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비가 모자 눌러쓰고 '꼬만춤' 추던 인천 월미테마파크&부둣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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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말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착하게 살아야겠다.’
요즘 가수 비(본명 정지훈)를 보면 드는 생각이다. 6월 17일 오후 인천 월미도를 찾았다. 비가 2017년 12월 발표한 노래 ‘깡’의 뮤직비디오 배경을 ‘깡지순례’하기 위해서다.
‘깡’은 발표 당시 혹평을 받았다. 노래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 21세기에 발표한 20세기 감성의 노래 스타일, 격한 춤, 랩과 발라드의 뜬금없는 변주, 자아도취형 가사, 지나치게 힘이 들어간 안무 등이 누리꾼 사이에서 조롱거리로 쓰이는 인터넷 밈(Meme) 요소에 불과했다. 그러나 코로나19 사태로 유튜브 시청 시간이 늘면서 어느 날 불쑥 ‘깡’이 돌아오더니 하루 한 번 이상 ‘깡’을 감상하는 ‘1일1깡’부터 ‘깡팸’ ‘깡 챌린지’ 같은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 됐다. 5월까지 조회수 1000만 회였던 ‘깡’ 뮤직비디오는 6월 18일 기준 1517만 회를 넘어섰다. 누리꾼 댓글처럼 현 시간부로 ‘깡으로 버틴다’는 문장은 두 가지 의미로 쓰이게 됐다. ‘탑골 지드래곤(G-Dragon)’ 가수 양준일이 그랬고, 지금 비가 그렇듯 죽은 영상도 다시 살려내는 유튜브의 알고리듬 덕에 ‘깡’은 특히 젊은 누리꾼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반드시 댓글과 함께 봐야 할 뮤직비디오’로 유명해졌다. 화려한 조명이 감싸는 콘텐츠가 된 것이다.
‘깡’의 재평가와 함께 가수 비도 제2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5월 방영된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조롱으로 시작된 ‘깡’ 열풍을 웃어넘기며 “1일3깡은 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후 ‘깡’을 즐기는 이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가수 박재범을 비롯해 후배들이 (정말 ‘깡’ 가사대로) ‘깡 리믹스’를 발표하고, 이 곡이 음원 순위 1위를 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깡’ 뮤직비디오 댓글 창이 좁았던 누리꾼들은 이제 ‘깡’ 외에 비의 다른 노래까지 즐긴다. 오프라인으로도 ‘깡지순례’를 떠나고 있다. 기자도 이 순례 대열에 합류했다. ‘깡’ 뮤직비디오의 주요 배경은 인천이다.
인천 ‘깡지순례’ 성지는 크게 네 곳이다. ‘뿜뿜’거리는 전주와 함께 비가 포스 넘치게 등장하는 장면을 찍은 곳은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의 한 물류창고. 특유의 오래된 건물 느낌 덕에 영화 ‘검사외전’과 ‘특별시민’의 촬영지로도 쓰였다. 다만 관람시설이 아니어서 구경하기는 어렵다.
화려한 조명과 함께 꾸러기 표정을 한껏 발산하는 장면은 인천 미추홀구 숭의동의 카페형 롤러스케이트장 ‘롤캣’에서 찍었다. 걸그룹 모모랜드와 AOA 등 걸그룹의 앨범 재킷 촬영 외에도 배우 김유정, 가수 빈지노, 박재범 등 많은 연예인이 다녀가 입소문이 난 곳이다. 평일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운영한다. 이용료(입장료+스케이트 대여료)는 3시간 기준 대인 1만1000원, 소인 9000원. 개인 롤러스케이트를 지참할 수도 있다.
비가 노을을 배경으로 독무를 추는 부둣가와 화려한 조명의 관람차가 돌아가는 인천 중구 북성동 월미테마파크. 일단 근처에 차를 댔다. 주차는 무료. 주차장 가까이에 바다가 보이고 저 멀리 하얀 등대가 눈에 들어왔다. 태양을 등지고 사진을 찍는다면 비 못지않은 실루엣 사진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았다.
개장은 오전 10시, 폐장은 평일 21시, 주말과 공휴일은 22시까지다. 입장료가 없는 대신 1만4000원을 내면 대인은 놀이기구 3종, 소인은 놀이기구 4종을 탈 수 있다. 대관람차와 미니 후룸라이드 등 일부 놀이기구는 제외된다. 자유이용권은 3만 원. 별도의 입장료가 없어 사진만 찍거나 특정 놀이기구를 타려고 찾아오는 성인도 적잖다.
이곳은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과 복고풍 분위기 덕에 촬영지로도 사랑받고 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tvN ‘하이바이, 마마!’ 등 드라마는 물론, 각종 예능프로그램과 아디다스, 삼성전자 갤럭시 S20, 틴더 광고도 이곳에서 찍었다. EBS ‘자이언트 펭TV’의 펭수가 바이킹과 회전목마를 타며 혼자 신나게 야유회를 즐기던 곳도 여기다.
인천 앞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곳에 자리한 115m 규모의 관람차는 3층에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와 무더위 때문에 한산했다. 일몰 전이라 조명은 들어오지 않았지만 알록달록한 관람차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관람차 옆 공터는 댄서들과 군무를 추기에 딱 알맞은 공간이다.
방구석 1열에서 ‘깡’을 즐기던 사람들은 뮤직비디오를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댓글로 ‘드립’을 치고 웃음 코드를 공유했다. 이후 집과 학교, 사무실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깡’ 춤을 따라 추는 영상을 올리면서 ‘깡 챌린지’를 문화로 만들며 흥행을 이끌었다. 반려동물이나 요리 관련 프로그램에도 배경음악으로 ‘깡’이 흘러나온다. 온라인 밈문화가 오프라인 문화까지 바꾸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깡’을 즐길 만큼 즐긴 사람은 제2 ‘깡’을 찾고 있다. ‘깡’을 이을 명곡이 유튜브 어딘가에서 이미 부상 중일지도 모른다. 이 ‘재미난 걸’ 몰라주던 시절 교실에서 홀로 깡을 추던 여고생 유튜버 ‘호박전시현’처럼. 그도 처음에는 학교의 압력으로 영상을 내렸다 ‘깡’ 열풍이 불자 학교와 협의해 다시 올렸다. 인터넷 밈문화의 나비효과가 아니었다면 호박전시현의 활력 넘치는 유머 영상을 다시 볼 수 있었을까. 비가 뜬금없이 새우깡 모델이 될 수 있었을까. 깡지순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서울 신촌 한 학원 건물벽에 붙어 있는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수능특깡’.
#깡지순례 #깡남스타일 #인터넷밈문화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지호영 기자, 유튜브(지니뮤직, 놀면뭐하니, 호박전시현 채널) 캡처
https://weekly.donga.com/Main/3/all/11/20962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