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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기자 May 02. 2017

지금 한국 공연계를 움직이는 것들

한국 공연계의 ‘큰 손’은 누구일까

한국 공연계의 ‘큰 손’은 누구일까. 올해 2월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신한카드는 최근 3년간(2014~2016년) 서울·경기 지역 소재 공연시설, 예매처 등 공연 관련 가맹점에서의 카드 결제내역을 분석해 ‘빅데이터를 활용한 공연 소비 트렌드 분석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 공연 소비를 주도하는 건 바로 젊은—30대 초반의—여성이었다. 최근 1년간 연령별 공연 소비 이용금액이 가장 높은 건 30대 초반(1016억)이었고, 40대 초반(771억)과 30대 중반(768억)이 그 뒤를 이었다. 남성의 경우 30대 초반(393억), 40대 초반(339억), 30대 중반(321억) 순으로 전체 통계와 순서가 동일했으나, 여성의 경우에는 30대 초반(623억), 20대 후반(492억), 30대 중반(447억) 순으로 젊은 연령대에서 이용금액이 높게 나타났다. 20대 후반 여성과 30대 초반 여성의 평균 공연 결제 횟수는 각각 4.3회로 공연을 가장 많이 소비한 것으로 나타났고, 평균 이용 금액 또한 전 성별과 연령대에서 가장 많은 금액(28만 원)과 두 번째로 많은 금액(27만 8천 원)을 차지했다.


한국 여성 관객들의 재관람율이 높은 남성 2인극 ‘쓰릴 미’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 사진제공 달컴퍼니

세월호 침몰 사고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의 여파로 공연 소비가 잠시 주춤하기는 했으나, 매년 한국의 공연 소비 규모는 커지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예술경영지원센터와 국내 공연시설 및 단체 운영 현황과 실적을 조사해 발표한 ‘2016 공연예술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공연시장 규모는 2015년 기준 7815억 원이었다. 2014년의 7593억 원에 비해 2.9% 증가한 수치다. 총매출액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티켓 판매 수입(3633억 원, 46%). 장르 별 티켓 판매액 규모를 살펴보면 △뮤지컬 1975억 원(54.4%) △연극 729억 원(20.1%) △ 양악 321억 원(8.8%) △복합 99억 원(2.7%) △국악 90억 원(2.5%) △ 무용 70억 원(1.9%) △ 오페라 63억 원(1.7%) 순으로 나타났다.

젊은 여성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다 보니 전반적으로 남성 위주의 작품이 인기가 높다. 여성이 주도적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극은 애초에 많이 만들어 지지도 않지만 공연돼도 흥행 성적이 썩 좋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한국 공연계에는 특히 여성 관객의 ‘회전문’ 관람—같은 공연을 회전문 들락거리듯 여러 차례 재관람한다는 의미—으로 지탱되는 작품도 다수 있는지라 이 같은 작품과 캐스팅의 편중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모차르트’에서 모차르트 역을 맡은 슈퍼주니어 규현. /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도리안 그레이’에서 도리안 그레이 역을 맡은 JYJ 김준수. / 씨제스컬쳐

국내 뮤지컬은 크게 대극장 작품과 중․소극장 작품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대극장에서는 여전히 라이선스 뮤지컬, 내한 오리지널 투어 뮤지컬 등이 강세인 반면 중․소극장에서는 창작 뮤지컬이 조금씩 세를 넓혀가는 분위기다. 아직까지 뮤지컬을 ‘예술’보다는 ‘상품’으로 보는 제작자가 많기 때문에 흥행을 최우선으로 할 경우 주연급에 아이돌을 캐스팅하는 경우가 흔하다. 국내에서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트리플, 쿼드러플, 심지어는 퀸터플 캐스팅까지 나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꾸준히 뮤지컬에 출연해온 JYJ 김준수나 슈퍼주니어의 규현 등은 이제 아이돌일 지라도 ‘믿고 볼 수 있는 배우’ 축에 들지만, 일부 아이돌은 함량 미달은 물론이고 기대했던 티켓 판매량조차 저조한 경우도 있다. 아이돌의 바쁜 일정에 다른 배우들이 연습 일정을 맞추다 보니 연습 과정에서 잡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에는 기성 배우 못지않은 연기력과 가창력으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아이돌도 점차 늘고 있다.

이런 한국에서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공연은 무엇일까. 국내 최대의 공연 티켓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는 자사의 2016년 공연 티켓 판매량(2016년 1월 1일~12월 28일)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다. 인터파크에서 2016년 판매된 공연 티켓 판매금액은 총 4271억 원으로 2015년(4187억 원)보다 2% 증가했다. 공연 장르별로는 뮤지컬이 1993억 원으로 전년대비 4% 증가, 콘서트는 1809억 원으로 전년대비 1% 증가, 연극은 261억 원으로 전년대비 3.5% 증가했다. 그러나 클래식과 오페라, 무용과 전통예술 장르는 전년 대비 각각 10%, 5.4%씩 감소했다.


가스통 르루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팬텀’의 한 장면. / 사진제공 EMK뮤지컬컴퍼니

이에 따르면 뮤지컬 판매 1위는 박효신·박은태·전동석 등이 출연한 ‘팬텀’이었다. ‘팬텀’은 2년 연속 뮤지컬 부문 최다 판매 공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가스통 르루의 대표작인 ‘오페라의 유령’을 극작가 아서 코핏과 작곡가 모리 예스톤이 뮤지컬로 만든 작품으로 2015년 국내 초연했다. 뮤지컬 부문 최다 판매 2위는 지난해 초연한 창작 뮤지컬 ‘마타하리’로 옥주현·류정한·엄기준 등이 출연했다. 두 작품 모두 EMK뮤지컬컴퍼니의 작품이다. 이어 ‘노트르담 드 파리’, ‘킹키부츠’, ‘몬테크리스토’, ‘헤드윅’, ‘스위니 토드’, ‘아이다’, ‘맘마미아!’ 등 라이선스 뮤지컬이 순위를 이었다. 10위는 창작 뮤지컬 ‘그날들’이었다.


인터파크 조사 결과 지난해 가장 많이 팔린 리미티드런 연극 1위에 선정된 ‘카포네 트릴로지’. / 사진제공 아이엠컬처

연극은 오픈런 공연인 스테디셀러와 리미티드런으로 나눠 집계했다. 스테디셀러 공연 판매 순위 1위는 코믹 연극 ‘라이어 1탄’이었다. ‘라이어 1탄’은 수년간 ‘옥탑방 고양이’와 ‘뉴보잉보잉’에 빼앗겼던 1위를 재탈환했다. 오픈런 공연을 제외한 리미티드런 연극 중 판매 순위 1위는 세 편의 연극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작품인 ‘카포네 트릴로지’였다. 각 공연은 10년의 차이를 두고 같은 장소에서 벌어졌던 세 가지 사건을 다룬다. 이 때문에 여러 차례 공연장을 찾는 관람객이 많았다. ‘꽃의 비밀’과 ‘엘리펀트 송’이 그 뒤를 이었다.

콘서트 부문에서는 미국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한국 가수 중 역대 최고 순위인 26위를 기록한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BTS 라이브 화양연화 온 스테이지 : 에필로그’가 1위를 차지했다. 클래식과 오페라 부문에서는 오페라 ‘카르멘’이, 무용과 전통예술 부문에서는 유니버설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이 판매 순위 1위를 차지했다.


*영문 버전은 아래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http://thedissolve.kr/the-big-players-in-korean-performing-ar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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