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평범했다.
결국 그녀는
반나절이나 늦게 본사에 도착하였다.
비행기를 놓쳐 연례행사에 지각한 신입의 스토리는
어색하고 어려운 자리를 아닌 척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반가운 화젯거리가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이라고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녀는 다행이다 싶었다.
그녀의 지각 스토리를 전해 들은 사람들은
더 친근하게 접근해 왔고
낯을 가리던 그녀는
덕분에 쉽게 분위기에 스며들 수 있었다.
악수를 하며
"비행은 어떠셨나요?"라는 예의차린 식상한 질문이 아니라
"다행이에요. 그래도 LA에 무사히 잘 도착을 했네요." 혹은
"정말 앞이 깜깜 했겠어요." 라며 화두를 던져왔다.
이틀 동안 여럿 공항과 비행기에서 시간을 보낸 그녀는
꼬질꼬질한 상태였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려고 안간힘을 썼다.
본사 연례행사였기에
모든 직원들이 참석을 하였고
심지어 협력업체 임원 분들도 계시는 자리었다.
초고도 긴장감과 함께
카페인 과다섭취로 극 과열된 상태에서
연신 놓친 비행기 에피소드를 늘어 놓으며 사람들과 교류했다.
그러던 중
그분과 악수를 하게 되었다.
그분은 같은 회사 소속 이사님이셨다.
그녀의 입사 시기와 맞물려
그분은 아시아에서 미국본사로 옮겨 갔었다.
업무 영역이 겹치지 않아
이메일 참조란에서 서로의 이름을 확인한 사이었다.
그런데
때마침 다른 팀에서 이사님께 전달해야 할 서류가 있었고
그 서류를 그녀 편으로 보낸 것이다.
"용케 잘 도착했네요. 국제미아 되는 거 아니냐며 다들 걱정했어요."
"하. 하. 하. 그러게요, 인천에서 직항 못 탔으면 그렇게 될 뻔했어요."
그 해 미팅에서 그 분과 나눈 처음이자 마지막 대화였다.
그 후 여기저기 미팅에서 몇 번 스쳐지나가며 인사를 주고받긴 하였지만
같이 커피를 마시거나
밥을 먹으며 서로 더 알아 갈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얼마 있지 않아
그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였다.
같은 업계였기에
종종 그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
그러게 시간이 흘러
그녀는 결혼과 출산을 하였고
일을 그만두고 육아에 전념하게 되었다.
절대 끝날 것 같지 않던
육아의 시간이 어느덧 끝이 보이기 시작했고
그녀는 재취업을 하게 되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그의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미국에서 근문 중이라고 했는데
다시 업계로 돌아오고 보니
그 역시 베트남에서 일하고 있었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가 끝난다면
그저 흔한 우연의 이야기일 뿐이다.
반전은 따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