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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Jan 16. 2018

커피가 연애보다 어렵지만 재밌다는 8년 차 바리스타

김수혁 바리스타에게 듣는 커피 잘 마시는 법 

노란색 믹스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라고 하면 대체로 나이 많은 분들보다는 비교적 젊은 사람들이 마실 거라는 선입견이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나이 지긋한 손님들이 찾아와 "늘 먹던 걸로 달라"며 특별히 블렌딩 한 원두를 산다. 지하철 7호선 중화역 2번 출구로 나와 조금 걷다 보면 나오는 커피숍 '일등커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따뜻한 카페 라테 한 잔씩 시켜놓고 담소를 나누다 가는 어머님부터 노트북 앞에 식어가는 아메리카노를 두고 타이핑에 집중하는 젊은 청년까지 일등커피에는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간다. 그렇다고 마냥 시끄럽지도 않다. 적당한 백색소음이 있는 그곳. 남의 집 커피 맛이 궁금해 수시로 커피를 사서 마시는 8년 차 바리스타, 일등커피 김수혁 대표에게 듣는 연애보다 어려운 커피 이야기. 요즘은 라테 아트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바리스타 김수혁입니다. 전직은 요리사였고, 양식을 했습니다. 요리사를 그만두고 카페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8년 차 바리스타가 되었네요.


# 어쩌다 커피숍을 열게 되었나요? 대학 때 전공이 이쪽이었나요?

원래 직업은 양식 조리사였어요. 호텔에서 일할 때 후식으로 나오는 커피 향에 매료돼 커피에 관심을 가지게 됐죠. 처음에는 힘든 주방일을 피하고 싶어서 커피 공부를 하기 시작했는데, 언제부턴가 빠져들게 되어서 커피가 주업이 되었어요. 그 관심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일등커피 매장에는 김 바리스타가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하다.

# 일등커피라는 커피숍 이름은 직접 지었나요.

처음 카페를 열 때 뭘 할까 고민이 많이 되더라고요.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알기 쉬운 간판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한참을 고민하다가 자려고 누웠는데 머릿속에 떡하니 떠올라서 바로 결정했어요. 누군가의 마음속에 마시고 나서 '인생 커피', '일등커피'로 남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정한 이름입니다.


# 일등커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아메리카노랑 카페라테가 가장 많이 팔립니다. 아메리카노는 깔끔한 맛 덕분에 사랑받고 있고, 카페라테는 고소하고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아요. 예전에는 커피콩 모양의 빵이나 체다치즈를 작게 조각내어 전자레인지에 구워낸 간식을 판매했었는데, 또 다른 디저트 메뉴 개발을 고민 중에 있습니다.


고소한 카페 라떼, 그 위에 귀여운 라떼 아트.

# 커피 공부는 얼마나 했나요? (김 바리스타는 한 때 커피 클래스를 열기도 했다.)

커피 공부는 7년 정도 했어요. 바리스타 2급, 바리스타 1급, scae(유럽 바리스타) 인터미디엇(레벨 2등급) 홈카페 마스터, 커피지도사 2급, 커피지도사 1급, 핸드드립 자격증 등을 가지고 있어요. 지금은 라테아트 자격증을 따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 바리스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바리스타가 되려면 2급부터 시작해야 하는데요. 필기시험을 준비하며 관련 학원이나 교육기관에서 바리스타 기초 교육을 이수하고 실기시험을 보면 됩니다. 여러 교육기관에서 바리스타 자격증 반을 운영하고 있으니 커피에 관심이 있다면 참고하세요.


# 바리스타 1급이랑 2급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게 말해서 워드프로세서 1급과 2급처럼 바리스타도 2급자격을 취득후 1급(전문가과정)을 취득하는 거예요. 1급을 따려면 기술적인 부분 외에도 약간의 라떼 아트 기술이 있어야 해요. 원두 분쇄도 조정부터 에스프레소 정상 추출 여부, 두 가지 원두 중 랜덤으로 한 가지를 선정해서 무슨 원두인지 맞출 수도 있어야 하죠.


# 주요 고객층은 누구인가요. 가장 바쁜 시간대는 언제인지도 궁금해요.

연령층은 정말 다양해요. 아무래도 커피를 테이크아웃 해 가는 건 20~30대가 많은 편이죠. 아침 출근시간과 점심시간 직후가 많은 커피숍들이 그렇듯 가장 바쁜 시간대입니다.


다양한 메뉴를 개발 중인 김 바리스타. 그가 시험삼아 만든 피치 아메리카노. 정식 메뉴로 내놓기 전까지는 몇 번이고 실험을 거듭한다.

