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와 과학이 만나 맞춤형 화장품을 낳는 곳, 아이오페 랩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서 해부해드립니다. 여기가 왜 핫플레이스가 됐는지 궁금하다면,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이 알려드립니다.
맞춤형 화장품 판매 제도를 제일 먼저 도입한 나라가 바로 한국이다. 맞춤형 화장품은 고객의 피부 상태 측정과 상담을 거친 뒤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필요한 원료를 현장에서 혼합·소분해 만드는 게 특징이다. 자신에게 딱 맞는 화장품을 원하는 양만큼 만들어 살 수 있어 뷰티에 관심 많은 이들에게 인기다.
화장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소비자를 넘어 피부 미래 연구 과정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면 어떨까. 서울 명동 한복판에 자리한 아이오페 랩(IOPE LAB)에서라면 그런 체험이 가능하다. 올해 5월 리뉴얼 오픈한 아이오페 랩. 아이오페 관계자에 따르면 “아이오페의 브랜드 철학이 응축된 플래그십 스토어이자 고객 참여를 통해 새로운 솔루션을 탐색하는 피부 미래 연구 공간”이다.
정부는 맞춤형 화장품을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기로 하고 규제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도 아이오페 랩을 방문해 테일러드 뷰티 프로그램을 체험하기도 했다. 이 식약처장은 5월 28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에서 열린 ‘2020년 화장품 업계 간담회’에서 “맞춤형 화장품이 화장품 산업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맞춤형 뷰티 서비스를 제공하는 아이오페 랩은 연구실이라는 이름처럼 고객의 피부를 분석하고 피부 측정과 유전자 분석 등을 통해 개인 맞춤형 솔루션을 제시한다. 1층에는 다른 뷰티 스토어들이 그렇듯 아모레퍼시픽 화장품 브랜드 아이오페의 인기 제품을 팔고 있다. 그렇다면 단서는 2층과 3층에 있을 것이다. 어떤 점이 차별화되기에 이렇게 자신만만하게 말할 수 있는 걸까. 직접 가서 의문을 해결해보기로 했다.
리뉴얼한 ‘아이오페 랩’은 총 3개 층으로 1층 ‘솔루션 랩’에서는 아이오페의 베스트셀러인 바이오 에센스 인텐시브 컨디셔닝 제품을 비롯한 다양한 뷰티 제품 테스트와 구매를 할 수 있다.
2층 ‘커스텀 뷰티 랩’은 꼭 작은 공장처럼 느껴졌다. 이곳에서는 맞춤 화장품 조제관리사가 나에게 꼭 맞는 맞춤 솔루션을 현장에서 바로 제조해줬다. 투명한 유리 너머로 맞춤 화장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마치 신선식품을 사는 것처럼 갓 나온 화장품을 살 수 있다는 게 강점. 같은 지성 피부나 건성 피부라고 해도 사람마다 유분이 나오는 정도와 수분을 머금은 정도가 다르게 마련, 이곳에서는 개개인의 피부 타입과 고민에 최적화된 맞춤 화장품을 전문가가 추천해 줘 신뢰가 갔다.
현장에서 즉시 제조하는 개인 맞춤형 ‘랩 테일러드 3D 마스크’는 1매당 1만원. 얼굴을 스마트 패드 카메라 애플리케이션으로 촬영하면 얼굴 부위별 사이즈를 측정해 꼭 맞는 3D 하이드로 겔 마스크를 제조해 준다. 원하는 제형과 성분에 맞춰 나만의 세럼을 만드는 ‘랩 테일러드 세럼’ 공간도 옆에 있었다. 똑같은 성분을 넣어도 취향에 따라 젤이나 워터 타입으로 만들거나, 좀 더 촉촉한 느낌을 원한다면 크림 타입으로 만들 수 있었다. 세럼은 1개에 1만8000원이었다.
3층은 과학자들의 연구 공간에 발을 디딘 느낌이었다. 피부 미래 연구 공간 ‘스킨 사이언스 랩’. 첨단 피부 측정과 유전자 분석을 통한 상담을 할 수 있었다. 관련 학위가 있는 박사급 연구원이 1:1로 상담을 해준다.
