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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Jul 16. 2021

‘집콕’ 재미있게 하는 방법 알려드릴게요

슬기로운 집콕 생활, 집에서 시간 보낼 거리 총집합

[GETTYIMAGES]

#1 직장인 윤모(34) 씨는 살까 말까 망설이던 닌텐도 스위치를 최근 사기로 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하자 저녁 술 약속을 모두 취소했다는 그는 “그동안 아내가 반대해 못 사고 있었는데, 집에서 심심해하는 걸 보더니 구입하라고 하더라. 퇴근 후 집에서 게임하며 시간을 보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2 집에서 식물을 다시 키우기 시작한 직장인 한모(36) 씨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파를 키우면서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는 모습을 볼 때마다 힐링이 됐다”며 “요즘에는 다 먹은 아보카도부터 레몬까지 다양한 씨를 모아뒀다 싹을 틔우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 집콕러의 선택


성급한 기대였을까. 백신 접종이 본격화하면 마스크를 벗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아직은 쉽지 않아 보인다. 하루 1600명 넘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7월 14일 기준)해 ‘4차 대유행’이 시작한 상황에서 정부는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모임 금지’가 골자인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를 시행 중이다. 수도권의 경우 오후 6시 전에는 4명, 오후 6시 이후부터는 2명까지만 모일 수 있다. 오후 6시 전 4명이 만났더라도 6시 이후에는 헤어져야 한다. 한마디로 퇴근 후 집에 ‘콕’ 박혀 최대한 외부 활동을 자제하라는 것.


‘집콕’ 생활이 연장되자 실망한 이도 많지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취미를 공유하며 우울한 시기를 이겨내는 사람들도 있다. ‘프로 집콕러’ 사이에서 인기 끄는 아이템들을 살펴봤다.


시간은 오래, 결과는 제대로


유튜브에서 다양한 DIY 취미를 즐기는 이들의 영상을 만날 수 있다. 사진은 타일 테이블 만들기 DIY로 검색한 결과(왼쪽). 인스타그램에서 레몬 딜 버터를 검색한 화면. [유튜브

“집콕, 재미있게 하는 방법 좀 알려주세요.” “취미생활을 하세요.”


지난해 코로나19가 유행할 당시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질문과 거기 달린 답변이다. 답변자들은 휴대전화와 TV가 지겨우면 취미생활을 해보라며 DIY(do it yourself) 키트를 추천했다. ‘집콕러’가 뭔가를 할 때 가장 염두에 두는 건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간을 ‘때울’ 수 있느냐다. 기왕이면 지루하지 않게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좋고, 결과물이 있는 작업이면 더 좋다. DIY 키트 중에서도 꾸준히 인기 있는 건 작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명화 그리기, 보석 십자수, 피포페인팅 등이다. 디자인별로 사서 작업하는 사람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테리어 열풍에 힘입어 타일 테이블 만들기도 유행하고 있다. 단순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 오랜 시간 공들인 뒤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집콕 취미생활의 공통점. 모자이크 타일과 줄눈 시멘트, 타일용 본드, 헤라, 스펀지, 장갑 등이 있으면 오래된 협탁이나 테이블을 인스타그래머블하게 변신시킬 수 있다. 모든 재료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할 수 있다.


테이블 만드는 데 에너지를 쏟았다면 이제 먹을거리를 그 테이블에 올려두고 에너지를 보충할 시간. 수천 번 저어서 만드는 ‘달고나 커피’ 레시피는 지난해 코로나19 유행 당시 인기였다. 진짜 달고나를 넣은 커피는 아니고 인스턴트커피에 설탕과 물을 넣은 뒤 팔이 떨어질 때까지 저어서 만드는 커피다. 달고나 커피 만들기가 유행하면서 해외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되고, 실제 달고나를 넣은 메뉴가 프랜차이즈 카페 중심으로 생겨나기도 했다.


올해 방구석 셰프들의 눈길을 끈 건 MBC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배우 이지훈과 샤이니 키가 선보인 ‘레몬 딜 버터’. 가염 또는 무염 버터에 다진 레몬 껍질과 딜을 넣어 버무리면 완성된다. 홈 카페 메뉴와 잘 어울리고 고급스러운 맛이 나다 보니 만드는 시간 대비 결과물이 좋아 인기를 끌었다. 찾는 사람이 많아지자 ‘레몬 딜 버터’ DIY 세트와 완제품도 시중에서 팔고 있다. 여기에 오랫동안 집콕한 사람이라면 구비하고 있을 와플 메이커에 크루아상 생지를 넣으면 ‘크로플’(크루아상+와플)이 완성된다. 상큼한 맛의 레몬 딜 버터와 함께 먹기에 좋다.


