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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Aug 06. 2016

감상에 젖지 말기

퇴사 이후의 감정 놀이는 그만

한동안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를 퇴사하고, 나의 새로운 사업을 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굉장한 일을 하는 것처럼 감상에 빠지곤 했다. 남들은 다 회사 다니고 있는데, 나 혼자 그 무서운 사업의 길을 간다는 스스로의 선택을 영웅담처럼 생각하는 일종의 '나르시시즘'이 아닐까 반성해 본다. 일단 사업의 길로 가기로 작정했으면, 내게 있어 제일 중요한 것은 앞으로의 사업 계획과 이 사업을 통해 내가 원했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더불어 수익이 될 수 있도록, 윤리적, 법적 테두리 안에서 목숨 빼놓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퇴직을 결심한 후, 나 스스로도 약간은 떨리는 마음에, 평소 알던 지인과 만나거나 통화로, 나의 소식을 알렸다. 일종의 '출사표'의 목적도 있었겠지만, 통화가 끝난 후 대부분은 후회를 했다. 그 어느 누구도, "그래, 어렵게 결정한 사항이니 다음 길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할게"라는 말보다는, "음, 네 생각은 잘 알겠는데, 내 의견으로는, 회사를 계속 다니면서 준비해보는 게 나을 거야. 회사 밖은 전쟁터야, 네가 잘 몰라서 그래", "안전하게 준비해야 해, 굳이 사서 고생할 필요는 없잖아?"의 안정형 충고/조언이 많았다. 


종종 사업을 해보지 않은 분들이 굉장히 긴 시간의 조언을 목적으로 한 '강의'를 하시는 경우가 있다. 순진했던 나는 이제부터는, 사업을 해보지 않으신 분들의 '사업'에 대한 지나치게 긴 조언은 듣지 않기로 했다. 겸손을 버리자는 생각은 아니고, 그런 불확실한 조언에 귀 기울일 정도로 시간이 넉넉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더 이상 지인들에게 "나 이제 퇴사하고 사업하려고"라는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냉정하게 따져보면, 이 넋두리의 목적은, 나 자신의 결정에 대한 두려움으로 인한 감정 놀이이며, 은근슬쩍 지인들에게로부터 대단하다든지, 어려운 결정이었다든지의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을 또 알았기 때문이다. 역시 퇴사와 출사표에 대한 '감정 놀이'일뿐이다. 


며칠 전, 사업 4년 차의 한 대표님과의 대화에서 깨달은 것은, 내 사업을 시작하기로 한 이상, 내가 첫 번째로도 두 번째로도, 세 번째로도 집중하고 개발하고 연구해야 하는 쪽은 '고객 유치'라고 했다. 내가 집중해야 할 부분이, 플랫폼 개발도 아니고, 투자유치도 아니고, 팀빌딩도 첫 번째로 집중해야 할 부분이 아니며,  퇴사와 사업 시작에 대한 감정 놀이는 더더욱이 아닐 것이다. 굳이 브런치 블로그에 퇴사와 사업 시작에 대한 나의 감정을 앞으로 굳이 적어야 한다면, 그것은 스스로의 내적 상황에 대한 자가 감시 (self-monitoring) 수준을 넘지 않으려 한다. 


제대로 일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몇 가지 평소에 생각 없이 하던 다음과 같은 사항들도 당분간 스스로 자제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것들은 남는 것이 없는, 그리고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소비되는 사항들이겠다. 

1. 특별한 목적이 없이 만나는 지인들과의 술자리

2. 결혼식 후 지인들과 차  마시며 놀기

3. 영화 시청 자제

4. 친지분들께 현재의 상황 설명하기


인스타그램의 창업자 케빈 시스트롬은 프로그래밍을 예를 들어 이렇게 말했다. "현재 인스타그램에는 나보다 프로그래밍을 훨씬 잘하는 친구들이 엄청나게 많다. 하지만 우리가 처음 시작했을 때는 내가 해야 했고, 적어도 일을 일으킬 만큼은 잘해야 한다." 정확한 번역이 아닐지 모르겠지만, 내가 받아들이기로는 이런 내용이었다. 프로그래밍으로만 예를 들었지만, 모든 사항에 적용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투자유치며, 팀빌딩이며, 리더십이며, 모든 것들을 다 굉장히 잘할 수는 없겠지만, 일을, 우리의 사업을 일으킬 정도까지는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추가할 만한 부사나 형용사가 없는 완전한 문장임을 알 수 있다. 

일을 되게 한다. 일을 되게 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한다. 

허세의 기름을 쫙 빼고 내가 진짜 해야 할 일에 집중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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