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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Jun 20. 2017

눈먼 돈들

그거 다 세금입니다...

법률, 세무적으로 정부의 지원사업 등의 도움을 받아볼까 하고 찾아봤다. 마침 적당해 보이는 곳을 찾았는데 

서울 강남 3곳 중 하나의 센터에 입주하는 조건으로 


- 디자인 비용 일부 지원 (지정 디자인 인력 연결)

- 서버 비용 일부 지원

- 직원 고용 시 일부 비용 특정 기간 동안 지원

- 언론사 매월 유료 홍보

- 홈페이지/앱 제작 비용 일부 지원


이외에 여러 지원 사항이 있었다. 여러모로 좋은 조건으로 보였다. 이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입주를 해야 하고, 입주를 하기 위해서는 입주심사를 거쳐 선발되어져야 했다. 


최대한 빨리 서류를 준비해서 신청서 제출을 했다. 그러니 그다음 날 바로 문자와 이메일이 도착했다. 응? 뭔가 이상했다. 신청서 제출 후 이렇게 하루 만에 답이 오는 경우도 있나.. 서류심사를 하긴 하는 건가? 뭐, 어쨌든 심사 일정을 잡았다. 심사 당일에 사업 소개자료를 가져오라고 해서 (집에 프린터가 없는 관계로) 킨코스까지 가서 거금 3천 원을 주고 2 copy 씩 프린트까지 해 갔다. 



심사 당일


각 협업/사무실 공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동안 탁 트이고, 깨끗하고 밝은 코워킹 스페이스에 적응이 돼서 그런지, 90년대 벤처 시절 생겼을 법한, 어두운, 폐쇄적인, 그리고 안? 깨끗한 사무 공간이 그렇게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또한 공간에 입주하기 위해선 보증금 3개월치를 예치해야 하며 최소 계약기간은 6개월이라고 했다. 

코워킹 스페이스에서는 할인율을 통해 장기계약을 제안하는데 반해 여기선 반강제적이었다. 그렇다고 가격이 싼 것도 아니었다. 


어쨌든, 공간을 모두 둘러보고 심사위원님이 계신 빌딩으로 찾아갔다. 나름 내 아이템에 대해서 준비하고 어떻게 말할지 준비를 하고 만나게 되었다. 심사위원님이 계신 곳은 직접 운영하시는 회사 안쪽의 사장님실이었다. 

아이디어에 대해서는 시장이 작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셨다. 예상되는 질문이었다. 그런대로 대답하고 나서 대충 바로 입주에 대한 이야기로 들어갔다. 잠시만.. 심사는? 심사는요? 심사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심사 따위는 없었다. 


입주하면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씀만 반복을 하셨다. 사업만 15년을 넘게 하셨다고 자랑? 하셨다. 굉장히 실망이 컸다. 지금까지 무엇을 몇 년 이상 했다고 자랑하는 분 치고 진짜이신 분은 없었다. 공간으로서 메리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뭔가 입주 조건으로 뭔지 모르겠지만 도와줄 수 있다는 말씀의 반복은 결코 좋게 들리지 않았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간 역시 정부 부처(특정 부처는 언급하지 않겠다)에서 민간 업체를 선정하여 민간이 운영하는 것이었다. 집에 돌아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림이 그려졌다. 


1. 민간 업체가 오픈되어 있는 정부 지원을 따서 계약하고

2. 정부는 창업을 지원한다는 좋은 취지에서 지원을 하되

3. 민간에서는 홍보 및 운영을 하고 (운영을 통해 수익을 얻고)

4. 실비정산 등으로 창업 관련 지출에 대한 환급을 받는다

5. 심사위원들은 입주 성사 시, 혹은 고정적으로 어떠한 형태로든 이익이 돌아갈 것 같고


뭐 이런 식인 것 같았다. 위 내용의 각 요소들이 다 좋으면, 굉장히 좋은 시스템인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어찌 됐든, 이 지원사업의 본질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그 안에서 사업을 추진해보고, 부가적으로 여러 도움을 주는 것일 텐데, 일단 공간이 너무 별로다. 너무 별로인 수준을 떠나서 현대적인 오피스 환경에 대한 전혀 '공부'가 안된 느낌, 마치 90년대 오피스를 일부러 재현해놓은 느낌 같았다. 뭐, 이런 건 취향이라고 할 수 있을까? 



결론


제발, 그 돈들이 어디서 공짜로 생긴 돈들이 아니지 않은가. 다 국민의 혈세를 모아 모아 정부가 적절하게 쓰기 위해 예산을 배정한 것 아닌가. 즉 국민의 돈이다. 국민의 돈을 어설프게 창업 지원하는 곳들에 그렇게 어설프게 쓰이도록 두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차라리 지원금을 없애라. (아직 더 배고파보지 못해 이런 소리를 당당하게 할 수 있는지도...) 지원금을 없애고 새로운 산업분야, 융합 쪽에 규제를 완화하고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이들에게 길을 열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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