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패스트푸드점 롯데리아 L7 홍대점
‘비대면’이 대세인 세상이다. 선거운동부터 기업 채용 면접, 직장 회의까지 비대면 문화는 자의 반 타의 반 우리 삶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트렌드에 민감한 외식업계도 마찬가지다. 롯데리아,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도넛 운영사 롯데GRS가 최근 젊은 유동 인구가 많은 서울 마포구 홍대 앞에 롯데리아 무인 매장을 낸 것도 그런 흐름 중 하나다.
롯데GRS는 지난해 12월 22일 마포구 양화로 L7 홍대 바이 롯데 건물 1층에 약 258.02㎡(약 78평) 규모의 롯데리아 스마트 무인 매장 L7 홍대점을 열었다. ‘펀 앤드 유니크(Fun&Unique)’라는 브랜드 슬로건을 극대화한 ‘어메이징 박스(Amazing Box)’ 콘셉트의 스마트 스토어다. 여느 지점과 달리 주문은 키오스크로 하고, 메뉴는 무인 픽업 시스템을 통해 받으니 매장에 들어갈 때부터 나올 때까지 직원과 말 섞을 일이 없다.
평일 오후에 찾은 이곳은 식사 시간대가 아님에도 출출한 배를 채우려고 ‘혼자 온 손님’이 많았다. 대부분 기계 사용이 익숙한 20대였다. 기자가 메뉴를 주문할 때는 한 테이블에만 외국인 손님이 있었는데 메뉴를 받아서 자리로 오니 테이블이 대부분 꽉 차 있었다.
이곳은 여느 매장과 달리 계단식 좌석 형태로 된 식사 공간이 별도로 있다. 캠퍼스 상권의 특성을 살리면서 기존 버거 매장과 차별화하고, 코로나19 시국에 마주 보고 비말을 튀기면서 식사하는 자리를 줄이겠다는 의도도 담겼다. 혼자 온 손님이라면 이 자리가 특히 좋다. 홍대 앞 거리를 바라보며 여유롭게 식사를 즐길 수 있어서다. 뒷면에는 대형 미디어 파사드의 멀티비전이 배치돼 있다.
L7 홍대점에서만 먹을 수 있는 메뉴도 있다. 홍대 치’S버거로, 브리오슈번에 쇠고기 패티 3장, 슬라이스 치즈 3장을 넣은 정통 치즈버거다. 두툼한 패티와 풍부한 치즈 맛이 느껴지는 메뉴다. 단품 가격은 7200원, 세트 가격은 8900원. 매장 손님은 대부분 이 세트 메뉴를 주문했다.
키오스크는 롯데리아가 아니더라도 다른 매장들에서 이미 접해 비교적 익숙하지만, 무인 픽업함은 이곳에서 처음 봤다. 메뉴를 주문한 뒤 영수증을 구기거나 찢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직원을 찾아야 하는 불상사가 생긴다. 메뉴가 준비됐다는 알림이 뜨면 영수증을 바코드 기계에 찍는다. 그러면 주문한 메뉴가 있는 칸의 번호가 화면에 뜨는데, 해당 칸을 가볍게 노크하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고 메뉴를 꺼낼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문이 닫힌다. 주문할 때 ‘포장’인지, ‘매장 이용’인지를 고르면 용도에 맞게 세팅된 메뉴를 받을 수 있다.
이날 매장을 찾은 한 20대 여성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보고 왔는데,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메뉴를 픽업함에서 꺼내 가는 게 재밌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메뉴를 찾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촬영하기도 했다. 또 다른 20대 여성은 “평소에도 앱(애플리케이션)으로 주문하는 게 익숙해 스마트 매장이라고 해서 주문이나 메뉴 수령이 딱히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다. 학교가 가까워 종종 들를 생각”이라고 말했다.
‘굿즈 존’에서는 1999년 선보인 자체 캐릭터를 요즘 감성으로 재해석한 의류와 팬시 제품을 판다. 구입을 원하는 사람은 키오스크로 햄버거를 주문할 때 같이 결제하면 받을 수 있다. 유명 관광지에 가면 보이는, 큼직한 기념 도장을 찍을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어 추억을 남기기 좋을 것 같았다.
비대면 무인 매장이라고 해서 직원이 한 명도 없는 건 아니다. 애로사항이 있을 때는 키오스크에서 직원 호출 버튼을 눌러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이외에도 매장을 정리하는 직원이 수시로 자리를 오간다. ‘완전 무인’은 최근 강화된 방역 패스 일자 확인 때문에라도 당분간은 어려울 것 같았다. 음식 전화 주문보다 ‘배달 앱’ 주문, 카페 대면 주문보다 ‘사이렌 오더’를 선호하는 이라면 만족할 공간이다. 치즈가 잔뜩 들어간 치즈버거를 좋아한다면 오직 이곳에서만 파니 도전해보길.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 해부해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외식업계가 무인점포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SPC그룹이 운영하는 배스킨라빈스는 1월 3일 비대면 무인점포 플로우(Flow) 2호점을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열었다. 그룹 계열사인 섹타나인 스마트 스토어팀의 기술협력을 통해 최첨단 사물인터넷(IoT) 무인 솔루션을 도입했다. 지난해 위례신도시 1호점에 이어 두 번째로 낸 매장이다. 24시간 운영하며 매장 출입부터 상품 구매, 배달까지 모든 서비스를 비대면으로 제공한다. 직원이 스쿱으로 퍼주는 아이스크림은 없지만 일반 매장에서 접하기 어려운 오가닉 제품과 미니 케이크, 아이스크림 피자 같은 완제품 위주로 판매한다.
다날의 푸드테크 전문기업 비트코퍼레이션의 무인 로봇 카페 ‘비트(b;eat)’는 24시간 운영하는 초소형 매장인 ‘비트박스 익스프레스’ 첫 매장을 1월 6일 경기 수원시 영통구에 냈다. 2018년 1월 인천국제공항점을 시작으로 국내 최초로 로봇카페를 상용화한 비트코퍼레이션 측은 최근 비트 누적 계약 160호점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이곳에서는 로봇 바리스타가 주문부터 결제, 제조까지 모든 과정을 무인으로 진행한다. 아메리카노가 1000원으로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한다.
신세계푸드의 노브랜드버거는 2020년 9월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오픈한 역삼역점을 비대면 매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자체 기획·개발한 장비를 도입해 키오스크 주문 순서 및 메뉴 종류에 맞춰 햄버거 번과 패티를 자동으로 조리한다. 주문한 메뉴는 서빙 로봇을 통해 직원과 접촉하지 않고 받을 수 있다.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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