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그리고, 청년들에게
커버 사진 출처: 뉴스1
어디를 가더라도 정치 이야기는 껄끄러운 주제다. 상대방과 친하거나 좋은 사람인 것과 별개로 정치적 견해의 다름으로 인해 다툼이 일어나거나 서로 간에 호감이 줄어들기도 한다. 여기저기 SNS에서 친구라고 해서 서로의 소식들이 확인되지만, 종종 서로 다른 정치적 견해의 극단적인 표현으로 마침내 친구 차단을 누르게 된 사례까지 있다고 한다.(라고 말은 이렇게 했지만, 솔직히 나도 경험이 있다.)
취업이 어려운 청년들에게 우리나라 정치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많은 청년들에게 정치에 대해 물으면, 이제는 너무나도 많이 정치에 실망한 나머지 진절머리가 난다고도 한다. SNS상에는 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아니면 특정 이슈에 대해 인스턴트한 댓글이나 '좋아요'정도로 표현하는 이용자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분명한 사실이 있다. 의사표현을 하고 저항하고 분노하지 않는 대신, 정치를 '무관심'으로 대하게 되면, 우리의 '정치'는 지금보다 더 제멋대로 돌아갈 가능성이 더 크다. 지금도 다수? 의 정치인들이 제 배를 채우기 바쁘며, 나라에 대한 사랑 없이 제멋대로 놀아나는데, 곧 기성세대가 될 우리 청년들이 정치에 대한 감시와 응원을 저버리게 된다면, 그들에겐 감시받을 사람들도, 응원받을 사람들도 잃어버리게 된다.우리가 그렇게 싫어하는 정치인들이 가장 원하고 바라는 것이 바로 우리의 무관심일 수 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많은 의견이 엇갈린다. 세월호 사건에 대해 원인과 책임을 다 제쳐놓고, 우리나라 국민 중, 슬퍼하지 않는 이들은 없다고 믿고 싶다. 혹시라도 있다면 그들은 '사람'이기를 포기한 분들이라 그분들과는 이야기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아마 대부분의 여당 지지자들도 가슴깊은 곳에서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슬퍼할 것이 분명하다. (몇몇 정치인들에게 깊은 가슴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다 떠나고서라도 참사 원인에 대해서는 철저한 규명이 이루어져야하는 것이 분명하다. 물론 나라 운영을 방해할 정도로 방해가 된다는 이유로 '규명'에 대해 반대할 분들도 물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구체적이고 명확한 '규명' 확인 없이, 그리고 엄한 처벌 없이 이 사건을 그대로 얼렁뚱땅 또 넘어가게 된다면, 세월호 사건은 또 다른 형태의 제 2 세월호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을 마음 아프게 할 것이다. 이 것을 남의 이야기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일차원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현재 성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싸드 문제를 지지할 수도, 반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싸드가 우리 동네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지지하게 된다면, 역시 일차원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이다. 언제나 모든 문제는, 내 문제가 될 수 있다.
나라를 위해, 객관적으로 멀리 봐야 된다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과연 사건을 '내'문제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뮬레이션이 되지 않는 건가 상상해 본다. 시뮬레이션을 떠나서, 실제로 '내'문제가 되었을 때, 과연 어떻게 행동하게 되실지, 그때도 나라를 사랑한다는 이유로, 묵묵히 받아들이고, 나라와 정부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일 텐지, 과연 몇 분이나 그러실지 생각해 본다. 내 가족과 내 사람들의 건강과 안녕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나라를 사랑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국민을 위해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던 일제시대에도, 다수가 친일로 나라를 팔아먹고 내 가족의 배를 채우기 위해 양심을 팔아먹을 때에도, 소수의 국민들은 그 아무것도 해 주지 않는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무인도에 혼자 가서 살아가지 않는 이상, 우리는 누군가들과 함께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혹은 효율성을 위해 역할 분담을 하게 되고, 누군가는 육체적이 노동을, 누군가는 머리를 싸매고 전략을 싸메야 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서로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고, 이 사회를 위해 모두가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가치관이 필요하지 않을까. '정치'는 이렇게 사람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데 있어 피할 수 없는 것일 수 있다. 또한, 권력이 집중되다 보면, '선'을 궁극적으로 이루기 어려운 인간의 입장에서 부패와 부작용이 일어나는 것 역시 어쩔 수 없다고도 본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을 그대로 두고 하소연이나 하고 있으면 무엇이 달라지겠는가? 더 욕심 있고 행동력 강한 소수의 누군가들이 나무 위에 올라가서 열매를 따먹어버리는 것이 당연하다.
