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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Sep 06. 2017

다양한 사람들

회사를 다닐 땐, 우리 회사, 남의 회사 다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고 일하다 보니, 사람들을 분류하는 잣대가 '회사'였다. 즉, 회사를 다니거나, 아니면 다지니 않으면 집에서 가사를 돌보시거나, 아니면 외부에서 장사를 하시거나,라고만 생각했다. 누구를 만났는데 회사를 다니지 않고 있다고 하면, 학생이거나 아니면 곧 취업을 목표로 시간을 쓰고 있는 분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가끔 회사를 갈 생각이 없다고 말씀하시면, 오히려 내 숨이 콱 막혔다. 참견할 자격도 없으면서 괜히 걱정되고 암튼 앞이 깜깜해 보였다. 그런데 막상 내가 회사를 다니지 않으면서, 공유사무실에서 각자 프리랜서, 조그만 스타트업으로 일하고 계신분들을 만나다 보니 아직도 참 신기하다.


사업을 하거나 프리랜서로 일하시는 분들조차 내 안에서의 카테고리가 그리 많진 않았던 것 같다. 같은 프리랜서라 해도, 정말 다양한 형태의 고객들을 돕고 있고, 서로가 프리랜서임에도 불구하고 서로가 고객이 되기도 하고,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였다. 각종 협업, 파트너십을 맺기도 하고, 돈을 도대체 어떻게 버시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각자 먹거리를 위해 회사에서 봤던 그 치열함의 몇 배로 싸우시더라. 오픈된 공공 테이블에서 주로 작업을 하는데 며칠 째 창문 끝에 앉으신 한 남성분은 도대체 언제 집에 가시고 언제 다시 사무실에 오시는지 모르겠다. 그냥 항상 그 자리에 노트북과 함께 '존재'하신다. 집에 가시기는 하는 걸까...


대학생 때, EBS인가 어떤 방송에서 빵빵한 대기업 직장을 잘 다니다가 벤처를 다닌다고 30대 중반의 벤처회사 사장과 직원들을 인터뷰한 적이 있다. 그 전날도 집에 못 자고 아침에 화장실에서 간단히 세수를 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겼다. 방송을 보면서 나는 '도대체 어떻게 저렇게 살아가지.. 보장된 미래도 없이 말이야'라고 생각하며 나는 절대로 저 길에 가지 않을게 분명하기 때문에 별로 맘에 담아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어느새 나는 내가 별로 선호하지 않았던 보장되지 않는 미래의 길에 와 있는 나를 발견하곤 헛웃음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내가 원해서 가게 된 길 반, 정말로 싫어하고 가고 싶지 않았던 길로 반을 가고 있다.


세상엔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일들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남 걱정 안 해도 그분들은 다 열심히 자신의 길을 닦아가며 열심히 그들의 길을 가고 계셨다. 내 코가 석자다. 다 살아가기 나름인 것 같다. 퇴사라는 낭만은 퇴사하기 직전과 직후에만 잠깐 있는 휘발성 메모리와 같은 것 같다. 이후론 낭만이고 뭐고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 듯... 그래서 퇴사 직전/직후의 사람들이 종종 이상적이고 낭만적인, 감상적인 이야기를 할 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현실적인 이야기 외에 별로 감상에 젖지 않았던 것 같다.


누가 볼 땐 어설퍼 보일수 있는 사람들이 그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고 있다. 난 현장에 가까이 있을 필요가 있다. 가끔 너무 안일한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 프로들 옆에 있기만 해도 도움이 된다. 망상의 나라에 자주 빠지는 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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