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구범준 Oct 30. 2022

말해야 더 잘 삽니다.

구피디 2월 칼럼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과 비교해도 매우 근면하고 성실합니다. 그래서 잠을 터부시 하는 경향도 있지요. 일하는 것이 최고의 선이라면, 반대로 잠자는 것은 필요악이 됩니다. 그래서 이런 비아냥도 우리나라에만 있지 않을까요? “너 지금 잠이 오냐?” 

4백여 만의 조회수를 올리고 있는 한 세바시 강연의 내용입니다. 강연은 나에게 꼭 맞는 수면시간을 찾고, 그것을 지켜 잘 자는 것이야말로 행복한 삶을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합니다. 게으름을 상징하던 잠이, 이제는 건강하고 행복한 삶의 필수조건으로 추앙받습니다. 


잠만큼이나 오해에 쌓여 있는 것이 또 있습니다. 바로 말하기입니다. ‘남아일언은 중천금이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등등, 우리 사회는 말이 많으면 결과도 좋지 않다는 신화와 편견들로 가득합니다. ‘이심전심’, ‘염화미소’ 등등, 심지어 말하지 않고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는 뜻의 이런 초능력을 꼭 갖춰야 할 미덕으로 추천합니다. 특히 나이 들수록 품위라는 이름으로 자기감정을 숨기고, 하고픈 말을 삼갈 것을 강요받기도 하지요. 자칫 생각대로 생각 없이 말했다가는 ‘꼰대’로 낙인찍히는 세상이니 우선은 입을 닫고 있는 것이 상책이 됐습니다. 


하지만 말을 줄이거나, 하지 않는다고 문제가 해결될까요? 실제로 대부분 관계의 재앙은 오히려 불통에서 시작됩니다. 왜냐하면 말은 감정과 욕구를 표현하는 수단이기 때문입니다. 말하지 않고서는 상대에게 나를 이해시킬 수 없고, 듣지 않고서 상대를 이해할 수조차 없습니다. 서로 말하지 않고서는 갈등을 풀 수 없다는 뜻이지요. 물론 ‘아무 말 대잔치’도 관계를 악화시킵니다. 그러나 대화의 원리를 배우고 몇 가지 말하기 규칙만 잘 지키고 활용할 수 있다면, 말은 전혀 해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복의 씨앗이 되지요. 


베스트셀러 <말 그릇>의 저자, 김윤나 소장은 세바시 강연에서 리더의 말 그릇을 키우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말하기를 위해서는 대화의 과정에서 세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첫 번째, 내가 지금 느끼는 진짜 감정이 무엇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말없이 사라졌다가 나타났을 때를 상상해보세요. 대부분 부모는 크게 화를 내고, 아이는 결국 울음을 터뜨립니다. 이때 부모의 진짜 감정은 분노가 아니겠지요. 진짜 감정은 걱정이나 불안이고, 아이가 무사히 돌아왔을 때는 안도감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가짜 감정이자 습관적인 감정을 대화의 재료로 쓰는 데 익숙합니다. 


‘리더의 말그릇’을 키우는 3가지 질문 | 김윤나 말마음 연구소 소장, '리더의 말그릇' 저자 | 대화 리더 소통 | 세바시 1360회


두 번째는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의 전부인지 살펴야 합니다. 사람의 일이 늘 그렇습니다. 사실의 모든 이면을 알 수 없지요. 내가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믿는 아집은 대화의 장벽이 되기 쉽습니다. 상대의 진실을 살피려 하는 태도는 좋은 말하기의 시작이자 끝입니다. 


마지막으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감정과 욕구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감정이 대화의 입구라면 욕구는 대화의 도착지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에게 잘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노력으로 우리는 대화라는 여정을 기분 좋은 경험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좋은 말하기로 이끄는 방법이 더 있습니다. 긍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표현하는 것입니다. 나이 들수록 표정은 굳고, 감탄은 줄어들지요. 남성이라면 더 그럴 확률이 높습니다. 몇 해 전에 저는 중년 남성 관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열정적으로 강의했지만, 관객들은 조용하고 무표정했습니다. ‘내 이야기가 그렇게 재미없었나?’ 스스로 실망했지요. 며칠 뒤 그 기업 담당자가 내게 강의 평가 점수와 후기를 보내줬는데, 그 내용이 반전이었습니다. 대부분 ‘매우 재미있었고 감동적이기까지 했다’는 반응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일이지요. 왜 우리는 긍정적인 감정일수록 표현하는 데 인색할까요? 


그래서 저는 세바시 강연자가 강연 무대에 서기 전에 꼭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평소보다 더 톤을 올려주세요. 더 크게 제스처를 써주세요. ‘내가 이렇게까지 오버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텐션’을 높여서 이야기해주세요. 그래야 시청자가 볼 때 자연스럽고 좋아 보입니다.” 일상의 무대에서도 다르지 않다. 더 기쁘게 축하하고, 더 확실히 칭찬하며, 더 큰소리로 감탄해야 합니다. 저절로 안 된다면 의지를 써야 합니다. 그 노력은 반드시 상생과 행복한 말하기로 이어질 것입니다.


- 구범준 세바시 대표 PD 


세바시대학 5기 '세바시 스피치' 전공 수업 진행 https://www.sebasiland.com/courses/1714107905453067

작가의 이전글 새해에 낯선 일을 해야 하는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