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공영방송 BBC 코리아에서 한국의 민낯 보도하는 김수빈 기자 이야기
영국 공영방송 BBC의 월드와이드 한국어 서비스인 'BBC 코리아'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BBC 하면 드라마 '셜록'이나 '텔레토비'가 먼저 떠오르던 내가 이제는 '뉴스'를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된 건 김수빈 BBC 코리아 기자의 공이 크다. 한 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던 그는 자타공인 '이직왕'으로 불린다. 지금도 그가 '주간동아'에서 처음 일하며 SNS에 출입증 사진과 함께 올린 글을 기억한다. "여기엔 얼마나 있게 될까?" 유창한 언어와 탁월한 이슈 선정 감각을 바탕으로 어디로든 자유롭게 항해하는 그가 '허프포스트코리아'를 거쳐 이번에 닻을 내린 곳이 바로 'BBC 코리아'다. 영어보다는 한국어가 편한 기자가 국내 언론사 기자의 입장에서 영어와 한국어가 유창한 그에게 외신 기자로 사는 건 어떤지 물었다. 참고로 많은 언론에서 BBC 코리아 론칭 당시 추측성 기사를 내보냈지만 모두 틀렸다. BBC 코리아는 '대북 방송'이 아니다. 한국어를 읽을 줄 아는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방송이다.
# 지금 있는 매체와 자신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BBC는 2017년 9월부터 한국어 서비스를 실시했습니다. 저는 신설된 한국어 서비스의 기자(Broadcast Journalist)로 합류했습니다.
BBC 코리아 기사 보기>
# 어떻게 BBC 코리아에서 기자로 일하게 됐나요?
BBC나 영국과 특별한 인연이 있지는 않았습니다. 변화가 필요하던 시점이었는데 때마침 BBC 홈페이지에서 한국어 서비스를 위한 사람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봤어요. 거기 지원해서 합격을 했을 따름입니다. 직전에는 허프포스트에서 일했고, 그 전에는 주간동아와 NK news 등을 비롯한 여러 매체에서 일했습니다.
# 신문방송학과도 아니고, 인턴 기자도 하지 않았는데 기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저는 소위 말하는 '언시생' 출신도 아니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도 기자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졸업 후 공군에서 학사장교로 군 복무를 했어요. 그 과정에서 군 생활해본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국방 문제에 대해 많은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한 국방 전문 매체에서 우연한 기회로 글을 쓰게 되면서 기자의 세계에 입문하게 됐죠.
# 북한의 실상에 대해 다룬 글이 가디언에도 실렸잖아요. 처음에 외국 언론에 글을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언시생들도 많이 궁금해하는 부분일 것 같은데요.
외국 언론들은 주로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죠. 그래서 북한 문제에 대한 기사를 영어로 많이 쓰다 보면 이런저런 컨택을 받게 되곤 합니다. 특히 외국 언론인들은 여전히 트위터를 많이 쓰기 때문에 트위터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많이 쓰고 기사 소개하고 그러면 종종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영어 실력은... 직접 들어서 알긴 합니다만, 나쁘지 않죠?
제가 외국에서 연수를 받거나 유학을 한 것은 아니라 엄청나게 잘하진 않습니다만, 뭐 어쨌든 BBC에 기어들어갈 만큼은 하는 것 같습니다.
# BBC 입사 전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인상적이었던 부분이 있나요?
처음에 서류 전형이 끝나면 온라인으로 몇 가지 테스트를 합니다. 그다음에 면접 전형을 1회 또는 2회 정도 치릅니다. 최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위해서인지 면접관에게는 응시자의 이력서조차도 주어지지 않는 듯하더라고요. 보통은 면접에서 제 이력에 대한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그게 전혀 없어서 신기했습니다.
# 꾸준히 러시아어도 공부하고 있던데 새로운 언어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아요.
고등학생 시절부터 매일 영문으로 뉴스도 읽고 번역도 해보고 그랬던 게 도움이 많이 됐던 거 같습니다. 러시아어는 러시아에 출장 갔을 때 러시아어로 된 뉴스나 책을 직접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씩 공부 중입니다. 러시아어와 스페인어는 틈 날 때마다 공부하고 있는데 꾸준히 하기가 쉽지 않네요.
# 번역서도 여러 권 냈는데 간략한 소개와 함께 나올 예정인 다른 책이 있는지 알려 주세요.
출간된 책에는 안드레이 란코프의 '리얼 노스 코리아'와 데이비드 스트라우브의 '반미주의로 보는 한국 현대사' 가 있습니다. 보다 전에 번역은 끝났는데 출판사 사정으로 출간이 늦어진 '20세기 미국 군사사'도 올해 출간 예정이고요. 그밖에 다른 출판사와 한 영미 소설에 대한 번역 논의 중인데 이것은 아직 확정이 되진 않았습니다.
