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파! - 2

이런, 철없는 엄마가 되어 버렸네.

by 쿠쑝

"와이프가 베스파 보고서는 반해서 이것저것 검색하고 난리 났어요."

부부 모임 자리에서


신랑은 실실 웃으며


나를 화젯거리로 던졌다.


신랑한테 찌릿하고 눈으로 욕설을 보내주려고 하는데


"어머, 오토바이는 안 돼요."


상대편 와이프는 매우 단호하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었다.


전혀 예상 못한 빠른 전개에


정신줄을 부여잡고


가볍은 토픽으로 지나가자는 뉘앙스로


웃으며 답했다.


"제가 처음으로 오토바이에 관심을 갖고 보게 되었는데 베스파가 너무 귀엽더라고요.


뭔가 미니 쿠퍼 같은 느낌이랄까."


"어우, 위험해서 절대 안 돼요.


아이들 생각도 하셔야죠.


엄마잖아요.


혼자도 아니고 돌봐야 하는 아이가 둘이나 있는데, 절대 안 돼요."


음...


Game over 다.


내가 아무리 나의 입장을 설명하고 싶어도


그녀는 이미 쾅하고 문을 걸어 잠갔다.


심지어 타이틀까지 덤으로 주었다.


'철없는 엄마'


내가 원래 오토바이를 타던 사람인지


혹은


오토바이에 로망을 갖고 있던 사람인지 아닌지를 떠나


그냥 무조건 안된단다.


그녀는 그녀의 잣대로 나를 만나지 삼십 분만에 평가 완료한 듯 보였다.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여기서 내가 급발진하여


없는 이야기들을 지어내


'저는 흡연하는 엄마랍니다.'


또는


'저는 아이들에게 끼니마다 패스트푸드를 먹입답니다.'


라는 등 생뚱맞은 이야기를 한 보따리 풀어놓으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부부동반까지 하여 만든 식사자리이기에


날아가는 정신줄은


다시 한번 부여잡고


훅훅 올라오는 반항심을 꾹꾹 누르며


미소 지었다.



그저


귀여워서 검색을 좀 해본 거다.


신랑도 그런 나를 잘 알기에


어색한 자리인 만큼


가벼운 화제로 던졌을 것이다.


베스파를 경품으로 당첨됐다 해도


타고 다닐 생각이 추호도 없다.


우선


그분 말씀처럼 아이가 둘이나 있다.


둘을 어떻게 베스파에 태워서 다니란 거냐.


자리가 없다.


그렇다고 아이를 하나씩만 태우고 다닐 수도 없지 않은가.


로컬분들은 아이 셋도 태우던데


그렇게까지 베스파가 나에게


절실하지 않다.


그리고 두 번째로


안 그래도 러닝 한다고 길거리 먼지란 먼지는 다 마시고 다니는데


베스파까지 타고 다니면서 더 마실 생각이 없다.


오랜 해외 생활로 인해


아무래도 내 몸속에는


여기저기서 건너온 문화들이


섞여 있다.


짬뽕인간이다.


그래서일까.


한국에서 생활 할 적


아이들 또래 엄마들을 만날 때면


종종 오해를 사곤 했다.


무리에 섞여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싶어


나름대로 애써보기도 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의 어떤 한 면만 떼어


평가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면


반항심이 먼저 올라왔다.


참으면 다행이지만


참지 못 할 때면


한 마디씩 툭툭 던지곤 했었다.


오늘은


잘 참았으니


나 자신에게 나는 매우 철든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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