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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24. 2017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기로 했다

오늘은 회사 아르바이트 날, 안산의 한 연구소에 출장을 가게 되었다. 역에서 연구소까진 버스로 가기에 애매해서 택시를 탔다. 택시비는 회사에 청구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회사에 청구하는 실비정산 청구는 꽤나 귀찮다. 이런 자잘한 실비정산만 간편하게 청구할 수 있는 앱이 나왔으면 좋겠다. 


택시를 타고 가며, 우리 동네 사당동과 달리 널찍한 3,4차선 도로와 한산한 교통이 부러워 택시기사님께 말을 건넸다. 택시기사님은 사교적이고 친절하신 60대 중반의 남성분이셨다. 


"도로가 널찍하니 좋네요. 저희 동네는 2차선에 언제나 항상 막혀서 답답하거든요."

"이게 다 박정희 때 만든 거야."

도로에서 밑도 끝도 없이 '박정희'로 주제가 옮겨졌다. 

정말로 단언컨대 나는 도로가 넓다는 말밖에 한 적이 없다. 그리고 단 한마디도 더 하지 않았다. 

친절하고 웃음이 맑은 기사님은 웃는 얼굴의 표정 한 번 안 바뀌면서 그대로 말을 이어가셨다. 


"빨갱이 개 xx 들... 젊은 새 x들이 아주 그냥, 그 박정희 동상이 뭐라고 동상에 빨간 칠을 해놓고 말이야. 아 이 개 xx들"

"역사는 역사야. 그건 바꿀 수 없는 건데, 아휴 아주 그냥.."


나는 정말로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냥 씁쓸한 웃음을 지었을 뿐이다. 옛날과 같이 대응해선 난 오늘 외근을 못 갈게 뻔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어른 분들의 이런 접근에 대해 그냥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냥 그런 사고방식이 생길 수밖에 없었던 환경이었겠지 하고 넘어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나도 중학생 땐, 박정희를 존경하지 않았던가? 너무 어려서 뭘 잘 몰랐었던 시절이었지만 말이다. 지금의 굉장히 합리적인 소설가 김진명 씨도 당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선 상당히 박정희 찬양 쪽으로 편향되었었던 시절이라고 생각이 문득 든다. 사람의 생각은 변한다. 내 생각도 계속 변하고 있지 않나. 


연구소 도착해서 1시간 반 동안 숨도 안 쉬고 미팅을 이어갔다. 서울에서 열심히 아침부터 달려와서 사내 카페테리아 바로 앞에서 미팅을 하게 되었는데, 커피 한 잔도 안 사주셔서 좀 섭섭했다. 물이라도 한 잔 주셨으면 안 그랬을 텐데. 손님한텐 최소한 물 한잔이라도 드려야 하는 게 정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마도 너무 일이 바빠서 그럴 겨를도 없었나 보다. 우리 쪽으로 오시는 손님께는 언제나 항상 미팅 전에 음료를 권해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참 나도 별거로 다 섭섭해한다. 


솔직히 요즘은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동안 행복하지 않다. 일이 너무 많아서도 이지만, 회사의 분위기도 그렇게 밝은 분위기가 아니다. 나는 이제 회사를 떠난 객의 신분으로 일하고 있지만, 그 안에 구성원으로 일하고 있는 형님들이 좀 더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별로 얼굴들이 좋지 않다. 아무리 떠나는 입장이라지만, 몇 년여간 몸 담았던 회사가 밝았으면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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