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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Sep 19. 2017

스마트 스터디

김민석 대표님 강연을 듣고

cover 출처: 핑크퐁


쫄지마창업스쿨: 스마트스터디 김민석 대표님 강연에 참석했다.

솔직히 별로 기대하지 않고 갔다. 


정말로 그냥 저녁에 계속 쭉 이어서 일할까 생각하다가 어차피 신청했으니 하며 2호선 외곽순환 먼 길을 돌아 마루 180까지 왔다. 왜 그랬느냐 하면, 내가 스마트스터디, 핑크퐁, 김민석 대표님에 대해 전혀 아는 정보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저 주변에서 대단하다, 대단하다 라고 최근 들어 몇 마디 들은 게 다여서,

그냥 뽀로로 이후로 또 한국에서 대박이 난 애니메이션 콘텐츠 회사겠거니


딱 이 정도만 생각하고 갔다. 강연이 지루해지면 일을 하려고 컴퓨터를 꺼냈다. 졸리기도 하고... (하여튼 무식하면 참 안타까운 결정을 자주 하게 된다.) 개인 정보력에 대해 심히 반성하게 되는 계기였다.


드디어 강연이 시작되었다.

스마트 스터디의 시작됨과 동시에 난 코딩은 집어치우고 강연에 집중하게 되었다. 그럴 때가 있다. 어떤 강연은, 아무리 좋은 화질의 영상으로 저장되어 온라인에서 액세스가 가능해도, 반드시 오프라인에서만 느껴지는 그 긴장감, 힘, 강사의 의도, 표정, 목소리, 뉘앙스들이 있다. 오늘 강연이 그랬다. 안 왔으면 후회할 뻔했다. 참석비 만원이 문제가 아니었다.

출처: 중앙시사매거진

김민석 대표님은 워리어(전사)였다. 


넥슨에 일찍 입사해 배웠던 점들, 3명이서 시작하여하는 족족, 매번의 아이템에서 기대했던만큼의 만족스럽지 못했던 결과들에 대해 낱낱이 말씀해주셨다. 거기엔 어떠한 자랑도 또, 불필요한 겸손함도 없이 덤덤하게 당신들이 고민하다 과감하게 도전한 결과에 대해 수치로 이야기해 주셨다.


시장성 예측 -> 과감히 도전 -> 결과 보고

마치 배우러 온 우리 청중 전체가 VC 가 된 것 마냥, 에피소드 하나하나를 진지하게 들려주셨다. 많은 창업가 선배님들께 자주 감명을 받지만, 이렇게 자신의 강연에 집중하시는 분은 정말 처음이었다. 강연 시작 전 김 대표님의 표정은 비장하기까지 했다. (나만 그렇게 보였을까) 무엇을 이룬 사람의 모습이 아닌 계속 도전하는 도전자의 얼굴이었다. 대표님의 예측 이후, 과감한 도전 부분엔 일말의 조심스러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기대했던 매출이 나오지 않았을 때, 실망도 있었겠지만 바로 그 다음번 시도를 생각하는, 순간순간들이었다.


강연이 시작되자마자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홈페이지부터 뭔가 다르다. 이 회사도, 저 회사도 다 사용하는 요즘 트렌디한 그 홈페이지 레이아웃이 아니다. 뭔가 촌스러워 보인다. 유행스러운, 있어 보이는 그런 게 없다. 그런데 이상하게 뭔가 방문자를 강력하게 사로잡는다.


www.smartstudy.co.kr


그 뒤로 스마트 스터디의, 유행과 다른, 바로 긴 글이 시작된다. 아니, 신문 사설도 아니고. 홈페이지란 말이다. 그런데 단어 하나 문장 하나 하나에 무게가 있다. 허투로 쓰여진, 가벼운 마케팅이 섞여있는 거짓말들이 아니다.

스마트스터디는 한국에 모바일 앱 개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2010년 6월에 설립되었습니다.

다년간 온라인 게임/웹 서비스를 제작하고 운영하던 이들이 뭉쳐, 모바일 플랫폼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섰습니다. 하지만 이런 뻔한 경력이나 이력을 가진 팀은 발에 챌 정도로 많을 뿐 아니라, 새로운 플랫폼의 출발점은 누구에게나 같습니다. 게다가 호흡이 긴 기존의 개발과 서비스 운영과는 전혀 다른 형태와 반응을 보이는 모바일 시장은 낯설기만 합니다. 같이 시작했던 다른 조직들이 크게 성공하는 것을 보며 마음이 조급해지기도 하고,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스타트업들의 이야기가 꼭 우리 일만 같습니다.

숨을 한 번 크게 들이마시고, 내뱉은 후에 고민해봅니다.