# 기자로서 관심 분야 혹은 전공은 무엇인가요?
안보 분야를 많이 다루다 보니 북한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써왔습니다. 또한 한국이 경제규모나 문화적인 영향력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외국에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있어요. 그보다 훨씬 흥미롭고 세계적으로도 영향을 미칠 만한 일들이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서 그런 쪽으로 많이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비트코인이라든지...
# 방송도 하고 글도 쓰잖아요. 뭐가 더 취향인가요?
취향은 뭐 둘 다 좋아합니다만 방송이 더 재밌더라고요.
# 기자 롤모델이나 멘토가 있나요?
존경하는 선배들이 많지요. 한두 명만 꼽기에는 다른 분들에게 미안할 정도로요.
# 일은 재미있나요? 남들에게 이 직업을 추천하고 싶나요?
기사 읽으면서 '아, 내가 이거보다는 더 잘 쓸 수 있는데' 하는 분들이라면 추천. 태반은 '아, 역시 만만치 않네'라고 깨닫겠지만 그 와중에 더 잘 쓰는 일도 있을 겁니다.
# 국내 언론과 BBC의 차이점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는 생각은 안 듭니다. 취재윤리 측면도 한국 언론이 몰라서 그러는 건 아니니까요.
# 런던 본사에서도 연수를 받은 것으로 압니다. BBC 기자들의 한 주 일과가 궁금합니다.
저도 런던에서는 연수만 받아서 다른 기자들이 한 주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보통 북한이 뭔 짓을 하면 다들 바빠지기는 합니다.
# 기자 생활을 하며 재밌었던 취재와 기억에 남는 취재, 그리고 힘들었던 취재를 꼽는다면.
저는 운이 좋아서 대부분 제가 관심 있는 것들을 취재해왔습니다. 취재했던 것들은 거의 다 재밌었죠.
개성공단 폐쇄로 실직자가 돼버린 분 찾아가 인터뷰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네요. 동네 카페에서 인터뷰 중간에 따님이 와서 용돈을 받아갔는데 가고 나서 그래도 자식 기죽이기 싫어서 용돈 달라면 되려 더 주고 그런다고 덧붙이시던 게 짠했죠.
최악은 음... 아마 앞으로도 줄곧 예비돼 있을 테니 더 두고 봅시다.
# 앞으로도 기자를 할 생각인가요? 그렇지 않다면 어떤 재밌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당분간은 계속 이 일을 할 요량입니다. 그런데 취재를 하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유튜브 스타 크리에이터가 더 전도유망한 거 같아요. 저도 요새 동영상 제작 연습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아예 취재부터 촬영 편집까지 혼자 다해서 BBC TV 뉴스에도 제 영상 기사가 나가는 걸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유튜브도 꾸준히 해야죠.
# 평소에 어디에서 취재 아이디어를 얻나요?
바로 쓸만한 기사들은 주로 다른 기사들을 읽다가 거기서 빈 곳을 발견하면서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정말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만족스러운 기사들은 일상(또는 현장)에서 우연히 발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궁금해요.
일단 쉬고 다른 걸 합니다. 어느 정도 텐션을 모은 다음 그걸 다시 이완시키고 다시 죄고 하는 과정에서 돌파구가 생기곤 하더라고요.
스트레스는... 일 안 하면 스트레스 다 풀립니다. 미니피그를 좋아해서 소셜미디어에서 미니피그 사진 및 영상을 즐겨봅니다. 한 2년 정도 수영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었는데 여기서 일하면서는 여의치가 못했네요. 조만간 재개할 생각입니다.
# 공군 장교 생활이나 과거 해온 음악, 영화 작업 등이 기자 일을 하는 데에 어떤 도움을 주나요?
직접적으로 도움을 주는 건 없어요. 하지만 아무래도 뭐든 경험이 있으면 취재할 때 배경지식이 되어주죠. 또 의외로 취재원을 만나서 아이스 브레이킹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더 넓은 집으로 옮기기. 하지만 정부가 쉽게 허락하지 않네요.
# 김 기자의 기사가 아닌 다른 글을 보고 싶으면 어디로 가면 되나요.
블로그(http://subin.kim/)를 운영하고 있는데 요샌 본업이 바빠서 업데이트가 뜸합니다. 페이스북에 종종 잡담을 하고요.
# 올해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매년 새해가 되면 음악 공부를 꾸준히 하겠다는 계획을 세우는데 제대로 실천하지는 못하고 있어요. 영문으로 책을 쓰는 것도 인생의 목표인데 아직은 요원하네요.
# 기자가 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최근 절실하게 느낀 건 하나입니다. 유튜브를 하세요. 영상 콘텐츠가 가지는 힘을 무시할 수 없거든요. 어떤 콘텐츠가 어떻게 갑자기 이슈로 부상하게 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구석구석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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