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서 해부해드립니다. 여기가 왜 핫플레이스가 됐는지 궁금하다면,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이 알려드립니다.
‘슬기로운 집콕 생활 대파 키우기’, ‘나의 반려식물 대파를 소개합니다’ ‘대파를 활용한 신혼집 플랜테리어.’ 포털 검색창에 ‘대파’를 치면 이런 글들을 볼 수 있다. 먹자고 키우는 텃밭의 대파가 아니라 키우면서 위로받는 반려식물로 등극한 대파 이야기다. 인스타그램에서 ‘대파 키우기’를 검색하면 수천 건의 게시물이 나온다. 자신의 반려묘나 반려견 사진을 자랑하듯 너도나도 나만의 수경재배 대파 인증사진을 게시한다.
식물 키우기는 흔히 은퇴자의 취미생활로 꼽히지만 코로나19로 ‘집콕’이 늘면서 젊은 세대들도 반려식물에 정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중 대파 키우기는 가성비 좋은 취미다. 비싼 돈 들지 않고 어디서나 구하기 쉽다.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는 것을 보는 재미도 있다. 어느 정도 키우면 먹을 수도 있다. 일거삼득.
최근 KBS2 예능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에서 반려견을 제대로 돌보지 못해 강형욱 훈련사에게 솔루션을 요청한 다견 가정이 화제가 됐다. 시청자 반응은 “저래서 책임 못 질 동물은 키우면 안 된다”였다. 이에 공감하는 싱글들이 동물 대신 식물을 선택했다. 이들은 사무실 책상 위나 원룸의 좁은 공간에 화분을 들이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대파 키우기’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유행한 것도 이런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이렇게 화분 한두 개를 키우다 보면 자연스럽게 플랜테리어(식물과 인테리어의 합성어)에 관심을 두게 된다. 중국발 미세먼지의 공습 이후 공기청정기 대신 집에 공기정화 식물을 들이기 시작한 게 플랜테리어의 출발이다. 벽이나 베란다에 화분을 걸어놓고 키우는 ‘행잉 플랜트(hanging plant)’는 이제 ‘온라인 집들이’ 필수템이다.
최신 플랜테리어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서울 용산 아이파크몰로 가보자. 이곳에 아이파크몰 패션파크 1층에 온라인 쇼핑몰 식물농장과 협업한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무심코 지나가던 이들도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만큼 눈길을 끈다.
아이파크몰 마케팅팀 성찬호 과장은 “패션파크 1층은 아이파크몰의 얼굴과도 같은 공간인데 이곳에 식물을 주제로 팝업 스토어를 열었더니 도심 속 힐링 공간이라는 아이파크몰의 콘셉트와도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영업팀 신우재 주임도 “코로나19로 고전하는 화훼농가를 돕고자 팝업스토어를 기획해 1차는 꽃을 위주로, 2차는 녹색식물 위주로 진열했는데 최근 플랜테리어 인기와도 맞아떨어져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식물농장 팝업스토어는 사막과 정글, 실내 텃밭 등을 테마로 대형식물, 다육식물, 과실수 등을 갖추고 있다. 용산의 대형몰 한복판에서 흙과 꽃과 풀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뚫린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식물을 고르고 화분을 선택하면 즉석에서 분갈이해준다. 5000원짜리 손바닥만 한 화분부터 10만 원이 넘는 대형 화분까지 수종과 크기 별로 갖춰져 있다. 한쪽에서는 식물농장 정강수 부장이 고객들에게 식물 관리법을 설명하고 있었다. 정 부장은 “하루에 화분이 400~500개씩 팔린다. 젊은 여성과 중년 여성 고객이 많지만 혼자 와서 화분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는 남성 고객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한동안 SNS의 각종 인테리어 사진에서 빠지지 않는 게 야자수와 몬스테라였다. 정 부장은 “몬스테라처럼 잎이 크고 줄기가 굵어 시원시원한 느낌을 주는 식물도 인기가 있지만, 유칼립투스처럼 잔잔하게 가지 몇 개만으로 분위기를 내는 식물도 많이 찾는다. 최근에는 과실수 키우기가 새롭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과실수는 다른 종에 비해 키우기가 어렵다. 그중 무화과나무가 난도가 낮은 편.
선인장도 못 키우는 ‘꽝손’들에게 추천할 만한 식물은 어떤 게 있을까. 전문가가 추천하는 식물은 스파티필룸. 정 부장은 “스파티필룸을 사 간 분들이 화분이 넘칠 정도로 컸다는 후기를 보내주곤 한다. 스킨답서스나 몬스테라처럼 줄기가 굵은 식물도 물주기만 잘하면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키울 수 있다”며 “대부분 과습 때문에 죽는데 물을 줄 때 반드시 뿌리까지 물이 닿도록 천천히, 넉넉하게 줘야 한다”고 했다.
“겉흙이 말랐다고 무조건 물을 주기보다는 잎의 상태를 살피며 필요할 때 주는 게 좋아요. 초보자들은 며칠에 한 번꼴로 물을 줘야 하느냐고 묻는데 정확한 질문은 아니에요. 식물이 있는 환경과 주인의 생활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죠. 본격적으로 식물을 키울 생각이라면 다육식물부터 잎이 넓은 식물까지 다양한 화분을 여러 개 사서 키우며 관찰해보세요. 우리 집과 내 생활 방식에 맞춰 잘 자랄 수 있는 식물이 보일 거예요. 그런 식물들로 플랜테리어를 완성해간다면 실패할 확률을 낮출 수 있어요.”
아이파크몰과 식물농장의 팝업 스토어는 6월 28일까지 열린다. 이 기간 #아이파크몰, #식물농장 해시태그와 함께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면 추첨으로 식물을 증정하는 이벤트도 진행된다. 1층에서 식물 쇼핑을 즐기다 푸릇한 공간에서 쉬고 싶다면 4층에 식물과 함께 쉬어갈 수 있도록 마련된 ‘더 가든’을 권한다.
한때 사은품으로 받은 바질 씨앗을 화분에 심은 적이 있다. 손바닥만 한 화분에서 새싹이 나와 잎을 키워가는 게 대견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쑥쑥 자라나는 초록이들을 보며 ‘얘도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튼튼하게 자라는 데 나도 힘을 내야지’라고 다짐했다. 그때의 좋은 기억 덕에 지금까지 (끊임없이 식물 장례식을 치르면서도) 식물을 키우고 있다. 매번 식물을 죽이며 슬퍼했다면 이번에는 오랫동안 함께할 반려식물을 만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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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지호영 기자, 인스타그램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