니라 다행이었다. 참고로 4월 28일까지 한정 메뉴를 사면 용산과 홍대 앞 매장에서 이벤트 엽서를 준다. 두 매장을 각각 방문해 이벤트 엽서를 모두 모으면 ‘원피스’ 한정 프리즘 카드 3종을 선착순으로 받을 수 있다.
MD숍에서는 ‘원피스’ 피겨와 굿즈를 판매하고 있었다. 작품이 워낙 인기다 보니 한때 ‘와피스’처럼 이 작품을 표절한 플래시 애니메이션이나 ‘짝퉁’ 피겨가 팔리곤 했는데, 이곳은 대원미디어에서 관리하고 있어 ‘짝퉁’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입구에 큼직한 루피와 조로 쿠션이 놓여 있었다. 현상금을 내건 수배 전단 같은 디자인의 LED(발광다이오드) 무드등은 4만5000원, SD(Secure Digital) 버전 무드등은 2만9000원이었다. 쵸파 모양 방향제는 5500원, 악마의 열매 모양 향초는 작은 게 8000원이었다. 해적기 키친 매트는 3만2000원으로, 이것만 있으면 부엌에서 해적 느낌을 낼 수 있을까.
롯데리아에서 ‘포켓몬스터’ 피겨를 받겠다고 햄버거 세트를 먹을 만큼 ‘피겨 킬러’인 기자의 눈에 들어온 건 역시나 랜덤 피겨(1만5000원)였다. 컵 위에 올려놓을 수 있는 미니 피겨라 귀여웠다. 두 개 사서 뜯어 보니 하나는 에이스, 하나는 조로였다. 맞은편에는 짱구, 도라에몽 등 대원미디어가 보유한 다른 IP 제품들을 팔고 있었다.
팝업스토어에서는 ‘원피스’를 소재로 한 액션 어드벤처 게임 ‘원피스 월드 시커’도 즐길 수 있었다. 3월 플레이스테이션(PS)4와 개인용 컴퓨터(PC) 버전으로 발매된 게임으로, 성과 농지가 펼쳐진 ‘감옥섬’을 루피가 돼 종횡무진 누비면서 모험하는 게임이다. 게임기가 있는 공간에도 고가의 피겨가 진열돼 있어 구매욕을 자극했다.
용산 팝업스토어는 포토존과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 MD숍, 카페 ‘팝버블’로 구성돼 있다. 포토존에는 애니메이션 방영 20주년 기념 그림이 있었는데, 요즘 증강현실(AR)을 적용한 사진이 하도 많다 보니 벚나무와 벤치, 패널만 있는 포토존이 조금은 심심해 보였다. 부모부터 아이까지 모두 좋아하는 작품인 만큼 온 가족이 사진 찍을 만한 스폿이 더 다양하면 좋았을 것 같다. 7월에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원피스’ 관련 대규모 행사인 ‘2019 원피스 런 인 한강’도 열린다고 하니 오랜 팬이라면 총알을 비축하도록 하자.
1999년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이 처음으로 방영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품으로 우뚝 선 ‘원피스’의 성대한 축제가 한국에서도 열린다. ‘원피스’ 팬이라면 올여름 한강으로 나가보자. 대원미디어가 주최하고 시소플레이가 주관하는 ‘원피스’ 20주년 기념행사 ‘원피스 런 인 한강’은 서울 난지 한강공원 중앙 잔디광장에서 7월 6일과 7일 양일간 열릴 예정이다. 이 행사는 ‘원피스’의 본고장인 일본을 비롯해 현재까지 대만, 태국, 홍콩, 싱가포르 등 5개 도시에서 개최됐으며, 전 세계 ‘원피스’ 팬을 위한 기념행사이자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했다. 국내에서는 올여름 처음으로, 그것도 대규모로 열리는 것이다.
참가자에게만 특별히 주어지는 한정판 상품도 컬렉터라면 놓칠 수 없다. 행사 참가자를 위한 티켓 패키지별 경품과 함께 완주자에게는 기념 메달도 수여될 예정이다. 먼저 주요 프로그램인 ‘러닝 존’은 ‘원피스’의 핵심 에피소드를 달리면서 지나온 스토리를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첫째 날에는 4km 구간의 ‘스페셜 런’이, 둘째 날에는 ‘원피스’ 속 섬들을 테마로 한 행사장 전체를 둘러볼 수 있는 ‘패밀리 런’이 마련된다. 이외에도 에어바운스를 활용한 미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놀이 공간인 ‘미션 존’, 해적과 해군으로 나뉘어 물총 싸움을 즐길 수 있는 ‘테마 존’ 등 다양한 놀이 · 문화 공간으로 구성된다.
행사 티켓은 기념 티셔츠와 타월, 타투 스티커 등 경품과 함께 물총, 워터슈즈, 방수팩, 퍼즐, 무드등이 모두 포함된 ‘플래티넘 패키지’부터 골드 A·B·C 패키지 / 실버 패키지 / 브론즈 패키지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4월 8일부터 공식 홈페이지에서 판매 중이다. ‘플래티넘 패키지’는 비싼 가격만큼 증정품도 다양하다. 양일권과 티셔츠, 워터슈즈 외에 기념 타월과 번호표, 팸플릿, 비닐 백팩, 타투 스티커, 완주 메달, 방수팩, 퍼즐, 무드등 3종 등이 포함된 가격은 18만5000원. 이 패키지에는 70cm의 초대형 물총도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OST 콘서트와 ‘원피스’ 퀴즈, 성우 이벤트, 코스프레 등 팬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행사가 계획돼 있어 준비된 ‘덕후’들이 덕력을 뽐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이번 ‘2019 원피스 런 인 한강’을 개최하려고 원작사 측과 오랜 기간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국내 팬들을 위한 소통 창구와 교류의 장 마련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해 극적으로 성사됐다. 한국 최초 ‘원피스 런’을 위한 스페셜 MD도 제작했으니 많은 참여 바란다”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2019 원피스 런 인 한강’ 공식 홈페이지와 카카오플러스친구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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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김도균 객원기자, 대원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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