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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y 27. 2017

은근히 운치 있는 일상

워낙 일상에 빠져 있다 보면, 주위를 둘러보는 여유를 잃게 된다. 직장 사무실이 한강 바로 옆에 있어, 창문에서나 옥상에서 한강이 멋지게 보임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3년여 동안 솔직히 10번 정도나 보러 갔을까, 마음에 여유가 없었다. 매일 걷는 출퇴근 길에도, 우리는 너무 익숙한 나머지 주변의 아름다움을 몰라보거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매일 건너는 지하철 속에도 얼마나 바쁜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느라 햇살이 한강에 눈부시게 빛나는 꽤나 괜찮은 모습들을 놓친다. (저는 껌껌할 때 건너고 껌껌할 때 집에 가는데요? - 죄송합니다. 야경도 꽤 괜찮..)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특히, 서울의 아름다움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변화에 무딘 것 같다. 


부끄럽지만 나도 한 동안 해외 도시들에 비해 한국의 도시들을 무시했던 적이 있었다. 특히 유럽 여행을 갔을 때 감탄했던 부분들과 서울을 비교하면서 서울의 단점들만 눈에 들어왔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서울을 걷다 보면, 은근히 '와 멋지다'할 때가 많다. 대부분의 경우 차를 타고 가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가 아닌, 걷다 보니 우연찮게 이런 순간들이 찾아오게 된다. 


멋진 순간들이 찾아올 때마다, 그냥 스마트폰을 꺼내서 찰칵 찍는다. 사진 전문가들이 보기엔 턱없이 부족하겠지만, 비전문가인 나 같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기엔 충분히 멋지게 저장된다. 


서울시청 근처 정동의 거리


많은 사람들이 거쳐갔을 법한 벤치


남산 소월로에서 본 해질녘 서울


최근 개방된 서울로


고향이 강원도 속초라 자주 설악산 및 속초 바다에 가게 된다.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한국에서 강원도만큼 아름다운 곳은 없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는데, 방문할 때마다 감탄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한 폭의 그림같았던 소나무



그러나 안타까운 것은 사진과 그림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지금 내 눈에 보이고 느껴지는 이 광경은 절대로 어떠한 형태로도 100% 저장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유럽에 갔을 때, 남는 건 사진뿐이라며, 명소에 가서 사진을 빛의 속도로 찍고 가시는 관광객분들을 봤다. 이 엄청난 광경들을 보고 충분히 느끼지 않는 것에 굉장히 놀라기도 했는데, 비싼 비행기표에 비해 너무 부산물(사진)에 집중하시는 모습이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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