많은 팀이 그러하듯, 우리만의 새롭고 참신한 것을 쫓아 헤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무심코 지나친 일상을 가만히 앉아 돌아보며,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는 것을 찾아봅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것들을 다시 한번 꺼내봅니다. 길고 긴 생각의 끝에 우리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씩 보이기 시작합니다.

우리가 만드는 서비스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합니다.
출처: www.smartstudy.co.kr

계속 이어진다.

플랫폼을 만드는 일은 참 힘들지만, 한 번 제대로 구축하면 플랫폼을 이용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내보내기가 쉬워집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매체의 특성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접근하는 집단이 많아 보입니다. 이렇게 만든 그릇으로는 좋은 음식을 담아 소비자에게 올바르게 전달할 수 없습니다. 그릇을 만들기 전에 소비자를 이해해야 하고, 음식을 이해해야 합니다. 누가 어떤 음식을 찾는지, 왜 좋은 그릇이 필요한지에 대한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합니다.

단순한 다단 사진의 나열이, 커다란 책이나 잡지로 보던 내용을 그대로 손안에 넣어주는 일이, '좋아요' 숫자를 세는 일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왜 콘텐츠를 필요로 하는가? 우리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는가? 우리가 다루는 콘텐츠와 경쟁하는 대상은 누구인가? 우리는 왜 수 백 년 전 음악을 아직도 듣고 있고, 리메이크한 가요를 듣고 있는가? 오래된 명화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돈을 내고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콘텐츠와 플랫폼을 사용하는 사람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좋은 서비스의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람이 합니다.


이제는 적다고 말하기 어려운 인원이지만, 다양한 서비스를 모두 인력으로 처리하기엔 한계가 있습니다. 적은 자원으로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성하고, 부족하나마 자동화 가능한 부분을 찾아 사람의 손이 덜 가도록 합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사람이 더 사람다운 일을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컴퓨터는 컴퓨터가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사람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합니다.

우리가, 사람이 합니다.


여러 가지 충격적으로 도전적이었던 강연 내용 중, 가장 내게 핵심으로 남았던 내용만 나눈다면,

모든 회사는 사람이 다 하는 거다.
능력 있는 몇 사람이 다 먹여 살리는 거다.
어떻게 하면 좋은 사람을 찾을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라.

를 나의 단어로 소화해보자면,  

끝내주는 동료/팀을 만나기 전까진, 규모가 필요한 사업을 하지 말자. 그때까지 좋은 동료를 만날 수 있는 자격인 내 '실력'을 키우고, 조그맣게나마 조금씩 매출을 나 혼자 힘으로 얻어내는 연습을 해 보자.


폭풍 같던 강연이 끝나고 집에 갈 시간이 되었다. 집에 그냥 가려다, 내 명함을 들고 줄 서서 대표님께 인사를 했다. 나는 현재 공유공간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지만, 향후 같은 엔진으로 소규모 학원이나 학교 등에서 사용될 수 있는 툴 소프트웨어에도 관심이 있다. 그래서 우리(라고 말해봤자 나 혼자지만)는 작은 학원이나 공부방 등에서 학생들 관리하는데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고민하고 있다고 내 소개를 했다. 그리고 대표님 명함을 받고 싶다고 했다. 명함을 받았다. 그리고 감사하다고 하고 집에 갔다.


대표가 아니라 족장님이시다...

버스를 타고 엄청 후회했다. 김 대표님을 내가 근거리에서 또 언제 보겠는가. 내 소개가 아니라 질문을 했어야 한다. 대표님은 심지어 어떤 것인지 되물어 보시기까지 하셨는데 말이다. 대표님이 피곤해하실까 봐 배려한답시고, 내 뒤에 또 인사를 하려 기다리는 예비창업가들을 배려한답시고.... 나는 크게 투자를 받은 스마트 스터디가, 향후 더 빠른 성장을 위해 고객, 파트너사와 일하면서 애로사항이 있는지, 특정 커뮤니케이션이나 협업에 어려움은 없는지, 그러한 일에 특화된 외부 3rd party program 도입엔 관심이 있으신지 여쭤봤어야 한다. 난 진짜 최악이다. 내 최대 관심사는, 고객(다른 회사)이 성장하는 것에 도움이 되는 SW를 만드는 것이다. 그게 업무 자동화든 아니든 상관없고 닥치고 시장을 파야하는 건데 말이다. 반성해야 한다. 뭐, 그렇게 질문한다고 기회가 항상 오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엄청 후회가 되었다. 앞으로 이런 상황은 또 올 것이고, 그때 나는 정확하게 행동해야 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shPDJQdYWfs


https://www.youtube.com/watch?v=4iiV-DqF49o

https://www.youtube.com/watch?v=x0M-10ecnz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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