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공무원연금 7월호 칼럼
“내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다면 계획이라도 세우고 살았을 걸…”
건강하게 100세까지 살다가 세상을 떠난 한 노인이 죽기 직전에 깊은 한숨과 함께 내뱉은 마지막 말이랍니다. 인간 수명 ‘백세 시대’에 떠도는 괴담이지요. 그 노인은 아마 환갑에 일에서 은퇴했겠지요. 자식들에게 폐 끼치지 않고, 건강하게 살다가 조용히 세상을 떠나는 게 노인의 소박한 바람이었을 겁니다. 그리고 40년을 더 살다가 간 거지요. 아무것도 한 것 없이 조용하게.
우리는 대다수 청소년 시절에 꿈을 꿉니다. 어른이 되면 무엇을 하겠다, 어떤 사람이 되겠다며 미래를 계획하지요. 꿈 덕분에 아이들은 자랍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고요, 이런저런 노력을 합니다. 그로부터 20년 정도면 꿈을 이루겠지요? 물론 모든 삶이 꿈대로 풀리진 않습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누구든 나이 마흔이면 사회에서 제 몫은 감당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니까요. 네 대략 20년의 세월이 사람을 그렇게 성장시킵니다. 백세 시대 괴담의 그 주인공 노인은 그 20년이 두 번 지나가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늙기만 한 셈이지요. 그래서 두 번째 인생 계획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은퇴 후 두 번째 인생 계획 덕분에 세바시 무대에 선 강연자도 있습니다. 한국화장실연구소 조의현 대표입니다. 조의현 대표는 대림비앤코라는 회사에서 오래 일했고 그 회사에서 정년퇴직까지 했습니다. 대림비앤코는 화장실 도기와 위생 타일 등을 만드는 회사였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조의현 대표는 화장실 문화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니 관심을 넘어서 ‘덕질’ 수준까지 이르렀고, 급기야 은퇴 후 한국화장실연구소를 설립하여, 세계의 선진적인 화장실 문화를 소개하고, 국내 화장실 문화의 기준과 표준안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세바시 출연은 물론 <세상의 모든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라는 독보적인 내용을 담은 책의 저자가 됩니다. 그 후에 한국화장실협회도 창립하고, 급기야는 세계로 지평을 넓히며 세계화장실협회를 설립하는 데 기여합니다. 모든 것이 다니던 회사를 정년퇴직하고 10년 안에 이뤄낸 성과들입니다.
세바시 강연 | 조의현 한국화장실연구소 소장 '세상의 변화는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지난달에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미술 전시를 볼 기회를 얻었습니다. 그곳에서 유영국이란 화가의 그림을 만났습니다. 유영국은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로 기록되는 화가입니다. 최근에는 방탄소년단(BTS)의 리더, 알엠(RM)이 사랑한 화가로 더 유명합니다. 알엠(RM)이 대구미술관에서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서 유영국의 작품을 감상하는 사진이 세계적인 확산을 기록했지요. 전시회에서 유영국의 작품을 설명하는 안내판 글에는 ‘그는 스스로 “60세가 될 때까지는 공부를 하고, 이후부터는 자유롭게 그리겠다”는 말을 자주 했는데’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던 추상화를 고집하던 화가, 유영국은 나이 60 무렵 대학 교수직을 그만두고 추상화 그리기에 전념합니다. 전업 화가로서 그의 인생 두 번째 계획을 실행한 것입니다. 동시에 고 이병철 회장의 눈에 들어 생애 처음으로 자신의 추상화 작품을 판매하게 됩니다. 직업 화가로서 첫 성과였습니다.
조의현 대표도, 고 유영국 화가도 다 두 번째 계획이 있었고, 그것을 성공적으로 실행했습니다. 사실은 제게도 두 번째 계획이 있습니다. 이제 10년 정도 지나면 저도 ‘세바시’라는 강연 콘텐츠를 만드는 일을 ‘졸업’하게 될 겁니다. 마땅히 그 이후에 할 일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지요. 저의 어릴 적 꿈은 화가였습니다. 나이 60세에 다시 화가가 되기 위한 수련을 시작해서 5년 뒤에 개인전을 여는 것이 두 번째 꿈이자 계획입니다. 계획은 개인전을 여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전시한 작품 모두를 판매하는 것이 계획의 마무리입니다. 자기 작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저는 직업 화가가 되는 꿈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영업 활동을 이미 시작했습니다. 주변에 재산이 넉넉한 지인들을 ‘꼬시고’ 설득해 예비 구매자를 만들고 있습니다. 사실은 이미 넉넉히 모았습니다. 그들이 미래에 약속을 지킨다면, ‘완판 화가’ 타이틀은 이미 떼놓은 당상입니다. 앞으로 그림만 열심히 수련하면 됩니다.
이제 7월이니, 올해도 반환점을 돌았습니다. 연초에 세운 계획은 잘 실행하고 계시는지요? 혹시 그 계획이 흐지부지됐다면, 두 번째 계획을 세워보시기 바랍니다. 그 참에 인생 두 번째 계획도 지금부터 함께 생각해보시기를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