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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Jun 10. 2019

F학점은 싫지만 이런 F는 좋아

서울 가로수길 젠틀몬스터×펜디 카페 ‘더 가든’ 가보니



얼핏 보면 향초 같기도 하고 이끼 같기도 한 독특한 모양의 디저트, 굉장히 있어 보이는 날렵한 디자인의 선글라스, 알파벳 ‘F’가 큼직하게 박힌 빨갛고 노란 아이스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젠틀펜디’라고 검색하니 쏟아지는 900여 장의 사진. ‘젠틀펜디’는 글로벌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와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펜디가 만나 협업한 컬렉션이다. ‘젠틀펜디’ 컬렉션은 혁신적인 디자인과 정교한 기술력이 어우러진 유니섹스 스타일로 트렌디한 형태와 소재 조합이 특징이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젠틀몬스터의 혁신적인 디자인과 펜디의 장인정신이 만나 예측 불가능한 미학과 활기찬 무드를 보여준다.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녹여낸 ‘캣아이 프레임 GENTLE FENDI 01’과 ‘오버사이즈 프레임 GENTLE FENDI 02’는 모든 젠틀몬스터 스토어, 온라인 숍, 일부 펜디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3개월만 여는 카페


5월 8일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에 문을 연 젠틀몬스터X펜디 팝업 카페 ‘더 가든’.

젠틀몬스터는 컬렉션 론칭과 함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의 젠틀몬스터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 맞은편에 젠틀몬스터×펜디 카페인 ‘더 가든’을 열었다. SNS에서 ‘더 가든’보다 ‘젠틀펜디 카페’로 더 잘 알려진 이곳은 3개월 가까이(5월 8일부터 7월 28일까지) 문을 연다. 젠틀몬스터 관계자는 “젠틀몬스터와 펜디, 두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모두 담은 공간”이라고 밝혔다. 온고잉(ongoing)이 아닌 한정판 핫플레이스라니, 놓칠 수 없다. 작열하는 태양을 피할 멋진 선글라스가 절실하던 5월 22일 오전 ‘더 가든’을 찾았다. 

올해 젠틀몬스터는 화웨이와 협업해 스마트 선글라스를 발표한 데 이어 펜디와의 협업 소식을 알리며 ‘패피’(패션 피플)들의 가슴에 불을 지폈다. 젠틀펜디 론칭 행사에는 위너 강승윤, 뉴이스트 민현과 렌, 리아킴, 선미, 에이핑크 손나은, 이성경, 임윤(Lin Yun), 블랙핑크 지수, 아스트로 차은우 등이 참석해 이들의 포토월 사진이 온종일 인터넷 포털 메인화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오픈 전부터 줄 선 사람들


길 건너편에는 젠틀몬스터 신사 플래그십 스토어가 있다.

2011년 국내에 선보인 젠틀몬스터는 안경테 좀 써봤다는 패피라면 알 만한 브랜드다. 기자도 2013년 젠틀몬스터가 안경을 인터넷에서 마음대로 고른 뒤 집으로 받아 써보고 구매할 수 있는 홈트라이 서비스를 도입했다는 소식에 당시 젠틀몬스터 쇼룸을 취재차 방문했다. 그때 받은 인상은 ‘연예인(그중에서도 남자)이 특히 좋아하는 아이웨어 브랜드’. 멋진 카페나 미술관을 연상케 하는 쇼룸도 멋졌는데 ‘더 가든’ 역시 이국적인 느낌이라 브랜드의 일관성이 느껴졌다.
 
카페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 촬영을 위해 미리 양해를 구하고 오픈 10여 분 전 사진기자와 함께 들어가 내부를 둘러보고 있는데, 건물 주변에서 휴대전화를 만지작대며 서성이는 사람이 여럿 보였다. 모두 ‘더 가든’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11시 ‘땡’ 치자마자 우르르 몰린 사람들 덕에 야외 테이블이 꽉 찼다. 

젠틀몬스터와 펜디가 협업해 만든 젠틀펜디 컬렉션. [사진 제공 · 젠틀몬스터]

‘더 가든’에는 젠틀펜디 제품을 착용해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GENTLE FENDI 01은 컨템포러리한 실루엣이 강조된 제품으로, 선글라스가 많은 사람이라도 하나 정도는 포인트로 갖고 있으면 좋을 만한 디자인이었다. 캣아이 프레임에 상단은 토터스셸 아세테이트, 하단은 실버 메탈 림을 썼다. 렌즈 양쪽 끝에 GENTLE FENDI 레터링이 새겨진 게 포인트. 핑크와 블루, 다크 그레이 컬러가 있었는데 눈에 제일 띄는 건 손나은이 론칭 행사 때 써서 화제가 된 네온 핑크 컬러의 선글라스였다. 가격은 49만5000원으로 그리 착하지는 않지만 패피가 될 수 있다면야. 

