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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쿠우보이 Mar 26. 2017

이제야 돌아오는 아이들...

1073일 만에 드디어 세월호가 수면 위로 떠 올랐다. 

세월호가 인양된 것은 물리적인 인양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아직도 수습하지 못한 9분들이 이제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유가족이 아닌지라 직접적인 슬픔이 매일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사고 이후 안산 분향소에 갔을 때도, 단원고 앞 정문에 놓여있던 바나나 우유와 매점 빵들을 보고 왔을 때도,  도무지 그 아이들이 잊히지 않는다.


세월호 이후로도 그 아이들이 차디찬 바다 아래서 구조의 희망을 여전히 기대한 채, 어둠에 떨며, 추위에 떨며 기다렸었다는 것에 아직도 치가 떨린다. 너무나 불행하게도 가족과 우리 전 국민들은, 그러한 일련의 무능력한 구조작업들을 생방송으로 지켜보게 되었다. 

 


출처: 허핑턴포스트 http://www.huffingtonpost.kr/2017/03/23/story_n_15553414.html


유가족이라면 어떨까? 

저기 내 가족이 있었다면, 그렇게 시신조차 찾지 못했다면 난 어떨까? 자주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우리 어머니, 아버지, 아님 동생이 죽어서도 그 차디찬 바다 아래 있다면, 아마도 정상적인 상태로 살아가기 어려웠을게 뻔하다. 아직 자식을 낳아보지 못해 차마 감히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겠지만, 그 부모들의 뻥 뚫려버린 마음은, 그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는 부모들의 마음은 어떻게 하겠는가.



저 강대국중 한 나라는, 개인 한 명을 구하러 갈 때도, 금액에 인색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국가가 국민 한 사람을 포기하면, 더 이상 국민은 국가를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다.

헌법 제34조 제6항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 세월호 인양에 돈이 많이 든다고 경제적으로 접근하려던 그들을 난 잊지 않을 것이다. 자식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던 한 춘천의 국회의원을 나는 잊을 수가 없다. 


하나님, 이 기도가 올바르지 못한 기도가 될 수 있겠지만, 반드시 그들에게 똑같은 고통을 안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나는 그런 무례함의 정도를 넘어섰던 자들을 용서할 아량이 없다. 



제품이나 프로그래밍 코드는 하자가 발견되면 고치거나 디버깅을 하면 된다. 그러나 사람의 '안전'에 관한 문제는 그렇지 않다. 마치 테스트하듯이 넘어갈 수 없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에 대해 명백하고 낱낱이 조사해야 하는 이유는, 무능력한 정부의 구조 결과 이후, 유가족, 그리고 국민들에게 하는 국가의 최소한의 '예의'였다. 


명백한 조사가 없이, 원인에 대한 파악 없이 어떻게 제2의 세월호 대책을 세운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이 찔리길래, 얼마나 현재 시스템이 썩었기에 사고 조사를 방해했던 것인가? 제주 해군기지로 가는 철근들이 세월호에 실려있다던데, 정말 우리 군은, 정부는, 국정원은 배의 과적 상황에 책임이 없는가? 그런데 세월호로 인해 실제로 처벌받은 자들에 대해 알아보면 다시 치가 떨린다. 이러한 처벌을 보면 제2의 세월호는 아마도 반드시 일어날게 뻔하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7/03/23/story_n_15553412.html



몇몇 분들은 세월호 이야기가 지겹게 들릴 수도 있다. 

미안하다. 하지만 우리는 세월호를 잊을 수 없다.


왜 수많은 사고들 중, 세월호만 가지고 정부를 비난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괴롭히느냐고 할 수도 있겠다. 

미안하다. 

박근혜 한 개인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는 그 당시에 그 직책에게 마땅히 기대해야 할 '책임'에 대해 묻고 있는 것이다. 

국민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무한한 권한과 책임을 주었는데, 박근혜 씨는 당시 '책임'까지 받았는지는 잘 모르셨나 보다.


이제는 박근혜 씨 한 개인에 대해 밉지도 않다. 처량할 뿐이다. 다만, 그것과 별개로, 법대로 처벌하여 절대로 사면받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민주당의 그 어느 누구도 열심히 지지하지 않지만, 이재명 후보의 질문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자신의 의견을 밝혀야 한다. 자신의 정치 생명 보호를 위해 '사면권'이 남용된다면 난 또 실망을 하게 될 것이다. 그 7시간이 도대체 뭐라고 제대로 밝히질 못하는가. 뭐가 구리길래 사실을 말하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좌파 언론들의 음모론을 비판하는데, 도대체 그 음모론까지 가게 한 장본인이 누군지 묻고 싶다.

청와대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인가요?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세월호 유가족은 울었다. 아래 영상을 보면 정말로 그들이 기뻐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이 눈물에는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수백 가지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VXuLni5MtOM


내가 유가족이 아닌 이상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예상컨데, 수많은 부조리와 정의가 지켜지지 않는 현실 속에서, '아주 작은 그러나 큰 승리, 정의가 지켜지기도 하는구나'하는 마음이 아니었을까. 나라가 적어도 이번 한 번은 무언가 


'원래 그렇게 돌아갔어야 할, 정상적으로'


국가의 기능이 동작해서였을까. 아니, 원래 이건 그냥 정상적인 건데, 워낙 많은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니, 정상적으로 돌아가기만 해도 국민들은 '우와'하고 놀라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정상적인'일들이 하나씩 늘어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국민들의 마음은 소박하다. 아니 적어도 나의 마음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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