이곳에서만 만날 수 있는 ‘피부 미래 솔루션 프로그램’은 유전자 분석과 정밀 측정을 통해 피부 관련 종합 솔루션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이곳에서는 피부 유전자 13종과 헬스케어 유전자 13종을 합한 총 26개의 유전자를 다양한 각도로 분석하고 7가지 피부 고민에 따라 가장 효율적인 피부 건강 관리 방법을 알려준다.
프로그램 대부분이 현장에서 예약을 받지만 이 프로그램은 사전에 아이오페 랩 홈페이지에서 유전자 분석 키트를 사 유전자 분석 결과를 받은 후 온라인 예약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 가격은 8만5000원. 아이오페 관계자는 “유전자 분석을 하고 나면 총 4번까지 아이오페 랩을 방문해서 뷰티 상담을 받을 수 있다. 계절마다 피부도 달라지니 계절마다 와서 피부를 점검받는 느낌으로 방문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이오페 연구원은 “여성 고객이 많지만 여자친구의 손에 이끌려 방문하는 남성 고객도 있다. 한 번은 중년 부부가 함께 유전자 검사를 받고 상담하기도 했다. 부부가 함께 검사했을 때의 장점은 햇빛에 화상을 입기 쉬운 피부이거나, 작은 자극에도 트러블이 나기 쉬운 피부처럼 공통으로 나타나는 피부 문제가 자녀에게도 나타날 확률이 높으므로 대비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는 유전자 분석 검사 없이 현장 예약으로 진행하는 ‘테일러드 프로그램’을 체험했다. 평소에도 그리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는 얼굴을 첨단 기기를 활용해 촬영하고 커다란 모니터에서 여러모로 살피는 느낌이 꽤나 생소했다. 그동안 평생을 복합성에 지성 피부로 알고 화장품도 맞춰서 써왔는데 검사 결과는 ‘완전 건성’이었다. 아이오페 관계자는 “실제로 얼굴이 번들거린다고 피부를 지성이라고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검사해보면 아닌 경우가 많다”며 “정확한 피부 진단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쓰면 미래에 나타날 주름이나 트러블을 예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의 피부 분석 결과는 100점 만점에 76점으로, 트러블이 잔뜩 난 것 치고 피부 자체의 결은 나쁘지 않다고 했다. 아이오페 연구원은 “유분 때문에 난 트러블이 아니라 스트레스 또는 호르몬 때문에 난 것으로 보인다”며 “각질층 수분량이 부족해서 매우 건조한 피부이니 약산성 클렌저를 활용하고 미스트와 세라마이드 안티에이징 제품을 활용하면 좋다”고 조언했다. 오른쪽으로 눕거나 음식을 씹는 습관 때문에 나중에 오른쪽 얼굴에 주름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모공과 다크서클 외에 앞으로 나타날 주름까지 살필 수 있어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기분이 들었다.
상담 후 피부 고민에 맞춰 얼굴 부위별로 다른 마스크 팩을 만들고 탄력 저하 피부를 위한 젤 제형 세럼을 만들었다. 세럼 4병(1병에 1만 8000원)과 마스크팩(1장 1만원)을 받을 수 있는 걸 고려하면 테일러드 프로그램(7만 5000원) 체험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문가의 피부 진단과 뷰티 팁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덤.
아이오페 관계자는 “화장품 업계에서는 소비자가 기성품에 맞추기보다 자신에게 맞는 화장품을 소비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아이오페는 1996년 브랜드 론칭 이후 지금까지 한국 여성의 피부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연구 분석해왔다”며 “특히 아이오페 랩은 2014년 개장한 이래 지금까지 피부 진단 서비스를 제공하며 축적한 5000여 명 이상의 고객 피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고객 요구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피부 솔루션을 제공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오페의 자신감은 장기간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내리는 명쾌한 피부 솔루션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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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사진 조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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