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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Sep 10. 2017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벤 호로비츠의 'Hard Thing about Hard Things'를 읽고 있다. 한국어로 번역이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되게 직설적이고 짧은 문장들로 굉장히 직관적인 문장들로 적혀있다. 사실 전부터 많은 SW 창업 관련 글에서 추천이 되었지만, 어려울까 봐 겁이 나서 못 읽고 있던 책이다. 막상 읽어보니 저자의 호탕한 성격이 문장에 그대로 녹아져 있어 저자가 막걸리 한 잔 하시고 바로 앞에서 이야기해주듯 술술 읽힌다. 


저자는 넷스케이프 시절부터 초기 멤버로 일하다가 여러 SW스타트업을 창업하고 매각하고 지금은 실리콘밸리에서 VC로 활동 중인 Ben Horowitz. 

표지부터 뭔가 친절하지 않다는 것을 느낄..

지금까지 읽어가며 제일 인상 깊게 다가왔던 내용은

아무도 상관하지 않는다 
NOBODY CARES


When things go wrong in your company, nobody cares.

The media don't care, your investors don't care, your board doesn't care, your employees don't care, and even your mama doesn't care. Nobody cares.

(경영자로서) 회사의 상황이 나빠지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언론도 신경 쓰지 않는다. 투자자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사진(보드멤버)들도 상관하지 않는다. 당신의 직원들도 신경 쓰지 않는다. 심지어 당신의 부모도 신경 쓰지 않는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좀 과장돼서 적어놓은 글 같지만, 현실을 군더더기 없이 사실대로 적나라하게 적어놓은 내용이다. 비록 난 지금 회사를 경영하는 것도 아니고, 투자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언론이 주목한 것도 아니고, 직원들과 함께 회사를 꾸려나가는 상황도 아니지만, 굳이 적용해 보자면 현재 나의 상황이 나빠지면, 그것에 대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게 뻔하다. 생각보다 주면에선 당신의 어려움과 실패를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막연히 사무실에서 일하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날은 특히 밤을 새우고까지 뭔가 열심히 한 날이라 쓸데없이 내 일에 보람을 느끼기도 했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지만) 노력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되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결과론자가 아니다. 결과를 위해선 수단과 목적, 합법과 불법, 윤리적 의식조차 상관하지 않고 가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아니다. 과정 자체에 상당히 비중을 두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학생 때는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해 보였다. 주변에서조차 열심히 하는 사람에게 크레딧을 주었다. 심지어 이는 각 개인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기 어려운 큰 조직의 회사에서도 이어지기도 했다. 회사에서도 뭔가 야근을 밥먹듯이 하며 열심히 일하는 사람에게 왠지 모르게 크레딧을 준다. 아무리 일을 잘 해도 일찍 자기 일을 마무리하고 가는 사람들을 곱게 보는 회사는 드물다. 


아무튼지, 제품을 사업화해야 되는 내 입장에서, 나 혼자 아무리 열심히 한들, 누구도 상관하지 않는다. 담임선생님이 와서 잘했다고 칭찬해주지도 않고, 일 열심히 한다고 해서 부모께서, 친구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정이 없는 게 아니고, 그냥 시장의 원리가 그런 것 아니겠는가. 


이 사실이 굉장히 무섭게 느껴졌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나는 실패에 대해 굉장히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 여유마저 사라지게 하는 구절들이다. 실패하며 배우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그랬다는 것이지 실패가 좋다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자주 실패 자체를 찬양하는 나 스스로에게 반성해야 할 부분으로 생각되었다. 다 잘 되고 나서 실패를 돌이켜보며 배움을 돌이켜보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얼마나 열심히 하느냐는 의미가 없다. 일을 일으키고, 그것이 영향을 끼치고, 사람들의 필요를 잘 찾아서 금액을 지불하게까지 만들어 내는 것이 필요하다. 내가 밤을 새든, 이틀을 새서, 일주일을 잠을 안 자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 며칠밤을 새고 밥도 안 먹고 집에도 안 가고 해도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 기능을 구현해서 고객에게 도움이 되는 서비스가 구축이 되느냐 안 되느냐의 문제다. 만약 내가, 아니며 누군가 열심히만 하고 있으면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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