# 나이에 따라 선호하는 커피가 다른가요.

한국인의 대부분은 신맛을 싫어해서 구수한 커피를 많이 찾는 편입니다. 반면 커피 마니아들은 산미가 있고 바디감이 좋은 커피를 선호하지요. 대체적으로 젊은 층은 스타벅스처럼 진하고 구수한 커피맛을 좋아하고, 나이가 있으신 분들은 부드럽고 은은한, 보리차 같은 맛의 커피를 많이 찾는 것 같아요. 인스턴트커피의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손님들은 쓴맛을 선호하더군요.


# 오늘 날도 춥고 비가 와서 갑자기 생각난 질문이에요. 날씨에 따라서도 커피 팔리는 양이 다른가요.

비가 오는 날에 창가에서 커피 한 잔을 하는 건 상당히 운치 있는 느낌이지요. 하지만 실제로는 비가 오는 날에는 유동 인구가 감소해서 테이크아웃 커피 매출은 떨어져요. 반면 홀에서 마시는 손님들이 있어서 머그잔에 담은 커피가 많이 팔려요. 매출은 아무래도 날씨가 화창할 때 잘 나오는 편이고요. 저는 어떤 날씨이든 마시는 걸 좋아하지만요(웃음).


원두를 폭풍 로스팅하는 중.

# 일등커피만의 원두 로스팅 방법이 있나요.

저희 카페는 기본적으로 미디엄 로스팅입니다. 시티플러스로 로스팅해요. 그러면서 산지마다 조금씩 다른 로스팅을 하지요. 에스프레소용 원두는 캐러멜 라이징을 해서 다크 하면서도 스위트 한 커피맛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합니다.


# 요즘에 여러 카페에서 디카페인 커피를 팔더라고요. 디카페인 커피는 일반 커피에 비해 맛이 없나요?

디카페인 커피 제조 공법 특성상 커피 고유성분이 손실되면서 맛과 향이 일반 커피보다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요즘에는 기술이 발달해서 아주 예민하지 않으면 큰 차이를 잘 느끼지 못할 거예요. 그래도 차이를 구분하는 분은 확실히 디카페인 커피가 일반 커피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고 하시더라고요.


# 어떻게 만들기에 그렇죠?

디카페인 커피 제조 공법은 물 추출법, 용매 추출법, 초임계 추출법 세 가지로 구분돼요. 물 추출법은 1930년대 초 스위스에서 개발된 공법으로 뜨거운 물이 커피에 침투하게 한 후 카페인뿐만 아니라 활성탄소를 통과해 카페인을 제거하는 공정이에요. 통과된 물이 다시 콩에 흡수된 후 증발하여 마르면 디카페인 커피가 완성돼요. 염화메틸렌이나 초산에틸 등이 사용되는 용매 추출법은 인체에 해가 될 수 있어 최근에는 잘 안 쓰고요. 최근 사용하는 초임계 추출법은 생두를 증기 처리해 15-30%로 가습 시킨 다음 120~180 기압의 용기 안에서 초임계가스(이산화탄소, 헬륨, 수소 등)를 80도에서 5~30시간 동작시켜 카페인을 추출해요. 카페인을 선택적으로 추출할 수 있지만 비용 부담이 큰 게 단점이죠. 이러한 제조 과정에서 커피의 고유 성분이 손실돼 맛과 향이 떨어질 수밖에 없지요.


원두를 골라내는 과정에서 발견한 벌레먹은 생두. 표정이 뚱해 보인다.

# 바리스타님은 개인적으로 어떤 커피를 좋아하나요? 다른 카페에도 자주 가세요?

저 같은 경우는 핸드드립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에요. 요즘 트렌드 공부하고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서 다른 카페에도 종종 가지요. 가끔은 비엔나커피로 잘 알려진 아인슈패너를 마시기도 해요.


# 일 하다 스트레스받으면 뭐로 푸세요.

맛있는 커피를 마시거나 아무 생각 없이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생각을 정리합니다.


# 자영업의 단점 중 하나는 휴일이 따로 없다는 것인데 혼자 커피숍을 운영하기 힘들지는 않나요?

아무래도 혼자 일을 하다 보니 자유롭지 못한 부분이 크지요. 특히 식사 문제는 제약이 많더라고요. 주말에는 아르바이트하는 친구가 있어서 기본적인 카페 운영만 합니다. 핸드드립은 주말에는 팔지 않아요


# 겪어본 진상 손님 중에 인상적인 케이스가 있나요?

여러 명이 와서 커피를 나눠마신다고 주문을 적게 하는 건 다반사고요(웃음). 냄새가 나는 외부 음식을 카페에 가져와서 먹고 마시는 분들도 있죠. 최근에 생각나는 건 카페 테이블에서 아기가 일을 본 기저귀를 갈던 손님이 떠오르네요. 만취해서 카페에서 코 골고 잠을 자던 중년의 손님도 있었죠. 커피숍을 운영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손님을 만나게 돼요. 아마 앞으로도 그러지 않을까요.


