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미키'와 동거하며 소소한 행복 찾는 Siri 씨의 이야기
"아니, 집에 웬 고양이예요?" 태어나서 동물은 물론이고 식물 한 번 키워본 적 없는 Siri 씨의 집에 갑자기 고양이가 나타났다. 유기되어 안락사시킬 예정이던 고양이라고 했다. 태어나서 '냥집사'가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를 '집사'의 길로 이끈 건 고양이의 애절한 눈빛이었다. 버려져서 죽을 뻔한 고양이에게 Siri 씨는 얼룩무늬가 '미키마우스'를 닮았다는 이유로 '미키'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Siri 씨가 주는 무한 애정과 파워 사료 덕분에 조금은 뚠뚠하기까지 한 건강한 상태가 된 '미키'. 뚠뚠이 '미키'와 예정에 없던 동거를 하게 된 그는 인터뷰에 응하면서도 "너무 초보 냥집사라 혹시 잘못된 정보를 전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나 이미 한 생명을 살렸다는 점에서 최소한 '미키'에게는 최고의 집사가 아닐까. 반려동물을 기르려고 고민하고 있거나 유기동물을 입양할 생각이 있다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동물은 갖고 놀다 낡으면 버릴 수 있는 장난감이 결코 아니라는 걸 다시 깨닫게 된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주변에 고양이를 사랑하고, 키우는 친구들이 많아서 자연스럽게 고양이에 관심을 가지게 된 사람입니다. 7~8년 정도 고민만 하다 결국 집사가 된 사람이기도 하고요. 고양이를 키우게 된 지는 1년 조금 넘었습니다.
# 지금 키우는 고양이에 대해서도 소개해주세요.
까만 후드를 두르고 있는 수컷 코숏. 코와 발바닥 젤리도 까만 친구입니다. 이름은 '미키'이고 나이는 6~7세 정도예요. 제 말을 잘 알아듣고, 그만큼 말도 많습니다. 잠자리 잡는 것과 새벽 4시 반 '우다다'를 좋아합니다.
# 어쩌다 '미키'와 인연을 맺게 됐나요.
가장 친한 친구네가 육(6)묘 가정인데, 그 친구의 지인들도 반려 동물을 많이 키워요. 그중 한 분이 경기 쪽에 있는 유기묘, 유기견 보호소에 봉사하러 가셨다가 이 아이를 만났어요. 사람을 무척이나 좋아하고 잘 따르기에 어떤 사연을 가진 아이인가 확인해 봤더니, 다음 날 안락사될 예정이었던 겁니다. 도무지 발이 떨어지질 않아서 결국 데려오셨다고 해요. 일단 이 아이를 보호하면서 주변에 입양처를 물색해보고, 정 안될 경우 직접 키우실 생각이셨던 거 같아요. 그러던 중 제 친구를 통해 저한테까지 연락이 닿은 거고요. 전 이 아이 사진을 보자마자 바로 승낙했습니다. '미키'의 얼굴을 보니 그냥 이제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그전에 다른 동물을 키워본 적 있나요.
없습니다. 식물도 없어요. 아버지가 동식물 키우는 걸 정말 좋아하시는데 어머니가 질색하셔서(특히 동물), 어린 시절 본가에도 각종 화분과 물고기만 있었습니다. 아, 아주 잠깐 '새'가 있었네요.
# 왜 이름이 미키죠.
미키 코가 까만데, 그 까만 부분 모양이 미키 마우스 머리를 닮았어요.(다들 하트 모양 같다고 하지만, 자세히 봐야 합니다!) 미키를 만나기도 전에 사진으로만 그 모양을 보고 이름을 정했습니다. 남동생은 고양이에게 쥐 이름을 붙여줘 놓고 미안한 마음도 안 드냐고 했지만요.
# 미키와 보내는 한 주 일과가 궁금해요.
혼자 살기 때문에, 일하는 동안엔 정말 미안하게도 미키 혼자 집에 있습니다. 제가 돌아오면, 현관문 키 누르는 소리를 듣고 맞이하러 나옵니다. 항상 자다 깬 얼굴로, 기지개를 켜면서 나오는 걸 보면 제가 없는 내내 거의 자는 것 같아요. (가끔 카펫이 밀려있거나, 좋아하는 장난감이 이동해 있거나 하기도 하지만요.) 보통 저와 비슷한 시간에 잠들기 때문에, 자기 전까지 함께 신나게 놉니다. 그러다 같이 쓰러져 잠드는데, 꼭 새벽 4시 반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요. '우다다'의 시작이죠. 저도 그 소리를 듣고 깨서 비몽사몽 간에 미키를 달래고 다시 자는 게 일상이 되었네요. 주말엔 낮에 어딜 나가지 않는 이상 거의 같이 잡(놉)니다.
# 혼자 있으면 외로워하지는 않나요?
제가 아침에 출근하려고 일어나서 씻으러 가는 길, 퇴근하고 들어오는 길에 제 손과 발을 엄청 핥아요. 손을 빼려고 하면 다시 끌어당겨서 핥고. 왜 그런지는 정확하게는 잘 모르겠지만, 그런 걸 보면 외로움이라는 걸 아는 것 같기도 해요.
# 유기묘를 키운다고 했을 때 주변의 반대는 없었나요.
고양이를 키우다 아픔을 겪은 친구가 반대한 것 말고는 딱히 없었어요. 반대라기보다 '더 신중히 생각해 봐라' 정도였죠.