나는 건강한 중도를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에선 내가 좌파라고 판단한다. 옳은 것을 바라고, 정의가 실현되고, 잘못된 것이 심판받기 원하는 성향을 가지고 좌파라고 말한다면 짜증이 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정치적 성향이 좌쪽이라면 나는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권이 좌, 우로 교차적으로 한 번씩 나눠 갖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우리나라의 짧은 민주주의 역사를 생각해 봤을 때, 한쪽의 성향이 오랫동안 권력을 쥐고 있는 것보다, 양쪽이 권력을 한 차례씩 나눠가지면서, 치고받고 싸우지만 결과론적으로 조금씩, 아주 조금씩 나아질 수 있다면 그 또한 좋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치열한 싸움은 그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특히 우리 청년들이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페이스북 댓글로만 감정적으로 싸우는 것이 아니라, 관심을 기울이고, 가장 기본적인 투표로 국민의 권리를 행사할 뿐 아니라, 내가 뽑은 정치인들, 나의 지역구 의원들, 기초단체장들에게 나누어준 국민의 권력을 잘 행사하는지, 정기적인 감시와 응원으로 그들에게 동기부여를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인들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한치도 없지만, 내가 지금 운 좋게 바로 정치인이 된다고 해서 그들보다 훨씬 나은 정치를 할 수 있을 거란 자신도 없다.
백남기 농민 부검 여부를 놓고 치열하게 공방 중이다. 나는 '부검'을 하자는 입장에 열렬히 반대하며, 백선하 주치의의 의협에서 나온 사망진단서 지침을 따르지 않은 것과, 안면수심으로 '부검'을 몰아붙이는 검찰에 대해 분노한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배경과 현재 안위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들이 왜 '부검'을 주장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를 한다. 나는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비판적 사고 없이, 한쪽의 맹목적인 따름 보다는, 양쪽의 생각을 충분히 생각해 보고, 대화로 푸는 방법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현재 문제는 '대화'의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국가에서 처음부터 국가에 반대하는 쪽을 미리 폭력시위대 및 반정부단체로 규정하고 시작을 하니, 답이 나올 수 있나.
우리 청년들이 바라는 것은, 현재 서울대 병원 장례식장에 대치하고 있는 시민들과 경찰들의 그러한 말도 안 되는 국가 v.s. 국민의 구도를 막는 것이 아닐까. 이대로라면 제2의 백남기 씨 사건이 나오지 않으라는 법이 있을까. 사건의 꼬리가 시작이 되고 결국 골이 깊을 대로 깊어질 뿐이다.
대통령이라는 포지션에 있는 사람, 또한 정부 각처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은, 이러한 문제를 부추기는 것만이 아니라 대화의 채널을 통해 이 상황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정부의 모습은, 마치 국가대 국민의 대결구도를 일부러라도 만들고 싶어 하는 것 같이 보인다.
비폭력주의를 찬성한다고 해서, 무조건 '불법'이 나쁘다고 많은 생각하지 않는다. 일제시대 때도 그랬고, 군사정권 때도 그랬다. 아무리 추구하는 가치가 좋더라도 법에 위반하는 행동은 나쁜 거라고. 그랬으면 안중근 의사도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하면 안 됐었고, 우리가 요즘 영화로 흔히 접하는 '의열단'도 테러집단에 불과했을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한 '김재규'라는 인물에 대해 국가의 대통령을 무력으로 시해한 극악무도한 '살인마'로의 시선만 가지고 있다면, 역사를 좀 더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의 이러한 생각들이 언제든지 충분히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그래서 나의 의견에 반대하는 사람들과 대화하기를 좋아한다. 감정적으로 색깔론으로 들어가지 않고, 점잔히 그들의 주장을 듣고, 존중하고 또 반론을 하고, 이렇게 좀 더 개선되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충분히 흘러갈 수 있다. 물론 정치권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국가에서 조금만 더 넓게 생각한다면, 대화와 토론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문제는 대화와 토론을 막아버릴 때, 양 쪽이 극단적인 행동으로밖에 대응할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 나는 이 점이 제일 불만스럽다. 최소한 무엇이 문제인지 서로 이야기할 수 있게 하자. 싸움을 부추기만 하는 이 정부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