식물 키우고, 굿즈 모으고

집에서 게임을 즐기는 이들에게 사랑받는 닌텐도 스위치. [사진 제공 · 닌텐도]


대파와 아보카도 씨앗 키우기는 식물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시도해봤을 취미다. 대파는 흙에 심지 않고 물에만 담가놓아도 쑥쑥 자란다. 새로 자란 부분은 먹을 수 있어 살림에도 도움이 된다. 아보카도 씨앗은 발아하기까지 인내심을 요구하지만, 큼직한 씨에서 싹과 뿌리가 나온 독특한 모양 덕분에 인기. 쿠팡이나 마켓컬리에서 아보카도를 사 먹은 뒤 아이와 싹 틔우기에 열중하는 엄마들의 인터넷 블로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타인과 대화가 그립다면 ‘클럽하우스’나 카카오 ‘음’ 같은 오디오 기반 소셜플랫폼이 도움이 될 수 있다. 각 서비스의 하루 이용자 수는 5000명대로, 예전보다 인기가 식었지만 문자보다 음성을 좋아하는 이들이 꾸준히 찾는다. 클럽하우스는 iOS에 이어 안드로이드에서도 서비스하고, 음은 별도의 초대장 없이 이용할 수 있다.


스마트폰 게임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면 다음 선택은 게임기가 아닐까. 그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건 닌텐도 스위치다. 스위치와 게임 타이틀이 잘 팔린 덕에 한국닌텐도의 지난해 매출은 4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73.5% 증가했다. 국내 총판 대원미디어의 공시에 따르면 국내 스위치 누적 판매량은 90만 대, 게임 타이틀 누적 판매량은 약 280만 장이다. 전년 동기 대비 기기 판매량은 80%, 타이틀은 94% 증가했다.


참새가 방앗간 찾듯 공연장을 찾았던 이라면 비대면 공연으로 아쉬움을 달래보자. 주요 공연단과 공연장의 공식 홈페이지가 현장 ‘직관’만큼은 아니어도 약간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다. 국립극장, 국립극단, 국립국악원, 국립오페라단, 국립현대무용단, 세종문화회관 등의 채널에서 공연 클립이나 전체 공연을 만날 수 있다.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와 베를린 필하모닉 홈페이지도 마니아라면 즐겨 찾기에 추가해야 할 곳이다.


오프라인 대신 온라인


번개장터에서 방탄소년단(BTS) 스타굿즈를 검색한 화면. [번개장터 앱 캡처]

예전 같으면 좋아하는 스타가 나오는 공개방송 현장에서 대기했을 팬들도 지금은 자제해야 할 때. 유튜브 ‘문명특급’에서 기획한 ‘컴눈명(다시 컴백해도 눈감아줄 명곡)’ 콘서트가 비대면으로 열린 뒤 팬들이 뒤풀이하려고 사이버 공간(유튜버 ‘한라봉’의 ‘컴눈명 뒤풀이’ 스트리밍 영상)에 모인 것도 그런 이유 아니었을까. 방송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2PM, 애프터스쿨, 나인뮤지스, 샤이니, 오마이걸 등 그 시절 가수들의 명곡을 들으며 비대면 뒤풀이를 즐겼다. 좋아하는 아이돌이 나오는 방송이 끝나 살짝 아쉽다면 SNS에서 뒤풀이를 찾아보자. 나만 빼고 모두가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한편, 이렇게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 이것저것 정리할 게 눈에 들어온다. 중고거래 시장이 활성화된 건 불황 탓도 있지만 집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는 이가 늘어난 영향도 없지 않다. 중고거래 시장에서는 특히 ‘덕질’ 아이템의 거래량이 늘었다.


번개장터에서 1~6월 중고거래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774만여 건이 거래됐고, 거래액은 7766억 원으로 나타났다. 취미 및 덕질 관련 카테고리 거래량이 특히 91% 늘었다. 중고거래에서도 좋아하는 영역을 깊게 파고드는 ‘디깅 소비’가 큰 축으로 자리 잡은 것. 스타굿즈는 상반기에만 70만 건 이상, 하루 평균 3800건 이상이 거래됐다.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검색한 아이돌은 방탄소년단(BTS)이었다. 좋아하는 스타가 있다면 포토카드 거래를 시작으로 팬 간 유대를 형성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https://weekly.donga.com/Main/3/all/11/27969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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