# 처음 만난 미키랑 지금 미키랑 뭐가 제일 달라졌나요.
처음에는 7kg 정도로 살이 많이 쪄있었는데 구내염을 겪으면서 살이 쪽 빠졌다가 지금은 다시 보기 좋게 살이 올랐어요. 코트 모질도 좋아지고 색도 선명해졌고요. 오래 바깥 생활하느라 굳은살이 배겨있던 발바닥 젤리들도 많이 말랑해졌지요.
# 고양이를 키우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뭘 참고했나요.
그동안 귀가 따갑게 들어왔던 집사 친구들의 이야기가 지금까지도 많은 도움이 돼요. 하지만 고양이마다 성격이나 취향이 달라서 미키한테 안 먹히는 정보도 꽤 있더라고요. 그럴 땐 블로그나 유튜브에 의존하기도 하고, 책도 찾아보고요. EBS '세나개(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도 많이 봅니다. 갓형욱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반려동물을 대하는 마음가짐을 배우지요.
# 처음에 고양이 키울 때 뭐가 제일 걱정이었나요.
고양이와의 '헤어짐'이었어요. 같이 오래 살 수 없는 게 당연한데, 그 끝을 내가 잘 견뎌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제일 컸죠. 그건 사실 아직도 두렵고 무서워요.
# 지금은 뭐가 제일 걱정인가요.
당장의 걱정은, 이 녀석이 칫솔질을 정말 싫어한다는 거예요. (울고 싶네요.) 구내염을 한번 겪었던 터라 완치된 이후에도 꾸준히 관리해줘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요. 입에 뭘 대기만 해도 기겁을 하고 쏜살같이 도망가거든요.
# 고양이를 키워서 안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미키가 걱정이 돼서 길게 집을 비울 수가 없어요. 갓난아기를 집에 혼자 두고 나오는 기분이에요. 친한 친구에게 하루에 한 번씩 들여다봐달라고 부탁하고 가는데도, 밖에서 계속 생각이 나더라고요. 해외여행 계획 전엔 더없이 심사숙고해야 합니다.
# 미키를 키우면서 '이게 제일 뿌듯했다'는 게 있다면.
새벽에 자꾸 '우다다' 하는 것 때문에 하루는 제가 너무 지쳐서, 미키 앞에서 하소연한 적이 있었어요. 너~~~~ 무 졸려서 반쯤 뜬 눈으로 미키 불러다 앉혀놓고 "네가 이 시간에 자꾸 이러면 내가 깨지 않니, 누나가 너무 힘들고 졸려, 이러고 자면 또 지각이야, 하루 종일 피곤해, 그만하면 안 될까?" 그랬더니 잠자코 듣고 있다가 자기 잠자리로 올라와서 눕더라고요. 그날은 정말 꿀잠 잤네요.
# 미키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과 장난감은 무엇인가요.
닭고기 베이스의 건식, 습식 사료 그리고 닭가슴살을 정말 좋아합니다. 집에서 치킨 시켜 먹기가 힘들 정도예요. 장난감은... '카샤카샤 붕붕'이라는 잠자리 낚싯대를 정말 좋아해요. 작년 12월에 궁디팡팡마켓에서 종류별로 6~7개 사 왔는데 지금은 하나 남았어요.
# 미키를 키우고 난 이후로 제일 돈을 많이 쓴 고양이 용품은?
구내염 때문에 건식 사료를 먹지 못할 때 캔으로 된 습식 사료를 먹였는데, 좋아하는 캔을 찾느라 정말 많이 샀었어요. 덕분에 미키의 취향을 확실히 알게 되었지만 제 통장은...(...)
# 미키가 말을 안 들을 때는 어떻게 하나요.
고양이가 사람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죠. 다만 제가 걱정이 돼서 반드시 막아야 하는 행동을 할 때(먼지 가득한 어딘가에 들어가려고 한다거나, 이상한 걸 먹으려고 한다거나)는 주의를 줍니다. 그런 행동을 못 하도록 몸을 밀어내거나 혹은 막거나, 목소리를 평소보다 더 낮게 해서 이름을 부르는 식이죠. 사실 미키가 나이가 많아서 그런지 꽤 점잖은 편이에요.
# 앞으로도 고양이를 더 키울 생각이 있는지.
가끔 상상을 해보기도 하는데... 아직은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미키에게 온전히 사랑을 쏟는 것도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 고양이를 키우는 선배 집사들에게 궁금한 점이 있나요.
칫솔질 노하우를 배우고 싶어요. ㅠㅠ
#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되나요?
저는 입양할 의사가 더 없는데도 평소에 인스타그램 검색을 많이 해 봅니다. 정말 안타까운 아이들이 많고, 가슴 아픈 이야기도 많아요. 동물보호단체 '카라' 계정을 통해서도 많은 소식을 접하는데, 여기에서 정기적으로 입양 파티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런 정보를 찾기 전에, 자신이 고양이를 기를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지부터 돌아봐야겠죠.
# 당신에게 고양이란?
제 두 번째 남동생 같은 존재죠.
# 더 많은 미키의 사진은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제 인스타그램(@8 siris8)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8siris8/
# 반려동물을 집에 들이려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많이 기다려주고, 많이 사랑해주고, 끝까지 책임질 준비가 됐나요?
구석구석 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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