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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Jun 11. 2017

비 안정적인 생활

비정기적 수입

cover 출처: bankokbiznew.com


퇴사 자체가 주는 두려움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충

1. 비정기적인 수입

2. 소속감의 상실


두 가지가 될 것 같다. 멘탈이 강하다면 사실 두 번째, 소속감 상실 같은 것은 쉽게 해결할 수 있다. 어차피 회사에 정기적으로 출근하는 사람들끼리, 그렇지 않은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되어있다. 


가장 두려울법한 것은 1번, 꼬박꼬박 월급이 통장에 꽂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에 고정적으로 월 지출이 고정되어 있다면 상당히 공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가족이 아프거나, 빚이 있거나, 먹여 살려야 할 가정이 있다면 솔직히 퇴사 후 스스로의 무엇을 하는 것을 권유하기엔 쉽지 않다. 따라서 모두에게 퇴사가 맞는 길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이런 분들은, 창업자의 자세로 직장을 다니기도 하고, 또, 퇴근 이후 스스로의 무언가를 충분히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대학시절 미국에서 학비도 없고 생활비도 없어 일을 참 많이 해야 했다. 일 때문에 졸업을 늦추기도 했는데, 당시엔 상당히 힘들고 불행했다. 몇몇 다른 유학생 친구들은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나는 공부에 집중하기 힘든 환경이었으니까, 그 상황을 마냥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엔 쉽지 않았다. 미국에선 자동차를 안 탈 순 없으니, 우리나라 대중교통비 나가듯이 월 지출에는 자동차 loan, 그리고 월세 및 생활비가 대부분의 고정 지출이었다. 분기별로 찾아오는 학비도 날 괴롭게 했다.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 뛰면 겨우 겨우 맞춰가곤 했는데, 월 말에 항상 이런 긴장감을 피할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와 처음으로 정기적으로 월급이 나오는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적지만 꼬박꼬박 통장에 입금되는 돈이 기특하기도 하고 스스로의 노동에 대해 보람을 느끼기도 했다. 병역 특례 복무기간을 마치고, 정식으로 회사에 취직했을 때는, 월급이 올라 삶은 좀 더 풍요로워졌다. 이후에 이직하고서는 더더욱 그랬다. 


월급이 올라가면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씀씀이가 커지고 다양해진다는 것이다. 평소에 갖고 싶었던 물건을 가질 수 있게 되고, 평소에 하고 싶었던 취미활동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개인적으론 보험을 잘 안 들지만, 보통은 여러 보험 및 연금을 들기도 한다.


퇴사를 생각하시는 분들은 바로 '지출'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비정기적인 지출, 예를 들어 의류 구매, 비싼 식사, 취미 생활, 친구들과의 술자리 등은 언제든지 안 하면 그만이지만, 고정적인 지출, 연금, 보험, 비싼 휴대폰 비용, 월세, 빚 등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고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기 어렵다. 


나조차도 이미 씀씀이가 커진 상황에서 지출을 줄이기가 쉽지 않았다. 휴대폰을 알뜰폰으로 바꾸고, 시기에 잘 맞추어 요금제도 싸게 변경했다. 나름대로 비싸게 지출했던 보험을 해지하고, 최소한의 실비 보험으로 갈아타게 되었다. 밥은 가능하면 비싼 음식점은 피하고, 밖에서 쉽게 사 마시던 카페도 자제한다. 카페는 비싼 커피와 비싼 케익등이 나를 유혹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할 장소다. 친구들과의 술자리는 '금기'시 하는 것이 당연하다. 지금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게 자동차인데, 워낙 오래 타기도 했고, 미국에서부터 힘들게 가져온 차라 쉽게 팔지 못하고 있다. 또한 팔아도 얼마 나오지 않아 자주 타지도 않으면서 계륵처럼 세금만 내고 있는 상황이다.


비 안정적인 생활은 대학 때 충분히 해 봤다. 이민 생활이라 가족의 회계는 내가 맡게 되었는데, 월 수입 및 지출에 대해 관리하는 것은 꽤나 수고스럽고 스트레스받는 일이다. 하지만 그러면서 많이 배우게 되었다. 사실 퇴사 이후, 개인으로도, 지금 작게 시작하고 있는 스타트업에서도 돈 관리는 필수 아닌가? 


과거에 고생했던 것들은 대부분 교육으로, 경험으로 보상을 받고 있다. 정말이지 무섭다. 편하고 쉬웠던 것들은 대부분 기억에 남지 않거나 현재 쓰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하나같이 힘들고 괴로웠던 경험들은 현재 스스로의 기술과 경험으로 아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no pain, no gain 의 절대적 진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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