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리를 지정하지 않으셨네요? 창가, 복도 모두 가능합니다. 어디로 해드릴까요?"
"어... 음... 창 가. 창가로 주세요."
그래, 맞아.
나는 창가 자리만 고집하던 사람이었지.
이런 간단한 질문 앞에
말문이 막혀
어버버하는 자신의 모습에
그녀는 새삼
놀랐다.
아, 내가 나의 취향도 잊은 채 살고 있었구나.
그녀는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해외 생활도 오래 하고
홀로 유학도 갔었기에
비행기는 기차보다 더 익숙한 교통수단이다.
다만
비행기 멀미를 한 번씩 심하게 했기에
무조건 창가 자리만 고집해서 앉았었다.
탑승하자마자 배게 두 개와 담요 한 개를 요청한 뒤
비행기 벽 쪽으로 몸을 구겨 넣고
이륙도 하기 전에 잠들어야
멀미 할 확률이 낮았다.
아이를 낳고
일 년에 한 번씩
가족 프로젝트로 해외여행을 다녔는데
당연히
창가 자리 선택권은 더 이상
그녀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녀 또한 '엄마'가 된 이상
감히 그 자리를 탐할 생각조차 못 했다.
아이는 하필 그녀를 닮아
비행기 멀미를 했다.
중간 자리든 복도이든
상황에 따라
주어진 대로 그녀는 몸을 구겨 넣을 수 밖에 없었다.
나, 가 아니라 아이가 제발 곤히 잠든채
무사히 착륙하기만을 바라며
이륙했었다.
물론,
영화에서 나오는 다정한 엄마들처럼
비행내내
아이만 빤히 쳐다보며
성심성의껏 돌보지는 않았다.
엄마로서의 걱정은 한가득이었지만
피곤함에 절여진 몸은
헤드뱅뱅과 코고는 모습만 연출해냈다.
그렇게 9년이란 세월을 지냈다.
풀타임 맘으로 지내다
"출장"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그녀 혼자
오롯이 혼자
비행기를 타게 된거다.
9년에 공백 끝에
그녀가
업계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