GENTLE FENDI 02는 에비에이터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제품으로, 무광의 원형 메탈 프레임에 아세테이트 톱 바(top bar)로 포인트를 준 선글라스였다. 쓰는 순간 조종사 내지는 곤충이 될 것 같았지만 모델들이 착용한 사진을 보니 확실히 패셔너블한 디자인임에 틀림없었다. 가격은 45만 원이었다.


인증샷 찍기에 그만

이곳에서 펜디 로고가 박힌 젤라토 바를 들고 사진을 찍는 건 필수 코스.

최신상 선글라스를 살펴보고 위로 향했다. ‘더 가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소는 2층 야외 테라스의 선베드. 이름처럼 싱그러운 초록 식물이 가득한 공간이라 인생샷을 건질 수 있었다. SNS에서는 1층에서 펜디 로고가 박힌 젤라토 바를 산 뒤 손에 들고 식물을 배경으로 찍은 인증샷도 많이 볼 수 있었다. 딸기&레몬 젤라토 바와 망고&패션프루트&레몬 젤라토 바 두 개를 사서 친구와 하나씩 들고 사진을 찍으면 인스타그램용 사진이 완성된다. 배경의 한글 간판만 잘 가리면 외국 여행 중에 찍은 사진이라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기자도 여러 사람으로부터 사진을 찍어달라는 부탁을 받아 일일 ‘찍사’ 노릇을 했다. 



‘더 가든’ 내부와 외부 곳곳이 포토 스폿이다.

‘더 가든’은 그저 사진 찍기 좋은 팝업 카페에 그치지 않았다. 다른 카페에서 본 적 없는 다채로운 디저트도 맛볼 수 있었다. 모양만으로는 어떤 맛인지 감이 오지 않아 종류별로 다 주문해봤다. 골드 쟁반에 컬러풀한 디저트가 얹어 나오니 먹기 전 사진을 남기지 않으면 디저트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만 같았다. 함께 주문한 크림 커피 화이트는 위에 ‘GENTLE FENDI’라고 쓰여 있었다. 가격은 7000원. 맛은 나쁘지 않았다. 7000원인데 맛이 없으면 그것도 문제 아닌가. 아메리카노는 5500원, 허벌 티는 6000원, 리플 목테일은 7000원이었다. 디저트는 각각 6000~7000원 선이었다. 맛은 전반적으로 달았는데, 사진 찍을 때 잘 나오는 디저트는 그린과 화이트가 조화로운 몬테로사와 페라. 두 디저트를 시켜놓고 땡볕에서 촬영 삼매경에 빠진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맛으로만 따지면 피스타치오가 들어간 모스키오가 고소하면서도 달콤해 제일 맛있었다. 작은 몽키바나나처럼 생긴 미뇽은 미묘한 맛이었는데, 지금도 어떤 맛인지 설명하기 어렵다. 하지만 사진은 잘 나온다.




독특하고 맛있는 디저트


다른 카페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독특한 디자인의 디저트에 펜디와 젠틀몬스터의 감성을 담았다.

젠틀몬스터 소속 파티시에가 디자인한 독특한 콘셉트의 디저트(모스키오, 페라, 몬테로사, 미뇽) 4종과 소속 바리스타가 개발한 커피 메뉴, 이탈리아에서 직접 만든 특별한 젠틀펜디 젤라토 바(각 4200원)까지. 카페는 오후 8시까지 열지만 “인기 있는 디저트와 젤라토 바는 오후 2시도 되지 않아 동날 때가 많다”는 게 매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팝업 카페 이후에는 이곳에서 ‘누데이크’라는 이름의 색다른 디저트와 음료를 선보일 예정이다. 

도심 한복판에서 휴양지 콘셉트로 인증샷을 찍고 달달하면서도 독특한 디저트까지 맛보고 싶다면 늦기 전 가보길 추천한다. 월요일은 운영하지 않는다. 젤라토 바는 ‘허세 샷’용이 아니더라도 진하고 맛있으니 하나 정도 맛보길 권한다. 실내도 예쁘게 꾸며놓아 저절로 스마트폰 카메라를 켜게 될 것이다. 다만 ‘소확행’ 즐기러 갔다 본의 아니게 큰 지름신이 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손에는 커피, 눈에는 선글라스 차림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인스타그램 해시태그
#이태리감성펜디에 #젠젠젠틀몬스터 #힙하고핫한맛


새롭게 문을 열었다는 핫플레이스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와글와글한 명소가 궁금한가요? 검증되지 않았는데 생돈 주고 ‘도전’하는 건 조심스럽다고요? 걱정 마세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대신 찾아가 속속들이 살펴보고 알려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되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인스타그램에서도 #매거진동아 #쿠스타그램 등으로 검색하면 만나볼 수 있습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  김도균 객원기자


http://weekly.donga.com/Main/3/all/11/175416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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