미니 로스터기도 선반에 올려두니 좋은 인테리어 소품이 된다.

# 커피숍을 운영하면서 뿌듯했던 기억은.

제가 만든 커피를 손님이 맛있게 마셨을 때죠. 그리고 커피 마신 뒤 커피숍을 나서며 "앞으로 여기만 와야겠어요"라고 말씀해주시는 예비 단골손님들도 고마운 분들이에요.


# 커피의 매력은 뭔가요.

커피 공부는 정말 하면 할수록 몰랐던 게 나오고 알아야 할 것도 많아서 어려워요. 연애보다도 어렵더라니까요(웃음). 하지만 그 향과 맛에 취하면 빠져나오는 게 쉽지 않죠. 그런 매력이 있어요.


# 가족이나 친구들도 커피숍에 자주 오나요.

가끔 놀러 올 때면 핸드 드립 커피를 내려서 같이 마셔요. 그러면서 커피 맛 평가를 해달라고 하지요. 최대한 냉정하게요.


애정을 가득 담아 만든 하트 모양의 라떼 아트.

# 커피숍 중에는 솜사탕을 얹은 라테나 오렌지를 넣은 라테 등 자신들만의 개성 있는 메뉴를 내놓는 곳들이 있는데요. 이런 커피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요.

예전에 수퍼커피에서 오렌지 비앙코라는 메뉴를 출시했을 때 맛있게 마신 기억이 있어요. 독특하고 개성 있어서 좋은 시도 같더라고요. 똑같은 커피는 재미없잖아요. 저도 수없이 많은 메뉴를 시도해봤어요. 최근에는 일등커피에서도 신메뉴인 코코넛 카페라테를 출시하기도 했죠. 많이 사랑해주세요(웃음).


# 하루에 커피를 얼마나 마시는 게 좋을까요?

하루에 1~2잔이 적당할 것 같아요. 하지만 체질에 따라 카페인 분해 정도가 다르니 몸 상태에 맞춰서 마시는 걸 권할게요.


원두를 볶으며 그 향을 맡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김 바리스타.

# 일등커피에서는 원두 택배 판매도 하고 있잖아요. 어떤 원두를 팔고 구입은 어떻게 하나요.

산지별로 6~7가지 원두를 보유하고 있어요. 대표적으로 많이 팔리는 건 콜롬비아, 브라질, 에티오피아 계열 원두입니다. 가격은 100g에 6000원 선이에요. 단골 고객 분들에게는 조금 더 할인해드려요.


원두 구매하러 가기>


# 집에서 핸드 드립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이 궁금해요.

누구나 쉽게 저렴한 비용으로 커피를 맛있게 내려 마실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원두 20g과 팔팔 끓인 물을 준비하세요. 원두 분쇄도는 설탕보다 약간 굵은 게 좋아요. 플라스틱 드리퍼에 종이필터를 깔고 20g의 분쇄된 원두를 담은 후 100ml의 물을 부어서 4분간 우려낸 뒤 다시 한번 물을 더 부어서 커피 원액을 추출하세요. 그리고 그걸 물에 희석해서 마시면 됩니다. 커피잔에 총 200ml의 커피가 담기면 끝인 거죠.


# 올해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올해는 매장을 이전해서 더 많은 분들에게 일등커피를 맛 보여 드리는 것이 목표예요. 다양한 원두를 판매하고 누군가에게는 '인생 커피'로 기억될 수 있는 커피를 파는 커피와 원두 전문점으로 자리 잡고 싶어요. 앞으로 나오는 신 메뉴와 매장 관련 소식은 SNS를 참고하시면 됩니다. 모두 감사합니다. 소중한 사람들과 즐거운 커피 타임 되시길 바랄게요!



2018. 04. 18. 최근 추가된 반가운 소식이에요. 김수혁 바리스타가 올해의 목표를 이뤘어요! 중화역 쪽에 있던 카페를 어린이대공원역 인근으로 옮겼어요. 간판도 훨씬 럭셔리하게 바뀌었지요.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일등커피, '퍼스트 에스프레소 커피(퍼스트 커피)'에서 매일 바리스타가 로스팅한 신선한 원두로 내린 커피를 맛보세요. 정식 오픈은 2018년 4월 26일입니다.


주소: 서울 광진구 군자로 70(군자동 362-1) 퍼스트 에스프레소 커피(퍼스트 커피)

영업시간: 평일 AM 07:30~PM 11:00 / 주말 AM 10:00~PM 11:00


최신 소식은 퍼스트 커피 SNS 팔로우하고 확인하세요. 조만간 오픈 기념 이벤트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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