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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Jul 10. 2020

“시장의 자리는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 있는 것”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말말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이 7월 10일 숨진 채 발견됐다. 서울시장이 재직 중 사망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변호사이자 사회운동가였던 그가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재직 당시부터 서울시장 3선에 도전할 때까지 주간동아․신동아․여성동아 기자들과 마주 앉아 한 말들을 다시 살펴봤다.     


“나눔의 마음이야말로 성공하는 사람의 가장 중요한 습관이자 조건이라 확신합니다. 또 진정한 리더는 ‘조화롭게 어울려 사는 삶만이 진정한 가치를 지닌다’는 자각과 실천력을 갖춰야 한다고 믿습니다. 성공하고 싶다면 ‘나는 진심으로 나보다 못한 이웃과 나눌 마음의 자세를 갖추고 있는가’를 늘 자신에게 물어야 할 겁니다. 돈에 사로잡힌 자는 진짜 부자가 될 수 없으니까요.” - 2005년 주간동아 인터뷰(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재직 당시)

https://weekly.donga.com/3/all/11/78030/1     


“정치권 러브콜은 사실 언론이 만들어내는 것이고, 나는 정치에는 큰 뜻이 없다. 조용히 맡은 일을 하는 것이 내 소임이다.” - 2006년 주간동아 인터뷰(막사이사이상 ‘공공 봉사’ 부문 수상자 선정 당시)

https://weekly.donga.com/3/all/11/79901/1          


“비전과 철학을 갖고 서울시장직에 임했다”   

  

“언젠가 내가 아름다운가게 상임이사를 할 때 연초 전체 간사회의에서 나는 과로사가 꿈이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주변 어르신들 중에서 병원에서 수년간 고통을 겪으며 자신은 물론이고 주변 친지들에게 고통을 선사하는 경우를 흔히 보았다. 나는 그때마다 그러지 말아야지 하고 결심했다. 참으로 건강하게 그리고 열심히 살다가 어느 날 삶의 현장에서 결연하게 쓰러져 누구에게도 누가 되지 않게 가고 싶었다. 

그러나 혹시 나에게 이 바쁜 일상으로부터 자유롭게 되어 내게도 시간의 여유가 조금 생긴다면 나는 내가 경험하고 목격한 시대와 사건, 내 삶의 궤적을 정리하고 가고 싶다.

사실 나는 끊임없이 자료를 모으고 정리하면서 언젠가는 책을 내야지 하는 것이 수십 권이 넘는다. 그러나 늘 나의 삶은 바쁘고 정신이 없다. 끝없는 시대적 요구가 나를 밀고 당겨 나는 생각하고 있는 집필의 주제를 도저히 실천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다시 생각해본다. 이 모든 것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지려면 역시 감옥을 가거나 유배를 가는 길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어떻게 하면 나는 감옥을 가거나 유배를 갈 수 있을까. 좋은 생각이 있으면 연락 주시기를 바란다.” - 2011년 신동아(명사의 버킷리스트)

https://shindonga.donga.com/3/search/13/110173/1     


“시장의 자리는 날카로운 칼날 위에 서 있는 것과 같아요. 모든 것에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죠. 권력을 누리는 자리도 아니고, 누릴 수 있는 권력도 없어요. 운신의 폭도 좁고 위험을 감수해야 할 일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이뤄나갈 수 있는 것이 있기에 감내하는 거죠.” - 2014년 여성동아 인터뷰(서울시장 재직 당시)

https://woman.donga.com/3/search/12/146444/1     


“나는 젊어서부터 시민운동을 했다. 시민운동은 기본적으로 자기희생과 헌신이 필요하다. 변호사 직업을 버리고 사회를 바꾸는 소셜디자이너(social designer)로 살아왔다. 앞으로 삶도 박원순표는 없고, 시민표만 있을 뿐이다. 그런 비전과 철학을 갖고 서울시장직에 임했다. 시민 삶을 돌보는 이 자리를 어떻게 가볍게 보겠나. 현직 시장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 - 2014년 주간동아 인터뷰(서울시장 재직 당시)

https://weekly.donga.com/3/all/11/97027/1     


“선거를 3번째 하고 있고, 그전에 시민운동을 했는데 시민의 위대한 힘을 믿습니다. 사실은 여기에 집단지성의 힘이라는 게 작동하는 거 같아요. 그 시기 시기마다 정치계에 큰 메시지와 영향을 주잖아요. 거대한 민심이 항상 흐르고 있습니다.” - 2018년 신동아 인터뷰(서울시장 후보로 3선에 도전할 당시)

https://shindonga.donga.com/3/search/13/1323930/1     


“저는 부족한 게 너무 많습니다. 인간이 완벽하면 인간이 아니죠. 저는 일벌레입니다. 일을 너무 사랑해서 주변 사람들 챙기는 것을 게을리하는 게 가장 큰 단점이죠. 아내부터 시작해서 가족, 또 제 가까이 있는 분들이 늘 피해를 많이 보는 것 같습니다.” - 2018년 신동아 인터뷰(서울시장으로 재직하며 서울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기 하던 중)

https://shindonga.donga.com/3/search/13/1427942/1     


7월 9일 박 시장은 서울 종로구 가회동 소재 시장공관을 나와 연락이 두절됐다. 그의 딸이 이날 오후 5시 17분경 '4∼5시간 전에 아버지가 유언 같은 말을 남기고 집을 나갔는데 전화기가 꺼져 있다'고 112에 신고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10시 44분경 검은 모자를 쓰고 어두운 색 점퍼, 검은 바지, 회색 신발을 착용하고 검은 배낭을 멘 채 공관을 나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성북구 와룡공원에 도착한 건 오전 10시 53분경. 이후 경찰과 소방당국은 기동대·소방관 등 770여명과 드론, 수색견 등을 동원해 일대를 집중 수색한 끝에 실종신고 접수 7시간여 만에 북악산 숙정문 근처에서 그를 발견했다.

박 시장은 최근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 혐의로 고소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실에서 근무한 전직 비서 A씨가 과거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7월 8일 경찰에 출석해 고소장을 제출하고 고소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채 발견된 박 시장의 장례는 사상 첫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현재 시신은 서울대병원에 안치돼 있다. 장례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5일장으로 치러지고 발인은 7월 13일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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