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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17. 2017

회사는 오늘도 바쁨

직장은 적당히 바빠야 합니다

난 스타트업을 시작했지만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다. (응?)

퇴사를 했지만, 파트타임으로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나로서는 당장 매출이 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 당장 적게나마 현금을 받을 수 있는 꽤 좋은 제안이라 생각했다.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이 회사라는 곳은, 이직하고 나서 지금까지 놀아본 적이 딱히 없다. 우리 회사는 출근, 퇴근이 굉장히 자유롭고, 휴가 내는 것도 거의 개인의 일만 잘 책임지면 언제든지 쓸 수 있다. 수평구조를 유지하고 있어 누가 누구에게 무슨 일을 시키는 것이 아니라 자기 책임의 일을 다 하면 스트레스받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주변의 친구들이 내가 다니는 직장의 환경에 대해서 꽤나 부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기서 잘 생각해봐야 할 것이, 아마도 다른 외국계 회사도 비슷할 것이랑 생각되지만, 이렇게 좋은 환경이고, 칼퇴가 가능한 곳이지만, 일하고 있는 만큼은 정말 5-10분도 편히 쉴 수 없을 정도의 업무강도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5분도 못 쉬고 야근도 밥먹듯이 하고 주말에도 나오는데요?라고 하면 ㄷ ㄷ ㄷ 죄송합니다.)


일반적으로 미국 회사는 바빠지고 매출이 올라가면 사람을 막 뽑는다. 그러다가 상황이 안 좋아지면 사람을 막 자른다. 그런데 독일 및 유럽 회사의 특징은 바빠지고 매출이 막 올라가면 최대한 버티다가 정말로 어쩔 수 없을 때 사람을 뽑는다. 사람을 뽑을 때도 굉장히 신중하게 (신중한 것인지 순발력이 없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뽑고, 상황이 안 좋아져도 웬만하면 사람을 데리고 있으려 한다. 우리 회사는 독일계 회사여서 아무리 바빠져도 사람을 쉽게 뽑지 않는다. 이게 장기적으론 좋은데, 막상 일하는 현직자들은 죽을 맛이다. 


아르바이트로 다니고 있지만, 내가 맡은 일들이 꽤 많다. 정해진 시간만 나가고 집에 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집에 와서 편히 쉬면서 발 닦고 수박이나 먹으면서 TV 보려는 게 아니라 집에 와서, 아니면 다른 곳에 가서 내 서비스와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한 주에 40시간이 아니라 20시간을 정해놓고 코인 차감하듯이 직장에서 일을 한다. 


그런데 저번 주, 이번 주초에 너무 바빠서 대부분의 시간을 써 버렸다. 나는 야근을 한다고 해서 이게 어필이 되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초과해서 일한다고 해서 보너스나 프로모션의 혜택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딱 그만큼만 하고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일이 어떻게 그렇게 되는가... 이 점이 괴롭다. 


'돈'을 받고 있다. 돈을 받는 만큼 제대로 일 해야 한다. 그래서 나는 현재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만큼은 제대로 효율적으로 최선을 다해 일 할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회사 다니는 게 꿀이라고, 여유가 많고 복지가 좋다고 자랑하는 사람들에 대해 별로 좋지 않게 생각한다. 직장은 자신이 인생의 반 이상을 보내는 곳이고 어떻게 보면 자신을 드러내는 하나의 면인데 그 이미지를 '여유롭고 편하고 쉴 수 있는 곳'으로 드러내다니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집에 땅과 부동산이 많지 않다면 말이다. 


개인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후로 노동을 요구하고 그 대가로 월급을 주는 '고용인'과, 월급을 받고 그 대가로 노동을 행하는 '피고용인' 둘 사이에 간극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 거의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자신이 일하는 만큼 대가(급여)를 합리적으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옆사람, 친구, 가족, 연인에게 물어보라. 그러면 당연히 자신이 받는 급여가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주변에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라. 급여를 주는 만큼, 딱 그만큼 일하는 피고용인들이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즉, 급여를 주고 있는데 생각보다 '놀고 있는' 직원이 많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제지만, 나는 둘 다 옳다고 생각한다. 어떠한 직장인들은 정말로 급여를 받는 만큼,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분들이 결과를 내는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것에 대해선 안타깝기도 하지만, 보상을 받아내는 협상의 기술 역시 자본주의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부분이라 생각이 든다. 


