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멜로

by 쿠쑝


화려한 컬러를 뽐내는 과일들이



나의 침샘을 자극한다.



여기선 가격 걱정 없이



맘껏 즐길 수 있겠지.



신난다.



집 동네를 떠나기 전



딸기가 쏟아져 나오는 시기였다.



빨간 다라이에 조심스레 쌓아 올린 딸기들은



달콤한 만큼 값 또한 어마 무시 했다.



초록색 한 장으로 한 다라이를 겟 할 수 있으면



앗싸!였다.



식초물에 담가서



하나하나 꼭지를 딴 후



접시에 담는 나의 노동을 요하는



애물단지였지만



호찌민에 가면 딸기 먹긴 힘들겠지 하는 일념으로



부지런히 사다 먹었다.



한라봉! 한라봉도 먹고 가야 해.



라는 딸아이 응석에



초록색 몇 장을 더 꺼내곤 했었다.



아들은 핫 마젠타 컬러를 뽐내는 드래건 프루트에



하트를 보냈고



딸은 산뜻한 레몬 컬러를 발산하는 포멜로에



사로잡혔다.


"엄마, 저거 이름이 뭐야? "



"요우즈. 한국말로는 몰라. 중국 이름만 알아."



중국에서 살 때



우리 집 식구 중 유일하게 나만 요우즈 = 포멜로를 즐겼었다.



까는 방법을 잘 몰라서



헤매다가



중국어 선생님께 까는 법까지 과외 받았었다.



폭식 폭신하고 두꺼운 껍질을 까고 나면



과즙을 한껏 머물고 있는 속살들이 나오는데



오돌오돌하면서도



톡톡 터지는 식감이 너무 좋았다.



낑낑거리고 까놓으면



남동생 둘은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아빠도



엄마도



즐기지 않으셨다.



그런 요우즈를 딸아이가 사달라고 하니



피식 웃음이 난다.



나와 취향이 닮은 걸까



아님



나의 취향을 습득한 걸까.



아이들을 키우면서



한 번씩 헷갈릴 때가 있다.



정말로 이 아이의 취향일까



아님



나의 영향을 받아



'엄마가 좋으면 나도 좋아.' 하는



아이들의 생존 본능일까.


아무런 가구도 없는



거실 돌바닥에 앉아



캠핑 도구를 꺼내 들고서는



포멜로 꼭지부분을 잘라냈다.



껍질에 칼로 세로 줄을 그으며 칼집을 넣었다.



엄지손가락을 껍질틈에 넣어



꽃잎처럼



한가닥 한가닥 떼어냈다.



속살이 나타나자



아이들은 하얀 막 까는게 재밌는지



식감이 재밌는지



앉은자리에서



순식간에 한통을 다 먹어치웠다.



싸하다.



이거 뭔가...딸기 씻기 노동이랑 비슷한데...



내일은 레드 포멜로를 사먹자고 떠드는 아이들을 보며



문득



궁금해진다.



이 아이들이 성인이 되어



독립해서 살다 보면



개인의 취향이 더 뚜렷해지겠지.



그럼 그때



다시 물어봐야겠다.



여전히 포멜로를 좋아하냐고.





작가의 이전글손 걸레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