또한 어떤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틈만 나면 웹서핑, 인터넷 쇼핑, 웹툰, 그리고 심지어 영화를 보는 분들까지 봤다. 급여가 제 때 나온다면, 피고용인은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내야 한다. 여기는 사회봉사단체도 아니고, 교회도 아니기 때문이다. '고생했어요', '노력을 많이 했어요'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노력하라고 회사에서 돈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노력이 장기적으로 그 performance를 내기까지의 과정일 순 있다)


그런데 뭐, 이런 경우도 있다. 일종의 '악순환'인데, 처음에 회사가 잘못했다는 입장이다. 월급이 밀리든, 아니면 초과근로에 대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았으므로, 또한 개선의 여지가 없어 보이므로, 나는 반대로 일하는 시간을 빼서 쉬겠다는 것이다. 이 악순환은 계속적으로 나빠지는데 결국 노사 간의 해결할 수 없는 깊은 간극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마도 이러한 결과로 많은 직장인들이 자신이 일한 만큼 보상을 못 받는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회사의 상황이 아무리 나빠도, 이렇게 악순환으로, 일종의 보복성 일거부로 가는 것은 본인에게 좋지 않다. 이 회사를 평생 다닌다든지, 아니면 다른 회사를 가서도 동일하게 살겠다고 하면 할 말이 없지만, 언젠가 우리 모두가 회사를 안 다니게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심지어 회사를 계속 다니더라도 자신의 일의 효율성을 높이고 능력을 키우는 데 이러한 보복성 일거부는 1도 도움이 안 된다. 


나는 회사에서 내 능력껏 최선을 다해서 주어진 업무를 다 하고, 그 이후 합리적인 처사가 이루어질 때까지 타협하고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처사가 마음에 들면 남고, 아니면 이직을 하던가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은 채로 온갖 불만과 분노를 들고 회사를 다니면 당최 행복할 수 있는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회사의 사장이나 관리자들은 표현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그래서 피고용인들은 그 고용인 그룹이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대우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진짜 나쁜 사장님들을 제외하곤, 피고용인이 왜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는지에 대한 나름 이유가 있기도 하다. 


객관적으로 자신의 일의 performance가 낮을 수도 있고, 아니면 일을 정말 잘하는데 그 잘하는 것을 관리자나 고용인에게 제대로 알려야 하는 것도 '내 일'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다. 고용인이 참 좋은 사람이어서 미리 알아주고, 챙겨주고 일하는 만큼 대우해 준다면야 금상첨화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 않다. 특히 엔지니어 직군의 사람들이 자신의 일의 결과를 관리자, 고용인에게 잘 어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것은 스스로 개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누구도 챙겨주지 않을 테니깐 말이다. (그래서 요즘엔 회사에 다니는 개발자들도 '커뮤니케이션' 및 '글쓰기'능력을 강조하는 경우가 있다)


여하튼 쓰다 보니 원래 의도한 바와 다른 이야기를 적고 있는데 (글쓰기는 오늘도 늘지 않네요) 나의 취지는, 회사는 적당히 바쁜 게 정상이고, 바쁘지 않다면 좀 이상한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전 회사에서 가끔씩 바쁘지 않을 때마다 '아, 이상하네. 이렇게 쉬어도 회사가 매출이 나고 우리의 급여가 지급이 될까?'라고 걱정을 했다. 


이 세상에 꿀 직장은 없다. 직장을 꿀로 다니고 있는 직장인이 있을 순 있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몰고 가기엔 우리의 인생이 너무 짧다. 기업을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 법을 어기면 처벌을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특별히 개인의 성장 관점에서 봤을 때, 바쁘지 않은 직장에선 정말 심각하게 자신의 미래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한다. 


**지극히 저의 주장일 뿐이며 일반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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